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못 버티고.. 강남 VIP 산부인과조차 문닫아

임주언 민태원 기자 2017. 3. 17.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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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모(37)씨 부부는 둘째아이 출산을 3개월 앞두고 급하게 새 산부인과를 알아봐야 했다.

지난 1월까지 진료 받아오던 산부인과가 지난달 갑자기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연예인 출산으로 이름을 날렸던 서울 강남의 유명 산부인과가 갑작스레 폐업할 정도로 산부인과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산부인과 전문의들도 분만을 기피하고 외래진료만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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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산후조리원 '도미노 폐업'.. 산모들 애간장

송모(37)씨 부부는 둘째아이 출산을 3개월 앞두고 급하게 새 산부인과를 알아봐야 했다. 지난 1월까지 진료 받아오던 산부인과가 지난달 갑자기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강남에서 유명한 VIP병원으로 입소문을 탔던 곳이라 충격은 더 컸다. 송씨는 “지난해 5월 이 산부인과에서 첫째아이를 낳고 만족해서 다시 찾은 건데 이럴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불똥은 같은 건물에 있는 동명의 산후조리원으로 튀었다. 산부인과 폐업 후 불안해진 산모들이 줄지어 산후조리원 예약을 취소했다. 결국 조리원도 이달 말 폐업을 결정했다. 두 곳을 같이 예약했던 송씨는 이중으로 피해를 보게 됐다.

산후조리원에 계약금 79만원을 낸 장모(34·여)씨도 황당하긴 마찬가지다. 산후조리원 측은 추가 비용 없이 더 괜찮은 곳을 소개해주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출산을 한 달여 앞둔 장씨는 “갑작스럽게 이런 일을 겪어 심리적 안정을 취해야 하는 시점에 도리어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연예인 출산으로 이름을 날렸던 서울 강남의 유명 산부인과가 갑작스레 폐업할 정도로 산부인과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다. 산모들은 ‘출산 난민’이 되고, 연관된 산후조리원까지 문을 닫을 경우도 있어 피해는 더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0년 1050곳이었던 분만실은 지난해 755곳으로 크게 줄었다.

산부인과에 무슨 일이 생기고 있는 걸까. 강남의 이 산부인과의 경우 지난해부터 경영난을 겪어왔다고 한다. 값비싼 강남 지역 임대료가 경영난의 1차 이유였다. 해당 산부인과 원장은 빌딩 지하 1층을 소아과로, 지상 1∼3층을 산부인과로 사용했다. 인근 빌딩의 임차인과 부동산업자의 말을 종합하면 4개 층 월 임대료는 3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주변인들은 임대료 압박이 심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한 달에 분만이 20건일 때 병원 운영비만 2000만원이 든다. 여기에 비싼 임대료와 마케팅 비용까지 합치면 정상적으로는 운영이 힘들다.

저출산 현상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폐업 산부인과를 이용한 한 산모는 “좀 불안불안할 정도로 환자가 없었다”며 “신생아 출생이 줄어드니 병원 유지가 아무래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법제이사는 며 “지방의 경우 하루 산부인과 내원 환자가 10명 내외일 정도로 환자 자원 자체가 적다”며 “산부인과 병원들은 존립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 법제이사는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분만 수가는 10% 상승에 그쳤다”며 “우리나라는 전반적으로 의료 수가가 낮다. 다른 과들은 그럭저럭 버틸 수 있지만 산부인과는 버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산부인과 전문의들도 분만을 기피하고 외래진료만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여성전문 클리닉 등으로 전환하고 분만은 대형병원에 맡기는 방식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이용민 소장은 “분만 취약 지역에는 국가에서 병원을 짓고 산부인과 의사를 고용하는 식으로 운영을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임주언 민태원 기자 eon@kmib.co.kr, 일러스트=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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