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구가 박근혜 핫바지인줄 아나" "찍을사람 없어 투표 안할랍니다"

2017. 3. 2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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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투표 안 할랍니다. 찍을 사람이 있어야 투표를 하지요."

이른바 '보수의 정치적 본산(本山)'으로 불리는 대구 표심은 대선을 50일밖에 남겨놓지 않았음에도 갈 곳을 잃은 듯했다.

이날 기사식당에서 만난 박모 씨(47)도 "지금 대구를 이 지경으로 망쳐놓은 게 박근혜랑 친박(친박근혜) 아니냐"면서도 "유승민한테 배신자라고 하는데 이놈이나 저놈이나 똑같다"고 보수진영에 대한 실망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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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D―50]갈곳 잃은 대구표심 현장 가보니

[동아일보]

“나는 투표 안 할랍니다. 찍을 사람이 있어야 투표를 하지요.”

이른바 ‘보수의 정치적 본산(本山)’으로 불리는 대구 표심은 대선을 50일밖에 남겨놓지 않았음에도 갈 곳을 잃은 듯했다. 19일 오후 대구 동구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40대 여성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이 싫긴 한데 그렇다고 (바른정당) 유승민을 찍을 생각도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구 곳곳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자주 듣는 택시운전사들이 전하는 민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30년 가까이 택시 운전을 했다는 김영모 씨(59)는 “아예 투표를 안 하겠다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추억은 그냥 추억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사식당에서 만난 박모 씨(47)도 “지금 대구를 이 지경으로 망쳐놓은 게 박근혜랑 친박(친박근혜) 아니냐”면서도 “유승민한테 배신자라고 하는데 이놈이나 저놈이나 똑같다”고 보수진영에 대한 실망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대구가 마치 박 전 대통령을 무조건 옹호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치고 있는 데 대한 불만도 높았다. 이날 오전 동대구역 인근에서 만난 50대 남성은 “대구에는 박근혜 편만 있는 줄 아나 본데 잘못을 했으니깐 탄핵된 거 아니냐”며 “그런 박근혜 지키겠다고 우르르 몰려다니는 친박(친박근혜)들도 정신 못 차렸다. 대구가 박근혜 ‘핫바지’인 줄 아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친박 금마들(그 사람들) 꼴 보기 싫으니 이름도 꺼내지 말라”는 말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진영 대선주자들은 표류하는 대구 민심을 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18일 자유한국당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대구 서문시장에서 출정식을 연 데 이어 19일에는 유승민 의원이 대통령 파면 이후 처음으로 대구를 찾았다. 유 의원은 이날 바른정당 대구시당에서 간담회를 열고 “보수가 궤멸할 위기에 놓인 책임은 박 전 대통령에게 있다”며 “국가와 국민 신임을 배반한 것은 박 전 대통령과 진박(진짜 친박)들”이라고 했다.

그는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지지율 정체로 고전하는 최근 상황에 대해 “애처롭다고 생각 안 해도 된다”며 “역전 홈런 칠 자신 있다. 겁나지 않는다”고 정면돌파 의지를 내비쳤다. 이어 유 의원은 “나는 대구의 아들이다. 단 한 번도 대구의 자존심을 버린 적 없다”며 자신이 유일한 TK(대구경북) 대선후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박 전 대통령은 이제 과거다. 미래를 보고 나가야 대구와 보수가 살 길이 있다”고 호소했다.

유 의원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인간적인 도의는 앞으로도 하겠다”며 “공인 박근혜와 개인 박근혜에 대한 생각은 늘 철저하게 구분해서 살아왔다”고 했다. 아직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심을 갖고 있는 보수층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남은 대선 기간에 보수주자들의 대구 방문은 더욱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20일에는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대구 서문시장을 찾는다. 대구 표심을 잡아야 보수진영 전체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후보들의 절박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구=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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