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일상 톡톡] 죽은 자는 말이 없다..하지만 증거는 남는다
특히 사망 사고에서는 유족 측이 병원 내 난동을 부리는 등 폭언이나 폭력 등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물론 병원 측에선 나름 최선을 다해 치료했다고 하소연합니다. 일이 커져 양측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면 결국 법적 소송으로 번지기 일쑤입니다. 유가족은 물론이고 병원 측도 힘겨운 싸움을 이어나가야 합니다.
그동안 의료분쟁 발생 시 조정절차를 놓고 환자와 의료인 간 논쟁이 잦았던 게 사실입니다.
의료 분쟁 발생 시 진실 규명을 위한 작업은 공정한 환경에서 진행되어야 합니다. 그 핵심은 바로 의무 기록(차트)의 투명한 공개인데요. 추후 의료인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의무 기록이 수정될 여지가 있음에도 현행법상 병원 측은 원본을 제출할 의무가 없습니다. 환자 측에서 의무 기록 제출을 요구하더라도 어느 시점까지 제공해야 한다는 기한이 명시되어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렇다 보니 병원 측에서는 이를 악용해 의무 기록 제출을 차일피일 미룰 여지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환자들의 생명은 언제든 위태로울 수 있는 만큼 의료인의 자율적인 판단과 권한은 보장되어야 마땅함에도 이에 따른 법적 책임 역시 부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게 바로 '신해철법'의 교훈이 아닐까 합니다.
지난해 11월30일부터 이른바 '신해철법'이라 불리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이 시행됐지만, 막상 혜택을 받는 이는 한정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의료분재조정법 개정안 시행에도 사망과 장애등급 1급 등 적용 대상이 너무 제한되어 실효성을 크게 기대할 수 없다는 게 그 골자이다.
이 법안은 중대한 의료사고가 일어나면 병원 측 동의가 없어도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조정절차를 자동 개시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적용 대상은 사망, 1개월 이상 의식불명, 장애등급 1급(자폐성, 정신장애 제외)으로 명시되어 있다.
◆식물인간 등 극단적인 상황 아닌 경우 '신해철법' 적용 어려워
이에 대해 의료 소비자단체들은 "금전적인 여유가 없는 환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기 때문에 지금보다 적용 대상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계 반발로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적용 대상이 대폭 축소됐다"며 "사망 또는 식물인간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놓이지 않는다면 이 법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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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쟁조정법 개정의 물꼬를 튼 고(故) 신해철씨의 영정. 가수 신해철의 발인은 2014년 10월31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의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앞서 그는 10월27일 의료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
특히 의료과실에 대해서는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적용,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더라도 면허에 지장이 없는 의사가 부지기수라는 지적도 받는다.
실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의료 관련 형사소송에서 약 80%가 무혐의 처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분쟁에 들어가면 의료의 특수성에 발목이 잡혀 의사의 과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설령 취소돼도 3년 후 면허 재교부 가능
설령 면허가 취소되더라도 3년이 지난 뒤 재교부가 되는 만큼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망과 중상해 등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환자나 유가족이 의사의 형사처벌을 받아내 보상을 얻으려는 정서가 팽배한 현실 또한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럼에도 의료인에 대한 처벌 수준이 피해자나 국민 정서와 괴리가 있다는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다.
사고 외에도 성추행과 1회용 주사기 재사용 등 의료계의 비도덕적 진료행위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정부는 최근 '비윤리적 의료행위'를 고시로 제정해 의료기관 내 감염과 대리수술 및 처방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자격정지 기간을 현행 1개월에서 최대 12개월로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의료계가 반대하자 성범죄, 대리수술 등을 뺀 나머지 비윤리적 의료행위는 흐지부지 돼버렸다. 특히 진료 외 목적으로 마약류를 처방·투약해 벌금 이하의 형을 선고받은 이에 대한 자격정지 기간을 3개월로 낮췄다. 허가받지 않은 의약품을 처방했을 때도 역시 자격정지 기간은 위반횟수에 따라 1차는 1개월, 2차는 2개월로 각각 기존 계획 대비 처벌 수준이 낮아졌다.
'신해철법'에서도 사고에 대한 의료기관의 조사거부·방해에 따른 처벌을 감경해 논란이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다. 조사 거부와 방해는 개정안 원안 '3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1000만원 이하 과태료'로 낮춰졌고, 출석과 소명요구 불응 시 부과하던 과태료 조항은 아예 삭제됐다.
◆일부 항목 '의료계 입김' 지나치게 작용했다는 비판도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신해철법'과 관련해 의료진의 중환자 진료 기피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크고, 중환자를 담당하는 몇몇 진료과목의 인력난을 가중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울러 의료 전문가들의 입장은 전혀 반영되지 않아 오히려 진료 현장의 혼선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의료인에 대한 규제만 담긴 내용은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율적 조정을 통한 문제해결이라는 ‘신해철법’의 본래 취지를 감안해 과도한 벌금이나 과태료가 의료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몇몇 항목들은 의료계의 입김이 지나치게 작용해 기존 방침에서 후퇴했다는 비난에서 정부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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