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도시육성의 모범답안 '카시와노하'

박인혜 2017. 3. 2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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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천명마을, 12년 걸친 민·관·학 협력으로 1만 위성도시로
카시와노하
10여년전만해도 인구 1000명에 불과했던 도쿄 인근 카시와시의 작은 마을이었던 '카시와노하'.

'카시와의 잎'이라는 뜻을 가진 이곳은 최근 몇년새 일본서 가장 주목받는 수도권 위성도시가 됐다.

도쿄대·치바대라는 일본 최고 명문대학교와 미쓰이부동산이라는 걸출한 디벨로퍼, 그리고 도쿄도와 카시와시(市)가 관(官)·민(民)·학(學) 협력으로 재생사업을 펼쳐 인구 1만이 넘는 신도시로 변신한 성공사례이기 때문이다.

이들 3대 주체는 카시와노하에 단순히 아파트만 짓지 않았다. 도쿄까지 연결되는 특급열차를 놓고, 거대 쇼핑몰도 세우고, 병원·호텔·도서관 등 각종 시설도 넣는 '타운' 단위로 개발을 한 것이 특징이다. 그들의 목표는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드는 것이었다.

워낙 도쿄 땅이 비싸 여러 곳에 캠퍼스를 갖고 있던 도쿄대는 다소 황량했던 이 곳에 1999년 캠퍼스를 만들었다. 학생과 연구진이 오가는 곳이었지만 통근도 불편했고, 그렇다고 생활 인프라가 갖춰진 것도 아니었다. 도쿄대와 치바대의 고민이 시작된 부분이다. 작은 '캠퍼스타운'에 그칠 수 있었던 카시와노하 프로젝트는 이 지역 땅을 보유하고 있던 미쓰이부동산과 도쿄도, 카시와시가 전격적으로 합류하며 대형 프로젝트로 발전했다. 여의도와 비슷한 면적인 총 272만9000㎡에 인구 2만6000명을 목표로 세우고 머리를 맞댄 세 주체는 '교통이 문제다'라는 인식에 공감했다.

한국의 신분당선과 같은 쓰쿠바익스프레스는 빠르면 1시간30분, 길면 2시간까지 걸리던 도쿄 도심 접근성을 30분내로 단축시켰다. 놀라운 것은 이같은 제안을 대학과 민간 디벨로퍼가 했다는 것이다.

대학도 사실상 '디벨로퍼'로 역할을 했다. 도쿄대는 데구치 아츠시 교수를 주축으로 미쓰이부동산과 함께 UDC-K(어반디자인센터-카시와노하)라는 관리전문 기업을 세웠다. 이를 주축으로 마을 재생과 타운매니지먼트에 나서 매년 발전하는 도시로 만드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2005년부터 카시와노하 프로젝트를 주도해온 도쿄대 교수 히로야 미마키 UDC-K 부회장은 "카시와노하라는 입지나 땅 자체가 매력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면서 "중요한 것은 겉으로 매력적이어 보이지 않는 땅을 어떻게 개발하고, 재생시켜서 매력있는 곳으로 만들지였다"라고 말했다.

아파트부터 지어 베드타운화되는 우리나라 위성도시와 달리 카시와노하는 학교 캠퍼스와 기숙사가 먼저 만들어진후 철도가 생겼고, 그 이후에 다시 호텔과 쇼핑몰 등 상업시설이 생긴 후 아파트가 설립되는 단계를 거쳤다. 베드타운이 아닌 '캠퍼스 자족 도시'다. 기본 생활 인프라스트럭쳐가 모두 갖춰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오히려 카시와노하는 타 위성도시에 비해 분양가도 잘 확보할 수 있었고, 분양성적도 좋았다. 한 도시가 떴다하면 항상 문제가 되는 난개발 우려도 적었다. 관과 민간 디벨로퍼, 학교가 철저한 계획 속에서 도시를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신 타운매니지먼트, 즉 도시를 만든 후 가꾸고, 운영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 마을 운영은 UDC와 주민들이 함께 한다. UDC의 사무실은 주민들이 언제든지 찾아와 쉬거나, 일을 할 수 있고, 회의도 개최하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커뮤니티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제언과 아이디어는 UDC에 속한 교수나 연구진은 물론, 일반 주민들에게서 나온다. UDC 관계자는 "마을의 운영을 도와줄 수 있는 전담 스태프들이 상주하면서 지역주민과 디벨로퍼, 학교의 연결고리를 하고, 지속적으로 아이디어를 내 더 잘사는 마을을 만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카시와노하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원전이 파괴되고, 위험성이 대두되면서 나온 에너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지역에 발전소를 만들었다. 도시가 스스로 에너지문제를 해결하는 '스마트시티' 모델을 도입하면서 도시의 자족성을 강화하는 한편, 주민들의 자부심도 높이는 방식이다. 마을을 만든 주체가 마을을 떠나지 않고, 계속해서 관리하고 가꿔간 것이다. 건설사들이 아파트나 상업시설을 지어 분양을 끝낸 후에는 떠나버리는 모델과 대조적이다.

현재도 카시와노하 프로젝트는 진행형이다. 도시계획을 세운 후 12년만에 인구는 10배가 늘어 1만여명이 됐지만, 장기적으로 2023년까지 2만6000명의 도시로 키우겠다는 것이 UDC의 목표다. 히로야 미마키 교수는 "츠쿠바익스프레스라는 새로운 철도노선을 투입하고, 카시와노하가 역세권으로 발돋움했지만 우리는 서두르지 않았다"면서 "역세권으로 격상됐다고 해서 무조건 아파트와 단독주택을 지어 분양하면 그만큼 빨리 버려진다. 지속성을 만들기 위해 주거시설만큼 그 외 연구시설, 상업시설 등 일자리와 좋은 환경을 동시에 만들 수 있는 타운매니지먼트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선 카시와노하 외에도 이같은 타운매니지먼트 사례가 많다. '게임과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의 성지'로 불리는 아키하바라는 관련 업종 상가들이 있는 한정된 거리만 발전했을 뿐 그 너머는 '죽은 도시'처럼 활기가 없다는 점에 착안, 인근 메이지대학 학생들을 끌어들였다. UDX라는 고층복합빌딩을 지으면서 꼭대기 층 일부를 이 대학 학생들의 기숙사로 제공하고, 대신 학생들이 이 지역 살리기의 주체로 나서 직접 타운매니지먼트에 뛰어들게 한 것이다. 젊은 세대를 끌어들여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유동인구를 늘리기 위한 방안이다. 국철인 JR은 칸다 만세이바시 빌딩과 에큐트 칸다빌딩을 지으면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철도 관련 박물관을 넣어 공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젊은 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아기자기한 샵과 상권을 조성, 지역발전에 팔을 걷어붙였다.

[도쿄·카시와노하 =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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