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 前 대통령 자택 집기·가구까지 전권 갖고 챙긴 최순실

이지용,박재영 2017. 3. 1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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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주역 최순실씨가 지난 2009~2011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살고있던 서울 삼성동 자택을 자신의 집처럼 수시로 드나들며 침대·의자·가습기를 비롯해 화장실까지 꼼꼼이 챙겼던 정황이 포착됐다. 두 사람의 관계가 단순히 '친밀함'을 넘어서 사실상 한 몸처럼 대·소사를 공유한 공동체 사이라는 얘기다.

이처럼 박 전 대통령의 모든 걸 챙겼던 최씨가 없는 현재 윤전추·이영선 행정관이 자리를 대신 메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매일경제신문이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가 막 시작된 10월 단독 입수한 최순실씨가 사용했던 다이어리에는 총 40여 회에 걸친 메모중 5회에 걸쳐 '삼성동'이라고 표기된 메모가 있다. 본지는 해당 다이어리를 입수한 후 검찰 압수수색 직전 증거파기 의혹, 최씨 소유의 미승빌딩의 비밀금고 의혹과 다이어리에 나타난 딸 정유연(개명후 정유라)과 평창 승마장 설립 추진 등 관련 내용을 단독 보도했지만 삼성동 부분은 당시 별도 보도하지 않았다.

최씨의 다이어리에서 삼성동이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9년 11월 19일자 메모부터다. 해당 메모에는 '삼성동→봉투전달, 정주임'이라고 쓰여져 있다.

정주임이란 사람을 통해 봉투를 삼성동으로 전달했다는 내용이다. 아울러 같은 달 24일에는 '유연 12시'라는 짧은 글과 함께 '삼성동 가습기 수리'라는 내용이 나오는 데 당시 중학생이던 딸의 일정을 챙긴 뒤 삼성동에 들러 가습기 수리일을 처리했던 내용으로 추정된다.

최순실 다이어리에서 삼성동 언급은 2011년 들어서도 계속 이어진다. 1월 3일자에는 '삼성동-2층 화장실' '전기XX(정검)'이라고 간단히 메모된 부분이 있다. '정검'이라고 쓴 부분은 '점검'이라고 써야 할 글자를 잘못 쓴 것으로 보인다. 최씨는 지난해 청문회 불출석 사유서에 '공항장애'(공황장애) '심신회폐'(심신피폐) 등 엉터리 맞춤법을 썼다가 청문회장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화장실 전기설비에 뭔가 문제가 있어 점검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같은 달 '24일'로 표기한 메모에선 '삼성동-침대 의자'라는 내용이 있다. 삼성동에 침대와 의자를 가져다 주거나 구입해 준 내용으로 보인다. 아울러 같은 달 31일에는 '삼성동→압구정. 포장 2개'라는 부분이 있다. 삼성동에서 포장을 한 어떤 물건을 압구정으로 옮겼다는 내용으로 해석된다.

최씨의 다이어리에서 언급된 삼성동이 박근혜 대통령의 당시 자택이 맞다면 결국 최씨는 수시로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사저를 내 집처럼 드나들며 각종 잡일을 처리하는 사실상의 소유주와 같은 역할을 해왔다는 얘기가 된다. 당시 최씨가 소유한 부동산은 강원도 평창 땅과 압구정 미승빌딩 등으로 삼성동에는 별도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지 않아 다이어리에 언급된 삼성동이 박대통령 사저를 일컫는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최씨의 사저관리는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한 지난 2013년 이후에도 계속됐다. 최 씨는 자신의 직원 문모 씨를 시켜 자택 관리와 수리 등을 해왔고, 자택에 상주하는 관리인 급여도 최 씨가 직접 지급한 것으로 특검은 파악하고 있다. 관리인 역할을 자처했던 최씨가 없는 현재 박 전 대통령 자택에는 윤전추 행정관과 이영선 행정관이 드나들며 집안관리 및 수행업무를 맡고 있다. 유명 헬스트레이너 출신의 윤 행정관은 현재 연가를 낸 상태로, 곧 사표를 내고 박 전 대통령을 수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행정관은 사저 인근에 경호사무동(경호동)을 임대, 20여명의 경호인력을 관리하는 것을 비롯해 각종 집안 관리까지 맡고 있다. 요리 및 주방살림은 청와대에서 박 전 대통령 식사를 챙겼던 70대 요리사 김 모 씨가 사표를 낸 뒤 같이 살며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검정색 K7차량을 타고 수시로 드나들지만 차량에는 썬팅이 돼 있어 정확한 출입내역을 파악하기 힘들다.

박 전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그림자처럼 보좌한 안봉근 전 국정홍보 비서관과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배경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가장 설득력을 얻는 것은 검찰조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인 만큼 적극적으로 보좌하기가 어렵다는 이유다.

[이지용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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