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근혜 파면된 날, 김재규 묘에 시바스리갈 놓인 까닭
박근혜 탄핵 후 묘소 찾는 발길 늘어
'내란목적살인죄서 재평가' 움직임도
김 부장은 박정희의 고향(경북 구미) 후배이자 육사 동기(2기)였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유신정권의 핵심 인물에서 박정희 저격 이후 ‘대역죄인’으로 낙인 찍혔다. 김 부장의 묘는 일부러 숨겨 놓은 것처럼 공원묘원의 정상 부근(해발 380여m) 깊숙한 곳에 조성돼 있었다. 주변에 심어진 소나무에 가려져 입구 쪽에서 묘소가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생전에 심한 간경화를 앓았던 김 부장은 평소에 술을 마시지 않았다. 하지만 박정희를 저격하기로 결심을 굳히고 38년 전 10월26일 저녁 청와대 인근 궁정동 소행사장 테이블에 놓인 시바스 리갈을 마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부장 묘 상돌 위 시바스 리갈 양주병은 거의 비워진 상태였다. 대신 영정사진 앞 종이컵에는 이 술이 거의 가득 차 있었다.
지난해 12월 9일 탄핵안의 국회 통과 이후 상석 위에는 시바스 리갈 3병이 올려져 있었는데 당시엔 모두 빈병이었다. 현재 술이 남은 시바스 리갈 병이 있다는 것은 최근 누군가 새로 가져다 놓았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김 부장의 평전, 과거 신문기사 등을 종합해 보면 중정 안전국은 구국여성봉사단 총재 최태민의 부정행위를 조사한다. 조사 결과 구국봉사단을 이용한 최태민의 부정행위에는 횡령 14건, 권력형 비리 13건, 이권개입 2건 등 다양했다. 김 부장의 보고를 받은 박정희는 청와대에서 최태민을 직접 심문하지만 처발하지 않는다. 도리어 최태민을 구국봉사단 명예총재에, 박근혜를 총재에 각각 임명하는 선에서 사건을 봉합한다. 박정희가 김 부장의 직언을 듣고 최태민을 단죄했으면 이번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 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 부장의 1심 재판부터 변론을 맡은 안동일(77) 변호사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박정희가)그때 (박근혜와 최태민의)악연을 끊었어야 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박정희의) 크나 큰 과오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명예회복의 길은 아직 녹록치 않아 보인다. 80년 대법원 선고 이전부터 김 부장의 구명운동을 벌여온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재야인사 등은 김재규 재평가 작업을 해왔다. 하지만 문민정부(김영삼)는 물론 국민의 정부(김대중), 참여정부(노무현) 때도 내란목적살인죄를 벗지 못했다. 각 정부마다 정치적 셈법이 다르게 작용했고, 박정희의 막강한 영향력 때문에 누구도 섣불리 나서길 꺼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박정희와 박근혜 부녀 대통령 시대의 지배이데올로기인 권위주의 개발독재, 하향식 통치, 민주주의와 인권 억누르기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및 파면으로 사실상 종식된 상황에서 김부장에 대한 새로운 평가 작업이 이제는 진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2004년 7월12일 김재규 부장의 부인 김영희(87)씨 명의로 행정자치부 산하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에 민주화운동보상심의를 신청했다가 유족이 스스로 취하했다고 지원단 측이 밝혔다. 이와관련 안동일 변호사는 “당시 참여정부에서 김 부장에 대한 명예회복이 제대로 진행 되지 못했다. 명예회복을 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 관계자는 “(김재규 부장의) 유족 외에는 민주화운동보상심의 신청자격이 없는데 지난번 취하한 이후 추가로 신청은 접수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동일 변호사에 따르면 김부장의 부인 김영희씨와 외동딸 수영(64)씨는 현재 미국에 거주 중이라고 한다.
김 부장의 추모비 중에 ‘의사(義士)’와 ‘장군(將軍)’이란 글자가 정으로 추정되는 도구로 훼손돼 있다. 박정희를 저격한 김 부장을 의사나 장군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세력들의 소행으로 보인다.
전두환 신군부의 서슬 퍼른 법정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유신의 심장을 쐈다”고 역설한 김재규 부장. 박정희 시대의 종언을 이야기 하는 지금도 김재규에 대한 재평가는 사실상 ‘금기(禁忌)’로 남아 있다. 경기도 광주=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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