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택시, 혼자선 1.29km밖에 못 갔다

박건형 기자 2017. 3. 19.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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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만 입력하면 알아서 척척 데려다주고 차량 운행하는 동안 운전대를 잡을 필요 없이 신문을 읽거나 잠을 잘 수도 있는 자동차. 전 세계 정보기술(IT) 기업들과 자동차 회사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 자율주행차가 제시하는 미래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자율주행차를 현실에서 만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주는 보고서가 공개됐다. 현재의 자율주행차는 1~2㎞마다 사람이 개입해야 하고 승차감도 엉망이라는 것이다.

미국 IT전문매체 리코드는 18일(현지 시각) 세계 최대 차량공유업체 우버의 자율주행 택시 시범 운행 보고서를 입수해 공개했다. 우버는 자율주행 택시와 자율주행 트럭을 미래 핵심 기술로 꼽고 2015년부터 조(兆) 단위 투자를 해왔다. 지난 2월부터는 하늘을 나는 택시인 ‘우버 엘리베이트’ 개발도 시작했다.

우버는 기술 개발을 거쳐 지난해 9월부터 미국 피츠버그와 피닉스·템피 등에서 볼보와 포드 차량을 개조한 43대의 자율주행 택시를 시범 운행하고 있다. 승객이 우버 차량을 호출하면 보조 운전자와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탄 자율주행 택시를 보내주는 방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버의 자율주행 택시들은 3월 첫 주에 모두 2만300마일(약 3만2670㎞)을 운행하면서 무려 5100번이나 보조 운전자나 프로그래머의 도움을 받았다. 평균 1.29㎞마다 한 번씩 사람의 도움을 받은 것이다. 주변 차량 흐름이나 신호등 등 끊임없이 변하는 교통상황에 자율주행 시스템이 완벽하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리코드는 “1월에는 사람의 개입이 평균 1.45㎞당 1회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버의 자율주행 택시 중 일부는 수백㎞씩 자율주행을 한 경우도 있긴 했다. 하지만 이 중 상당수는 보조 운전자들이 사소한 위험을 무시하고 자율주행을 유지했기 때문이었다. 미국의 경제전문매거진 포천(Fortune)은 “322㎞를 자율주행으로만 달린 우버 자율주행 택시는 샌프란시스코 도심에서 정지 신호를 무시하고 지나치기도 했다”고 전했다. 승객들이 느끼는 승차감도 기대 이하였다. 우버의 자율주행 담당자는 보고서에 “승객들이 평균 3.2㎞마다 급정거와 차량 흔들림 등으로 인한 불쾌함을 호소했다”며 “자율주행으로 인해 사고가 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호소하는 승객들도 많았다”고 적었다.

외신들은 이 보고서가 자율주행차 시대가 곧 열릴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감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올해 초 인터넷 업체 구글의 자회사 웨이모는 “2016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자율주행차를 시범 운행한 결과 1600㎞당 고작 0.2번만 사람의 개입이 필요했다”고 자율주행차에 대한 기대감을 밝혔다. 자동차업체 GM 역시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 결과 86㎞마다 한 번꼴로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캘리포니아 주(州) 정부는 올 연말부터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차가 공공 도로를 달릴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기도 했다.

포천은 이에 대해 “우버의 차량 운행 대부분은 복잡한 피츠버그 도심에서 이뤄진 것으로 (구글·GM이 주로 달린) 캘리포니아 고속도로와는 조건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우버가 구글·GM보다 기술력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시범 운행이 진행된 도로 환경이 상반된 성적표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실제 도로에서 어떤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는 완벽한 시스템을 개발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기술 축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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