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식 영어는 '단순무식'? 그래서 더 먹히나
[경향신문] ㆍtapp, So Sad!, non-sence, loser, stupid…
ㆍ문법 수준 11살·단어 선택 14살…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사용법
문법 수준은 11세, 단어 선택은 14세. 철자나 문법이 틀려도 개의치 않는다. 짧은 성명에 감정적 표현을 넣고, 느낌표로 문장을 맺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사용법이다. 대선 캠페인에 나선 지난해 1월부터 지난 19일(현지시간)까지 트럼프는 약 4000개의 트윗을 작성했다. 하루 평균 약 10개의 글을 올린 셈이다.
방대한 글만큼이나 주목을 받은 건 그의 독특한 화법이다. 짧은 문장에 간단하고 쉬운 단어들을 담고, 분노나 찬탄을 직설적으로 표출한다. 트럼프는 이날 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을 비난했다. 그가 쓴 표현은 “(북한이) 아주 나쁘게 행동한다(behaving very badly)”는 것이었다. 북한의 미사일이나 로켓엔진 실험 같은 사례는 들지 않고 ‘나쁘게(badly)’라는 한마디로 정리했다.
트럼프는 앞서 17일에도 트위터에 똑같은 글을 올리면서, 북한이 미국을 몇 년 동안 “가지고 놀았다(They have been ‘playing’)”고 적었다. 그는 아주 쉽고 간결한 단어들을 대문자나 따옴표로 강조하곤 한다. 또 이 글에서 “중국은 별로 도움이 안된다(China has done little to help!)”면서 느낌표와 함께 직접적으로 비난했다.
18일의 트윗도 마찬가지였다. “가짜뉴스들을 통해 여러분이 뭘 들었는지 모르지만, 나는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과 대단한 만남(GREAT meeting)을 가졌다”고 했다. 전날 두 정상의 첫 회동은 냉랭한 분위기였다고 미국과 독일의 주요 언론들이 일제히 전했지만, 트럼프는 그 모든 보도들을 ‘가짜뉴스’로 만들었다. 어떤 대단한 만남인지는 설명하지 않은 채 그저 대단했다고만 썼다.
트럼프의 글에서 문맥에 맞지 않는 문장이나 철자가 틀린 것은 부지기수다.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의 유려한 글이나 연설과는 비교할 필요도 없다. 지난 4일 트럼프는 오바마가 대선 때 자신의 전화를 도청했다(tapp)고 썼다. p를 하나만 써야 하는데 두 번 썼다. 지난해 12월에는 “전례없는 행위(unpresidented act)”라고 썼다가 맞는 단어(unprecedented)로 고쳤다. ‘그들의(their)’를 ‘거기(there)’로, ‘낭비(waste)’를 ‘허리(waist)’로 적기도 했다. 단수를 복수로 잘못 쓰거나 억지로 하이픈(-)을 넣곤 한다. 러시아 스캔들은 “터무니없다(non-sense)”고 했고, 배우 메릴 스트리프는 “과대평가됐다(over-rated)”고 썼다.
트럼프의 글에는 독특한 형식이 있다. 간단한 성명과 감정 표현 뒤 느낌표로 마무리짓는 구조다. 문장 끝에 “나쁘다(Bad!)” “위대하다(Great!)” “매우 슬프다(So Sad!)” 등을 즐겨 쓴다. 긍정적인 표현보다는 부정적인 표현이 많다. 트럼프의 트윗들을 분석하는 ‘트럼프 트위터 아카이브’ 사이트를 보면 그가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패배자(loser·234건), 멍청한(dumb·222건), 끔찍한(terrible·204건), 어리석은(stupid·183건) 순이었다.
엉터리 문법에 극도로 단순한 트럼프의 영어는 대중들, 특히 지지자들에게는 매우 효과적이다. 지난해 대선 때 카네기멜론대학 언어기술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의 문법은 11세, 단어 사용은 14세 수준이었다. ‘쉬운 영어’는 대중이 트럼프를 기존 정치인이 아닌, 자기들과 같은 사람이라 느끼게 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은 분석한다. 하지만 트럼프의 과도한 트윗에 불편함을 토로하는 여론도 많다. 지난 15일 폭스뉴스 여론조사에서 51%는 트럼프의 트위터 사용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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