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홍석현의 변신..대선앞 정치 뛰어든 '삼성가 미디어 황제'

이정애 최원형 오승훈 곽정수 2017. 3. 19.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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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미래 위해 힘 보탤것"
이메일로 밝힌 사의 '의미심장'
'리셋코리아' 연중기획때도 출마설

'홍석현 대망론' 논란
언론사 사주이자 재벌가 금수저
직접 정치판 개입에 여론 부정적
삼성 엑스파일 사건 주역이기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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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현 중앙일보·제이티비시(JTBC) 회장이 돌연 사임하면서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대선이 50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범보수 진영의 뚜렷한 후보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홍 전 회장이 ‘통합’ 카드로 중도·보수를 견인하면서 대선 정국에서 ‘모종의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거대 언론사 사주이자 국내 최대 재벌가의 유력 인사인 홍 전 회장이 직접 정치권력을 다투는 현실 정치에 뛰어들 경우 그의 행보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홍 전 회장은 지난 18일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사내 이메일을 통해 “오랜 고민 끝에 저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로 결심했다”며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이메일에서 그는 중앙일보와 제이티비시를 통해 탄핵정국 이후 국내외적 위기를 극복하고 새롭게 비약하기 위해 보수·진보가 함께 어젠다를 제시하는 ‘리셋코리아’ 기획을 보도한 것을 언급한 뒤, “현실은 단지 그러한 작업만으로는 해결되기가 어려워 보인다”며 “대한민국이 새롭게 거듭나는 데 필요한 시대적 과제들에 대한 답을 찾고 함께 풀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 안팎에선 그의 갑작스러운 사임이 본인이 직접 대선에 출마하기 위한 사전 작업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탄핵 이후 최우선 과제로 ‘통합’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자신을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를 아우르는 인물로 자리매김하면서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삼성그룹과 사돈으로 맺어진 ‘친자본 언론재벌’이면서도, 개혁 성향의 언론인인 손석희 사장을 영입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제이티비시가 크게 활약할 수 있도록 판을 펼쳐준 공로 등으로 보수와 진보 양쪽에서 상당한 득표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다양한 인사가 참여한 ‘리셋코리아’ 기획을 홍 전 회장이 주도했다는 점도 이런 가능성에 부채질을 한다.

하지만 홍 전 회장의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이미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언론사 사주가 직접 정치판에 뛰어드는 데 대한 비판이다. 개국 이후 다른 종편들과 큰 차이가 없었던 제이티비시는 손 사장 영입 이후 저널리즘 원칙을 강조하며 보도 부문에서 두각을 드러냈고,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는 ‘최순실 태블릿피시’ 특종을 터뜨렸다. 이를 통해 제이티비시는 공영방송을 제치고 신뢰도 1위로 평가받는 등 영향력을 무섭게 키워왔는데, 홍 전 회장의 출마는 이런 신뢰도를 한꺼번에 허물어뜨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홍 전 회장의 정치적 행보가 제이티비시 뉴스의 신뢰도에 영향을 주지 않을지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스스로 후보가 되어 출마하는 것은 무척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제이티비시 내부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온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제이티비시 기자는 “홍 전 회장의 꿈이 크다는 것은 알았지만, 막상 이렇게 되니 당황스럽다. 우리 뉴스의 신뢰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삼성과 ‘혼맥’으로 얽혀 있다는 점에서, ‘정경유착’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조카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다 그 어느 때보다도 재벌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진 것도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그 자신도 삼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홍 전 회장은 삼성코닝의 대주주로 부사장까지 지낸 바 있다. 비록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은 면했지만, 홍 전 회장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대선후보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사실이 2005년 삼성 엑스(X)파일 사건 수사를 통해 드러난 바 있다. 또 현재 홍 전 회장 소유로 돼 있는 중앙일보의 주식 의결권이 이건희 삼성 회장의 것이라고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이 양심선언을 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삼성 내부에서도 그의 정치 참여가 오히려 삼성그룹 및 이재용 부회장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닐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사회과학부)는 “한국 사회 구성원들은 정경분리를 중요한 덕목으로 여긴다. 기업주인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는 미국 사회와는 질적으로 다른 분위기”라며 “홍 전 회장이 대선 출마를 한다고 해도,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경우처럼 결국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정애 최원형 오승훈 기자, 곽정수 선임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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