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일상 톡톡] 정치 관심 이끌어낸 촛불집회, '진짜 민주주의' 초석될까?

김현주 2017. 3. 19.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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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사회에서 집회는 개인의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 중 하나로 쓰입니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 사회에서 집회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부정적인 인식이 지배적이었던 게 사실입니다. 과거 폭력적이면서도 강압적인 시위가 더러 있었던 탓인데요.
이와 달리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규탄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해온 촛불집회는 이 같은 인식의 변화를 가져왔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폭력 없는 평화 집회였으며, 시위를 하나의 축제로 이끌어냈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또한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했던 20~30대 청년층 등 다수의 국민에게 참여의 필요성을 일깨워준 것도 주요 성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촛불집회에 대한 대중의 전반적인 인식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이끌어낸 촛불집회가 '진짜 민주주의'의 초석이 될 수 있을까.

설문조사 결과 10명 중 8명은 촛불집회를 계기로 국정운영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됐다고 답했다.

전체의 78.4%는 국민의 의식수준이 한층 높아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74.5%는 집회가 국민 의사를 표현하는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밝혔는데, 집회문화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도 긍정적으로 자리 잡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10명 중 9명 "韓 정치 소수 기득권층에 의해 좌지우지…다수 국민 의견 묻혔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의 19~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근 펼쳐진 일련의 집회를 통해 많은 시민들이 정치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집회를 적극적인 의사표현의 한 방법이라고 인식하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먼저 국내 정치 시스템과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매우 크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정치는 소수 기득권층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며(87.2%), 다수의 국민 의견은 묻히고 있다(86.4%)는 데 대부분 공감했다. 10명 중 8명(80.4%)은 국정운영과 관련한 개인 의견이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은 것 같다고도 응답했다. 설령 자신 의견이나 생각이 해당기관에 전달된다고 하더라도 반영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인식도 무려 77.6%에 달했다.

당연하게도 우리나라 정치는 국민의 참여로 이뤄지는 것 같다는 시각(20.4%)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렇게 정치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전반적으로 큰 상황에서 우리 국민은 최근의 촛불집회가 정치 변화를 이끌어낼 하나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전체 응답자의 10명 중 7명(74.5%) 정도가 국민으로서 의사를 표현하는데 집회가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바라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인식은 여성과 40대에서 좀 더 강했으며, 특히 정치성향이 진보적일수록 훨씬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69.7% "정당이나 의회가 집회 주도하는 건 옳지 않아"

집회를 바라보는 이들의 인식도 과거에 비해 많이 변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10명 중 7명(69.2%)이 집회도 축제처럼 즐길 수 있는 일종의 ‘문화’라고 응답했다. 집회는 과격하며, 정치적인 구호만 난무한다고 여기던 과거의 일반적인 태도와는 많이 달라진 인식을 발견할 수 있다. 다양한 행사 및 활동과 연계된 최근의 집회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우세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집회도 즐길 수 있는 문화라는 인식은 40대(74.4%)와 진보층(82.8%)에서 크게 두드러졌다. 이에 비해 집회에 연예인을 초대하거나 콘서트를 여는 등 축제 분위기로 진행되는 게 조금 어색하다는 의견은 36.2%에 그쳤다.

그러나 특정 정치세력이 집회를 주도하는 모습에는 반대하는 시각이 분명했다. 전체의 69.7%가 정당이나 의회가 집회를 주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을 내비친 것으로, 집회는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의견 개진을 위해서 활용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보편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50대(76.8%)와 보수층(79.4%)에서 이런 의견이 좀 더 강한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었다.

◆촛불집회 계기로 국정에 좀 더 많은 관심…젊은 세대 '정치>연예'

촛불집회와 관련한 인식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79.1%가 이를 계기로 국정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됐다고 응답했다. 정치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던 상당수 국민이 이번 국정농단 사태와 촛불집회를 계기로 참여 방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특히 여성과 젊은 세대에게는 중요한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촛불집회가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했던 국민이 반성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는 시각도 10명 중 8명(79.2%)에서 나타났으며, 실제 전체 응답자의 73.8%가 '최근처럼 정치에 관심이 있었던 적도 없었다'고도 응답했다. 10명 중 6명(58.2%)은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 중 이번 집회에 참여한 사람이 많다고도 답했다.

또한 촛불집회를 통해 국민 의식수준이 한층 높아진 것 같고(78.4%), 국민이 참 대단하다(82.6%)고 대부분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정치적 성향에 따라 다소 엇갈리는 편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진보성향에 비해 보수성향 응답자들은 이런 시각에 동의하지 못하는 태도를 강하게 내비쳤다.

◆촛불집회 가장 큰 소득, 정치인들이 국민 두려워하게 된 점 많이 꼽아

촛불집회를 통해 우리나라가 얻은 소득으로도 정치참여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고조되었다는 점(70.4%·중복응답 기준)을 꼽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특히 연령이 낮을수록 이런 평가를 많이 해 평소 정치를 등한시한다고 여겨지던 젊은 세대들의 주변에서 일어난 변화도 감지해볼 수 있었다.

또한 남성(66.8%) 보다는 여성(74%), 그리고 진보층이 정치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을 보다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이와 함께 정치인들이 국민을 두려워할 줄 알게 되었고(64.6%), 국민이 단합되었으며(58.9%), 정치적 무관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56.6%) 계기였다는 의견도 상당했다. 무능한 정치인에 대한 분별력을 키우게 되었다는 점을 꼽는 이들(48.5%)도 적지 않았다.

앞으로 또 다른 국가적인 이슈가 일어났을 때도 이번처럼 집회가 열릴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국민의 대체적인 의견이었다. 다만 국가적으로 큰 이슈에 한해 집회가 열릴 것이라는 시각(35.2%)보다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상관없이 다양한 주제로 개최될 것이라는 예상(59.5%)이 좀 더 많았다. 촛불집회를 계기로 집회 문화가 일상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셈이다.

◆맞불집회,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졌다? "그건 네 생각이고…"

촛불집회와 반대되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흔히 ‘맞불집회’라고도 불리는 보수층의 ‘태극기집회’와 관련해서는 대체로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지만, 잘못됐다고 보기보다 생각이 다른 것이라고 바라보려는 태도도 엿볼 수 있었다.

조사 결과 2명 중 1명꼴(47.8%)로 맞불집회 의견도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고 응답했고, 이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의견(32.4%)보다 우세했다. 이런 의사는 50대(62%)와 보수층에서 좀 더 두드러졌다.

다만 상호 의견이 판이하게 다른 두 집회 성격상 갈등과 충돌에 대한 우려도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7명(69.6%)이 맞불집회로 세대 갈등이 다시 심화되는 것 같다고 답했으며, 이런 우려의 목소리는 20대(76%)와 진보층(79.5%)에서 더욱 큰 편이었다.

맞불집회가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졌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전체 10명 중 2명(18.8%)만이 선동된 것이 아닌, 국민 스스로 참여한 것이라고 바라봤다. 맞불집회의 목적을 묻는 질문에도 개인의 정치적인 의견을 보여주기(32.2%) 위해서라기보다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42.2%) 참석했을 것이라는 시각이 좀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에 비해 촛불집회에 참여한 이들의 목적에 대해서는 대부분 개인의 정치적 의견을 보여주기 위해서(73.6%)라고 평가했다. 자신의 의견과 생각을 내세우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했을 것이라는 시각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는데, 경제적 이익(13.7%)이나 학연 및 지연 등의 개인적 이유(12.7%)로 보는 시선은 드물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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