신동빈 "총수일가 특혜, 부친 지시"..신격호 "그룹서 처리"

곽희양 기자 2017. 3. 20.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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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롯데 3부자 등 법정서 만나 서로 ‘책임 떠넘기기’
ㆍ신동주 “부당급여 없었다” 서미경 “임원 아니다” 부인
ㆍ신격호 총괄회장은 “어떻게 날 기소해” 마이크 내던져

경영권 승계 과정의 비리 혐의로 기소된 롯데그룹 총수 일가가 2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했다.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신동빈 회장,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가 법원에 들어서고 있다(왼쪽 사진부터).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롯데그룹 경영비리에 대한 첫 공판에서 차남과 아버지·장남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신격호 총괄회장(95)의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2)은 “총수일가에 대한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 특혜, 급여 부당지급은 아버지의 지시”라고 주장했다. 반면 신 총괄회장과 장남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63)은 “롯데그룹 정책본부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신동빈 회장에게 책임을 돌렸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김상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신동빈 회장은 총수일가에 대한 특혜 지원이 신 총괄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헐값에 총수일가에 넘겨 롯데쇼핑에 778억원 손해를 입힌 혐의에 대해 신동빈 회장의 변호인은 “신 총괄회장이 수도권은 ‘유미네(신유미씨)’, 지방은 ‘영자네(신영자씨)’에게 나눠주라고 채정병 전 롯데카드 대표에게 직접 지시했다”고 했다. 또 “신 총괄회장이 자필로 가족들 명단을 정하고 각각 지분까지 정해줬다”고 말했다.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5)은 신 총괄회장의 장녀이며, 신유미씨(33)는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57) 사이에서 난 딸이다.

신동빈 회장 측은 또 총수일가에 508억원 부당급여를 준 것에 대해 “신 총괄회장이 해당 계열사까지 손수 펜으로 수정해서 했다”며 “신동빈 회장은 이에 관여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신동빈 회장은 최근에야 자신의 급여통장을 아버지로부터 받았다”면서 아버지가 전권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반면 신 총괄회장·신동주 회장의 변호인은 신동빈 회장의 탓으로 돌렸다. 이들의 변호인은 “회사의 구체적인 업무 집행은 그룹 정책본부에서 한다”며 “정책본부가 적절히 처리할 것이라고 보고 받은 것이 전부”라고 했다. 이어 “신동주 회장은 주주총회 결의에 따라 이사로 선임돼 보수가 지급된 것”이라며 부당급여 혐의를 부인했다.

신영자 이사장의 변호인은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 임대 등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수십년 만에 외부에 얼굴을 비친 서미경씨의 변호인은 “서씨는 롯데쇼핑 임원이 아니어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 시작 25분 뒤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들어선 신 총괄회장은 자신이 재판정에 들어온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했다. 신 총괄회장은 재판장이 생년월일과 주소 등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을 하자 “이게 무슨 자리냐”고 물었다. 신 총괄회장의 보조인은 “재판소에 와 있다. 횡령죄와 배임죄로 기소됐다”는 설명을 거듭했다.

신 총괄회장은 “이 회사는 내가 100% 갖고 있는 회사다. 어떻게 나를 기소할 수 있느냐”며 “책임자가 누구냐. 나를 이렇게 법정에 세운 이유가 무엇이냐”고 말했다. 화를 참지 못한 그는 들고 있던 마이크를 바닥에 내던졌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피에스넷의 경영 실패를 감추려 계열사들에 이 회사 지분을 사게 해 회사와 주주들에게 471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에 대해서는 “경영상 판단”이라고 했다. 비상장 주식을 계열사에 고가로 넘긴 혐의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무죄를 주장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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