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보 '녹조 주범' 오명, 댐·저수지 물 샤워로 씻길까

조형국 기자 2017. 3. 20.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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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정부, 수질개선 방안 발표

‘녹조 라떼’ 논란에 시달려온 정부가 4대강 수질 개선을 위해 보 수문을 열고 수위를 낮추기로 했다. 보 단계에서 체류하는 수량을 줄이기 위해 상류 댐·저수지에서 물을 모아 대규모로 방류할 방침이다. 모의실험 결과 녹조 저감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연중 약 1억t 넘는 물을 모아 방류하고 100일 가까이 낮은 수위를 유지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녹조 논란에 입장 돌린 정부

정부는 동시에 보 수문을 열어 수위를 양수 제약수위나 지하수 제약수위까지 낮춘다는 방침이다. 보 수문 개방으로 수위가 낮아진 데다 댐·저수지에서 모인 물이 일시 방류될 경우 유량이 늘고 유속이 빨라져 녹조가 줄어들 것이란 설명이다. 양수 제약수위는 농업용 양수장 취수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수위, 지하수 제약수위는 주변 지하수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수위를 뜻한다.

모의실험 결과, 댐·저수지에서 비축한 물을 방류하는 동시에 보 수위를 낮추는 방안이 녹조 저감 효과가 가장 컸다. 강우량이 적고 기온이 높아 녹조량이 많았던 2014년의 기상 조건을 기준으로 했을 때 낙동강에서 8100만t, 금강에서 3700만t, 영산강에서 200만t의 방류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4년을 기준으로 보면 녹조가 심화되는 기간이 낙동강 74일, 금강 121일, 영산강 118일로 나타나 적어도 해당 기간 동안은 보 수위를 양수·지하수 제약수위까지 낮춘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녹조 저감을 위해 최소 약 1억2000만t의 깨끗한 물을 모아 방류하면서 약 100일간 보 수문을 개방해 수위가 낮은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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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녹조 발생 전부터 댐·저수지에서 물을 모아야 한다. 최악의 경우 연중 모아야 하는 양”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최근 10년간 자료를 통해 산정한 평균값으로는 댐에서 연간 3억8000만t의 물을 비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기상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정부는 수량 유지나 지하수 공급 등에 차질이 생긴다는 이유로 보 수위를 낮추는 데 반대해왔다. 그러나 지난 2~3월 시범적으로 수위를 낮춘 6개 보에서 지하수 제약수위까지 수위를 낮췄지만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제출받은 ‘보 수위 저하 시범운영 결과’ 보고서를 보면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 6개 보에서 수문 개방 등을 통해 지하수 제약수위까지 수위를 낮춘 결과 지하수위가 최대 148㎝까지 낮아져 관리 가능한 범주 안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 관계자는 “보 수위를 지하수 제약수위까지 낮췄을 때 인근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고 지하수에도 특별한 영향은 없었다”고 말했다.

■ 한쪽에선 물 빼고 한쪽에선 모으고…

정부는 이날 수문 개방으로 남조류 등 녹조 저감 효과가 최대 36%까지 발생했다고 발표했지만 남은 남조류는 위험 수준을 유지했다. 낙동강 합천창녕보 남조류 세포수는 세제곱미터(㎥)당 2만2000개에서 보 수위 조절 후 1만4000개로 36% 줄었지만 여전히 조류경보제 경계 단계(1만개)보다 1.4배 많았다. 보 수위를 지하수 제약수위까지 낮춰도 창녕함안보는 3만1000개, 달성보는 2만2000개의 남조류 세포가 남았다.

정부는 이날 ‘4대강 수자원 활용 개선방안 연구용역’ 결과도 함께 발표했다. 신규 수원을 확보할 수 없었던 지역에 용수 공급 시설을 설치해 연간 9억t의 공급량을 확보하고 이 중 8억t을 수요량 공급에 활용하기로 했다. 잔여량 1억t은 예비수원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정부는 보를 통해 연간 4억6000만t의 수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앞서 녹조 문제 해결을 위해 댐·저수지 방류량을 늘리고 보 수문을 낮춰 줄어드는 유량은 반영되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20년 빈도의 극한 가뭄에도 공급할 수 있는 양을 산정한 것으로 평상시에는 물 활용 문제가 없다”며 “수질 개선 수위를 연중 유지하는 것은 아니고 녹조가 발생하는 일정 기간만 하는 것이므로 수자원 활용 측면에서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용수 공급도, 수질 개선도 돈이 든다. 정부가 발표한 수자원 활용 대책은 대부분 농지용수 공급에 초점이 맞춰져 11개 보, 20개 지구에 용수를 끌어다 쓰는 데 1조913억원이 든다. 보 수위를 낮추려면 기존 어도나 양수장 개선이 필요한데 약 638억원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홍수·가뭄 조절, 수질 정화 등을 이유로 4대강 사업을 추진해온 정부가 끝내 수질 문제에 발목을 잡혀 보 수문을 열기로 해놓고도 명분 지키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호영 의원은 “녹조가 낀 물은 아무리 많아도 생활용수나 농업용수로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수질 개선 없이는 공급량 증대도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1년에 석 달은 녹조가 끼는데 물을 풀어 수질을 개선하겠다는 계획과 물을 모아 수량 공급을 늘리겠다는 계획이 병행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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