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매실명인 홍쌍리 "매화천국와서 다 털고 가삐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입력 2017.03.2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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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홍쌍리 (매실 명인)

오늘이 절기상 춘분입니다. 바야흐로 봄이 시작됐죠. 그런데 지난 주말. 전남 광양에는 하얀 눈꽃을 즐기는 사람들이 가득 찼다고 합니다. 3월 중순에 웬 눈이냐고요. 바로 눈보다 하얀 매화꽃 얘기입니다. 오늘 화제 인터뷰 매화향 짙은 섬진강 자락으로 함께 가보실 텐데요. 광양 매화마을 하면 이분이 떠오르죠. 매화마을의 터줏대감 매실명인 홍쌍리 씨 연결을 해 보겠습니다. 홍쌍리 여사님, 안녕하세요?

◆ 홍쌍리>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이런 인터뷰를 하면 제가 꼭 먼저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지금 홍쌍리 여사님 눈앞으로 보이는 오늘 아침 풍경 어떤가요?

◆ 홍쌍리> 정말로 봄 하면 매화, 매화 하면 희망이잖아요. 이렇게 아름다운 꽃이 지금 활짝 피었습니다.

◇ 김현정> 제가 들어오기 전에 사진을 살짝 보고 왔는데 천지가 하얗게 매화꽃으로 덮여 있던데요?

◆ 홍쌍리> 네. 천지가 하얀데 우리는 이 산이 너무 비탈진 산입니다. 우리 동네만 해도 수만 그루가 넘거든요.

◇ 김현정> 동네만 해도?

◆ 홍쌍리> 네, 우리 동네만 해도 산 굽이굽이가 다 매화꽃이에요. 내가 이렇게 매화를 내가 심을 때는 그냥 심은 게 아닙니다.

◇ 김현정> 그럼요?

광양 매화마을. (사진=자료사진)
◆ 홍쌍리> 내가 이 매화를 심을 때 사람이 그리워서 심었거든요. 이 산 속 외로운 산비탈에 홀로 핀 흰 백화 꽃처럼 살기 싫어서. 사람이 그리워서 매화꽃을 심으려고 했는데 보니까 앞은 지리산이요, 뒤는 백운산이요. 섬진강 새벽 안개 솜털 이불을 덮어놓은 양 너무 아름다운 이곳에 매화나무를 심으며 5년이면 꽃이 피겠지 10년이면 소득이 있겠지 20년이면 세상 사람 내 품에 다 오시겠지, 한 게 오늘의 청매실 농원입니다.

◇ 김현정> 그게 지금 몇 년 된 거죠. 3대가 계속 이어진거죠?

◆ 홍쌍리> 지금 3대 됐는데. 제일 처음 시아버지가 심으신 게 1917년부터 심으셨고요.

◇ 김현정> 세상에.

◆ 홍쌍리> 그때는 이 매화나무가 별로 없었어요. 아무도 주워 먹는 사람이 없었어, 매실을. 내가 1965년도에 시집와서 66년도 내 나이 24살에 시작한 게 이렇게 꽃 천국을 만들었죠.

◇ 김현정> 세상에 1910년대에 시아버지부터 시작해서?

◆ 홍쌍리> 지금은 아들이 또 하고 있어요.

◇ 김현정> 홍쌍리 여사 그 밑으로 아들네까지 3대가 이어가고 있는 매실농장. 사실은 봄꽃이 굉장히 많잖아요, 예쁜 꽃이. 벚꽃 예쁘고 진달래꽃, 개나기꽃도 예쁘고요.

◆ 홍쌍리> 많은데 봄꽃 치고는 향 있는 꽃이 없어요.

◇ 김현정> 그런가요?

◆ 홍쌍리> 그런데 내가 볼 때는, 이 아침에 해돋을 때는 매화꽃이 향이 별로 없어요. 해가 서산에 걸터앉아 매화꽃을 쳐다볼 때 그 때가 제일 매화꽃이 향이 너무 좋습니다.

◇ 김현정> 어떻게 향이 또 아침에는 없고 해가 어스름하게 질 때 있을까요?

◆ 홍쌍리> 어두운 밤이면 더 좋고요. 그래서 선비님들이 이게 매화꽃을 너무 좋아해서 아마 정원수로 많이 심은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해요.

◇ 김현정> 상상을 해 볼게요. 달빛이 청아하게 비치는 밤에 매화농장 그 매화꽃 한복판에 앉아서 그윽한 매화향 맡으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 홍쌍리> 나는 이렇게 해요. 매화꽃이 활짝 피면 ‘꽃은 내 딸이지, 매실은 너는 내 아들이지, 아침 이슬아, 너는 내 보석이지.’ 그래 이렇게 나는 19살 바람난 가시나처럼 항상 이렇게 사는 게 내 인생의 즐거움이다.

◇ 김현정> 19살 바람난 가시나처럼 사세요? (웃음)

◆ 홍쌍리> (웃음) 7학년 5반 이런 거 하나도 생각 안 합니다. ‘항상 꽃은 춤추고 나는 노래하고 새들 피리부는 이 천국에~ 우리 모두 천사로 살아봤으면.’ 얼마나 좋아요.

◇ 김현정> 저도 매화마을 가서 1년만 살면 선생님처럼 소녀같이 되는 겁니까?

◆ 홍쌍리> 네. 여기 와서는 성낼 수가 없어요. 성나고 어둡고 괴로운 건 섬진강에 다 버리고, 마음의 찌꺼기는 섬진강이 다 씻어버리고 꽃같이 활짝 웃고 아름다운 보석을 가슴 가득히 보듬어 가져서 온 가족이 행복하시라고 내 젊음을 이 세월에 다 바쳐서 꽃을 심어서 이 손이 호미 낀 살이 됐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매화마을에 살면서 매화 바라보면서는 성낼 수가 없다. 성내는 사람이 없다?

◆ 홍쌍리> 절로 노래가 나오죠.

◇ 김현정> 아유, 부럽습니다. 그 매화를 보기 위해서 많은 분들이 섬진강변으로 광양으로 가시는데 지금도 무료예요, 입장이?

◆ 홍쌍리> 아직까지 주차비, 입장료 안 받아 봤는데 내가 한마디하고 싶어요, 국민들한테.

◇ 김현정> 그러세요.

◆ 홍쌍리> 제발 내가 이 허리가 활이 되도록 이렇게 내 손이 호미 낀 살이 되도록 이렇게 내 젊음을 다 바쳐서 이 천국 만들었는데, 왔다 가실 때는 쓰레기 좀 버리지 마셨으면 좋겠어요.

◇ 김현정> 쓰레기 좀 버리지 마시라.

◆ 홍쌍리> 제발, 제발 좀 나는 이게 전부 돈 들여서 다 밭을 메고 가꾸고 하거든요.

◇ 김현정> 그럼요, 그럼요. 알겠습니다. 그런 몰상식한 분들은 아예 오지 마시고요. 오지 마시고, (웃음) 진짜 매화같이 예쁜 마음을 가진 분들이 오셔서 어떻게 좀 즐겨라. 즐기는 팁을 주세요, 활용법?

◆ 홍쌍리> 내가 항상 그러지요. 겨울 내내 같이 있던 그 마음과 마음의 찌꺼기와 생활로 쌓인 것 다 여기 와서 원통하면 울어버려라, 노래 한자락 불러버려라, 내가 다 보듬어줄게.

◇ 김현정> 노래 한 자락 불러버려라? (웃음)

◆ 홍쌍리> 네, 이 천국에 와서. 그런거 다 털어버리고 가십시오.

◇ 김현정> 다 털어버리고 가십시오. 말만 들어도 찌꺼기들이 다 쓸려나가는 것 같네요.

◆ 홍쌍리> 세상에는 제일 무서운 게 마음의 찌꺼기거든요. 그러니까 돈 울타리 백만장자보다 사람 울타리 백만장자가 되면 법이 무슨 필요가 있겠어요.

◇ 김현정> 그러네요, 그러네요. 높으신 분들이 많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위정자들이. 그분들이 꼭 좀 올해 광양 매화마을 찾아가서 매화꽃 보시고 마음 속의 찌꺼기 털고 오셨으면 좋겠고요.

◆ 홍쌍리> 고맙습니다.

◇ 김현정> 참 봄이 아름다운 이유가 짧아서 그렇다잖아요. 이 봄, 홍쌍리 여사님도 마음껏 만끽하시고요. 우리 청취자들도 마음껏 누리시기 바랍니다. 오늘 매화 소식, 매화향기 전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홍쌍리> 고맙습니다.

◇ 김현정> 매화마을의 터줏대감이죠. 매실명인 광양 매화마을 홍쌍리 여사였습니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