땜질 처방만 반복..소래포구 어시장 7년 새 세번째 큰불

박준철 기자 2017. 3. 19.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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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수도권의 대표적 수산시장인 인천 소래포구 어시장에 또다시 큰불이 났다. 2010년과 2013년에 이어 3번째이다.

지난 18일 새벽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어시장 내 좌판 332개 중 220여개와 인근 점포 41개 중 20여곳이 불에 탔다. 소래포구 어시장은 좌판 332개와 인근에 점포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소방도로가 있음에도 소방차가 진입할 수조차 없었다. 비닐천막으로 된 좌판들은 삽시간에 옮겨붙으면서 대부분의 좌판들을 화마로 삼켜 버렸다. 일반시장처럼 가건물이나 건축물이 아니기 때문에 스프링클러 등은 설치할 수가 없다.

소래포구 어시장에는 화재 예방을 위해 호스로 물을 공급받을 수 있는 소화전과 좌판마다 소화기가 비치돼 있다. 또한 소방감지기와 화재경보기가 각각 120개 설치돼 있다. 잦은 화재로 소방설비는 갖춰졌지만 불은 영업이 종료된 새벽 시간대에 발생해 무용지물이었다.

한 해 1500만명이 방문하는 소래포구 어시장은 1974년부터 어선이 정박할 수 있는 어항이 생기면서 자연적으로 형성됐다. 그러나 포구 바로 앞 어시장은 건축물을 지을 수 없는 개발제한구역이다. 어시장의 좌판들은 모두 무허가 불법시설물이다. 상인들은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연 173만원의 임차료를 내고 영업하고 있다. 무허가 시설이니 화재보험에 가입되지 않아 상인들은 보상도 못 받는다.

이곳은 2010년 1월에도 새벽에 불이 나 좌판 25곳이 불에 탔다. 2013년 2월 새벽에도 화재로 좌판 36곳이 전소됐다. 그러나 불이 나면 생계를 위해 영업 재개를 위한 신속한 복구에만 치중하고 화재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소홀한 실정이다. 땜질 처방만 거듭돼 화재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인천 남동구청은 이번에도 한 달여면 복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시 비닐천막에 좌판만 깔 가능성이 높다. 안영석 공단소방서장은 “소래포구 어시장은 좌판으로 법정 소방장비를 설치할 수가 없다”며 “다시 좌판을 설치하려면 소방차 출동시간이라도 버티도록 방화천막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화재원인 조사를 위해 어시장에 설치된 60여개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고 있다. 또한 지난 18, 19일 이틀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현장 감식을 벌였다. 경찰 관계자는 “어시장 입구인 ‘가’구역 좌판 위에서 연기가 처음 발생했다”며 “이번 화재는 한 좌판의 끊어진 전선이 합선돼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오전 1시36분쯤 발생한 소래포구 어시장 화재로 어시장 내 좌판 220여 개와 인근 점포 20여곳이 불에 타 소방서 추산 6억5000여만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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