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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發 무역전쟁 첫 장 열리나"..G20,'보호무역 배격' 실패 파장

박상주 입력 2017.03.20 12:5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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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의 그림자가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장에 짙게 드리워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바덴바덴=AP/뉴시스】미국의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오른쪽)과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7일(현지시간)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2017.3.19.

17~18일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린 올해 첫 G20 재무장관 회의 공동선언문은 결국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한다"는 문구를 담는 데 실패했다. 이로써 백악관 발(發) 세계무역전쟁의 첫 장이 열리기 시작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지난 2015~2016년 모두 6차례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는 매번 공동선언문을 통해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한다"는 데 합의했었다. 그러나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한다는 구절이 이번에는 공동선언문에서 빠졌다. 미국은 오히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통신 등은 19일(현지시간) 일제히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미국의 압력 앞에 자유무역이 궁지에 몰렸다고 보도했다.

올해 선언문에는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한다"는 문장 대신 “우리는 경제 성장 추구에 있어 과도한 글로벌 불균형을 줄이고, 포용성과 공정성을 증대시키며,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경제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기여도를 강화하고 있다”는 모호한 표현들을 담았다.

공동선언문 발표 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승리의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미국은 자유무역을 바란다. 하지만 무역은 공정하고 균형이 잡혀야 한다. 이번 결과에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고 밝혔다.

므누신 장관은 G20 재무장관 회의 첫 데뷔 무대에서 이처럼 승리를 거두었지만 막상 이번 회의에서 미국의 무역정책을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받은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고 외신들은 일제히 전했다.

FT와 블룸버그통신은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의 말을 인용해 므누신 장관이 자유무역과 보호무역과 관련해 G20 무대에서 미국의 입장을 대표할만한 권한을 지닌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쇼이블레 장관은 “미국 대표단은 무역 정책과 관련해 새롭거나 창조적인 발언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G20 무대에서 므누신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지 못하는 이유는 미국의 무역정책을 둘러싸고 트럼프 행정부 안에 내분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월가 출신인 므누신 장관과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은 온건 자유무역주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반면 반 중국 강경 매파로 정평이 난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과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등은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맞이하고 있다. 2017.3.18.

WSJ은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나바로와 배넌 등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는 세력의 손을 들어줄 경우 백악관 발 세계 무역 전쟁이 발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부 G20 회원국들은 이번 바덴바덴 회의의 공동선언문에 자유무역을 분명하게 강조하지 않은 것은 세계가 무역전쟁으로 가는 위험한 길을 향해 첫 걸음을 내디딘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FT는 이번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보호무역주의를 배제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오는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훨씬 온건한 입장을 지닌 므누신 장관을 설득하는데 실패한 G20 회원국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입장을 누그러트리는 일을 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백악관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첫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나는 고립 정책을 믿지 않는다"면서도 "무역 정책은 공정한 정책이 돼야 한다고 믿는다. 미국은 수년간 많은 나라에 의해 매우 매우 불공정하게 대접받았다. 이제 이를 멈춰야 한다. 나는 고립주의자가 아니다. 나는 자유무역주의자다. 또한 공정무역주의자"라고 주장했다.

sangjo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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