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불아귀' 소신 가진 김수남 "수사팀 의견 최대한 존중"

현일훈 2017. 3. 17. 01:2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1일 박근혜 전 대통령 소환
대검 내부 "조사 뒤 엄정 처리" 기류
동정론과 처벌론 혼재하는 상황
"국민과 국익 관점서 판단" 의견도
대선 기간, 정치적 파장도 무시못해
16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8층 검찰총장실엔 손에 서류 뭉치를 든 대검 간부들이 분주히 드나들었다. 이들은 평소보다 발걸음이 빨랐고 표정도 심각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소환(3월 21일)을 앞둔 엄중한 분위기가 직원들의 움직임에도 나타났다.
대검 관계자는 “김수남 총장이 수시로 박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한 전반적인 상황을 간부들과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총장은 최근 회의에서 수사팀(특별수사본부)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검찰 고위 관계자는 “헌정 사상 네 번째 전직 대통령 조사라는 점에서 국민 여론과 국가의 품격 등 수사 외적 요인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이 소환되는 다음 주는 김 총장에겐 ‘결단의 시간’이다. 국정 농단 사건 수사의 대단원이 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 처리 여부와 그 수위를 결정해야 한다. 구속영장 청구 여부도 최종적으로는 김 총장의 판단에 달려 있다. 복수의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김 총장은 최근 간부회의 등에서 “수사 상황을 지켜보고 간부들의 의견도 듣겠다. 책임도 최종적으로 총장인 내가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법조계에선 김 총장이 세 가지 요소를 고려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게 원칙론이다. 김 총장은 지난해 ‘1기 특수본’ 수사가 진행될 당시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해지자 간부회의에서 『한비자』에 나오는 ‘법불아귀(法不阿貴·법은 신분이 귀한 사람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를 인용했다. 당시 현직 대통령을 상대로 배수진을 친 검찰의 강경 태세는 이런 김 총장의 의지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후 김현웅 법무장관과 최재경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명했다. 대검 내부에서도 ‘선 조사, 후 엄정 처리’의 기류가 유지되고 있다.

한 고검장급 인사는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종범’들은 다 구속하면서 ‘주범’에 해당하는 인물(박 전 대통령)은 불구속 수사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이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대기업을 압박하거나 청와대 기밀 문건을 최순실씨에게 넘긴 혐의 등으로 구속된 현실을 비켜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민 여론도 김 총장이 고려해야 할 요소다. 동정론과 처벌론이 혼재하는 상황에서 국민 감정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 총장이 국민과 국익의 관점에서 과연 무엇이 옳은지를 고심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소환 이후 여론 향배에도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장의 결단에 따른 정치적 파장도 부담스러운 요소다. 5월 9일로 확정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는 박 전 대통령의 사법처리 수위가 표심에 미칠 영향과 그 손익을 따질 수밖에 없다. 표면적으론 자유한국당은 신중한 모습을,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구속 수사’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익명을 원한 한 야당 인사는 “박 전 대통령 구속을 가정해 봤을 때 그 반작용으로 보수층이 결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대북제재 구멍, 중국이었네···유엔보고서 적발 건 보니

중국에 유령회사 세운 北 김철삼, 주소가 평창동?

"도시바·샤프의 몰락··· 한국기업도 훅 갈 수 있다"

이순신·진린 가문 400년 우정, 사드 갈등에 금 가다

돼지국밥 아니고, 돼지곰탕! 하루 100그릇만 파는 집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