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P] 일본판 '최순실 사건'으로 가는 '아키에 스캔들'

안병욱 2017. 3. 2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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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가지 유사점

일본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졌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가 그 중심에 서 있다. 신설 예정 초등학교의 국유지 헐값 매입 논란과 아키에 여사의 뇌물 수수 의혹은 이제 권력의 심장인 아베 총리를 향하고 있다.

논란은 지난달 시작됐다. 일본 우익단체 회원이 소유한 모리토모학원은 오사카 내 국유지를 매입해 오는 4월 개교를 목표로 초등학교를 신축했다. 이 과정에서 아키에 여사를 명예교장으로 선임하고 학교 이름을 '아베 신조 기념 초등학교'로 홍보했다.

문제는 일본 정부가 해당 국유지를 감정가보다 우리 돈으로 무려 80억원 이상 낮은 가격인 1억3400만엔에 팔아넘겼다는 점이다.

매각을 담당한 재무상은 "적절한 가격과 절차로 매각했고 정치권의 부당한 압력은 전혀 없었다"며 야당 의원들의 정치권 연루 의혹 제기를 정치 공세로 맞받아쳤다.

하지만 논란이 진행되면서 권력형 비리라는 것이 하나둘 드러났고 이는 우리나라를 강타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며 진행되고 있다. 상당 부분 비슷한 점이 발견된다.

◆ 제3자 뇌물죄 혐의 유사

최순실 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40년지기이자 막강한 영향력을 끼쳐 온 인물이다. 가족이나 다름없을 정도다. 최태민의 의붓아들인 조순제의 장남이자, 최순실의 의붓조카인 조용래 씨는 최근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박근혜와 최순실은 경제공동체를 넘어 사실상 한 가족"이라고 말한 바 있다.

최씨는 박근혜정부 때 미르·K스포츠재단을 세워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10일 박 전 대통령을 파면시킨 헌법재판소는 박 전 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하고 최순실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 권한을 남용했다"고 밝혔다.

일본의 아키에 여사는 모리토모학원 측이 헐값으로 국유지를 매입한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모리토모학원이 건설 총사업비를 책정한 뒤 정부와 오사카부청 양쪽에 보고서를 올려 보조금을 타내려고 했던 정황도 드러나 파문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만약 아키에 여사가 뇌물을 받은 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아베 총리는 부부관계이기 때문에 제3자 뇌물죄에 걸릴 여지가 크다. 이와 관련해 아베 총리는 지난달 27일부터 연일 국회에 불려나와 야당의 집중 추궁을 받고 있다.

◆ 잇단 거짓말로 길어지는 피노키오 코

지난달 국회에 출석한 아베 총리는 모리토모학원 신축 초등학교 이름이 '아베 신조 기념 초등학교'가 된 것과 관련해 "처음 들었다"며 "나와 처가 관계가 있다면 총리도, 국회의원도 모두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다.

또 지난 14일 아베 총리의 측근인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우리나라 국방부 장관)이 모리토모학원 법인의 고문 변호사를 맡은 사실이 공개되면서 사태는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모리토모학원 측 고문 변호사였던 적도 없고 재판을 했던 적도 없다"는 이나다 방위상의 기존 발언이 거짓말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또한 지난 16일 모리토모학원의 가고이케 야스노리 이사장은 학교 설립 과정에서 "아베 총리로부터 기부금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피노키오처럼 거짓말이 늘면서 코가 길어지는 형국이다.

이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던 시기에 거짓말과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던 박 전 대통령과 비슷한 모습이다. 박 전 대통령은 3차에 걸친 대국민담화, 인터넷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일부 연설만 최순실의 도움을 받았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은 선의로 한 것이다" "최순실의 사익 추구는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결국 헌정 사상 최초로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 파면 결정을 받는 불명예를 안게 됐고 오는 21일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 지지율 추락 속 정치 기반 붕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박 전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도 무너뜨렸다. 위기 속에서도 30%대를 유지하며 견고함을 보여주던 지지율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된 언론 보도가 쏟아지고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기 직전인 지난해 12월 1주 4%까지 하락했다. 이는 역대 대통령 지지율 중 최저치로 기록됐다. 1997년 IMF 외환위기를 맞은 김영삼정부의 지지율 6%를 경신한 것이다.

아키에 스캔들로 인한 아베 내각의 지지율 하락도 비슷한 모습이다. 60%대를 오르내리던 아베 내각의 콘크리트 지지율은 40%대까지 추락했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11~12일 전국 유권자 1021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49%로 나왔다.

올해 들어 실시된 주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40%대로 나온 것은 처음이다. 이렇듯 민심이 크게 동요하면서 아베 총리의 3연임 초장기 집권 계획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밖에도 야당의 호된 추궁과 이어지는 언론 보도 등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아키에 스캔들은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권의 신뢰도를 떨어뜨린 일본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결국 권력의 핵심인 아베 총리로까지 문제가 확대되면서 일본 정국을 소용돌이로 밀어넣고 있다.

[안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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