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甲'으로 귀환한 시중은행 "금리인상 지나치다"

CBS노컷뉴스 김학일 기자 입력 2017. 3. 18. 05: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시중은행이 부동산 업계에서 절대 '갑(甲)'으로 귀환했다. 가계부채 관리라는 명목으로 주택담보대출과 중도금대출 등 집단대출을 강하게 조이고 금리도 더 올릴 태세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에도 한국은행은 아직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았고, 부동자금이 1천조 원을 넘을 정도로 시중 유동성이 풍부하며, 주가와 환율 등 금융시장도 안정세를 보이는 등 대출 금리를 올릴 조건이 성숙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은행권의 부동산 대출 조이기는 '갑의 횡포'라는 반발도 나오고 있다.

◇ 시중은행, 부동산 乙에서 甲으로 등극

시중은행은 사실 2,3년 전만해도 강남 재건축 등 부동산 시장에서 을(乙)에 가까웠다.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아파트 재건축이 호황을 누리자 시중은행들은 이주비와 중도금 대출 등 재건축 관련 대출을 따내기 위해 경쟁했다.

재건축 조합원들의 마음을 사기위해 설명회를 열고, 대출금리도 일부 깎아주기도 했다. 대출은 수천억 원대로 대규모이면서도 분양은 100% 완판이 예상된 강남 재건축 단지는 은행으로서는 놓치기 아까운 영업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8.25 가계부채 관리대책과 11.3부동산 규제를 거치면서 상황은 크게 바뀌었다.

금융위와 금감원 등 금융당국이 1344조원이 넘은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초점을 맞추면서 시중은행들을 감독하자, 일선 은행들은 이에 편의주의적인 방법으로 대응했다.

문제가 되는 가계부채를 정교하게 고르기 보다는 가장 손쉽게 가계 대출을 줄일 수 있는 아파트 중도금 대출, 잔금 대출, 이주비 대출 등 집단대출 조이기에 나선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지시에 따라 올해 가계부채 총량의 증가한도를 연 6%로 제한하는 여신 가이드라인을 운영하다 보니, 은행으로서도 가계 대출을 까다롭게 할 수 밖에 없고, 그 결과 집단대출을 엄격하게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실제 6대 시중은행의 올 2월 집단대출 잔액은 111조 2075억 원으로 전달보다 5000억 원 이상 줄었고, 이 과정에서 금리도 치솟았다.

한국주택협회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시중은행의 집단대출 금리는 최대 4.13%까지 올랐다. 지난해 5월 3.2~3.7%였던 것에 비하면 최고 0.43%포인트 오른 것이다.

◇ 강남4구도 중도금 대출을 확정하지 못하는 현실

이와 관련해 서울 강동구 고덕 2단지 재건축(고덕그라시움)은 은행권의 집단대출 조이기 실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대우건설과 현대건설, SK건설 등 대형 건설사가 시공을 맡는 고덕 2단지 재건축은 지난해 10월 일반분양에서 100% 계약을 이룬 인기 단지이지만, 여기조차도 18일 현재까지 일반분양 중도금 대출은행을 확정짓지 못했다.

이에 재건축 조합과 시공 건설사는 입주 예정자들에게 중도금 납부 일정을 일단 연기하고, 납부 일정도 추후에 확정되는 대로 공지하겠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고덕 2단지 재건축의 경우 일반분양자의 총 중도금 대출 규모가 8천억원 정도인데, 이 중 5천억 원은 하나, 기업, 우리은행 등 1금융권이 맡고, 3천억 원은 제2금융권인 단위농협이 대출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면서도 "재건축 단지 한 곳에 4개 은행이 대출자로 나서는 것 자체가 대출한도를 늘리지 못하는 은행들의 속사정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올 1월 현재 중도금 집단대출 협약을 체결하지 못한 아파트 단지가 전국에 50개, 금액으로는 9조원이 넘는다는 한국주택협회의 조사도 있다.

◇ "시중은행, 금리를 올릴 명분이 없다"

문제는 이미 움츠러든 집단대출과 주택담보대출 등 부동산 대출이 앞으로 더 까다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지난 15일 금리를 추가로 0.25% 올린 데 이어, 올해 두 차례 금리를 더 올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는데도, 시중은행들은 '선제적 대응'이라는 명목으로 이미 집단대출과 주택담보대출 등의 금리를 인상해온 만큼,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현재 3,4%대에 머물고 있는 주택담보대출과 집단대출 금리가 조만간 5%대를 바라 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금융권의 금리인상에 대해서는 "지나치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금리 인상에도 외국인 자금의 유입으로 코스피 지수가 2년 만에 2160선을 넘어서고 원 달러 환율도 1130원에서 거래되는 등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시중 부동자금이 천조 원을 넘을 정도로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은행들이 예금금리의 인상 도 없이 안전자산인 부동산 대출의 금리를 올리는 것은 금융 갑(甲)의 횡포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도 가계부채 관리라는 금융당국의 정책방향을 따르는 것인 만큼 부동산 대출과 금리와 관련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다만 중요한 것은 정부의 관심과 의지일 텐데, 탄핵과 대선일정 등 정치적 변수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국정에 빈틈이 생기면서 당국 간 의견 조율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새 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시간만 보내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CBS노컷뉴스 김학일 기자] khi@cbs.co.kr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