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혁신가] SBS 모비딕 "쌈 싸먹고 요가 하는 인터뷰.. 첫째도 둘째도 재미"

신성헌 기자 2017. 3. 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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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콘텐츠 '모비딕' 총괄 박재용 모바일제작사업팀장정치인·격투기 선수 '엉뚱한' 인터뷰로 인기… 누적 조회 수 1억 돌파

박재용 SBS 모바일제작사업팀장 /신성헌 기자

인터뷰 도중 라면이 등장한다. 진행자와 응답자가 후후 입김을 불어가며 면발을 넘긴다. 개그맨 양세형이 진행한 표창원 의원 인터뷰의 한 장면.

유승민 의원 편에는 야구 배트, 안희정 지사 편에는 상추와 배추, 김동현 선수 편에는 샌드백, 방송인 타일러 라쉬 편에는 포커 카드가 등장했다.

매주 목요일 오후, SBS의 모바일 채널 '모비딕'에는 다소 엉뚱한 인터뷰 영상이 올라온다. 개그맨 양세형이 인터뷰이와 탁구 시합을 벌이고, 서로 쌈을 먹여주고, 링 위에서 격투기 기술을 익힌다. 소위 '잠룡'으로 불리는 거물급 정치인들은 인터뷰어의 돌발 질문에 당황한다.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유저들은 이런 모습에 크게 열광한다. '양세형의 숏터뷰'의 흥행에 힘입어, 모비딕은 최근 누적 조회 수가 1억을 돌파했다. 모바일(Mobile)과 딕테이터(Dictator·지배자)의 합성어인 모비딕은 '모바일 지배자'라는 의미처럼 영역의 구분 없는 갖가지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다.

방송인 김기수가 메이크업 비법을 알려주는 '예쁘게 살래 그냥 살래(예살그살)', 사업가 홍석천의 건축 이야기를 다룬 '경리단길 홍사장', 먹방 프로그램 '99초 리뷰'도 모비딕 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콘텐츠다. 모비딕의 페이스북 팔로워 수는 론칭 9개월 만에 7만3700여명을 훌쩍 넘었다.

모비딕의 제작 총괄을 맡은 20여년 차 예능 PD 박재용 모바일제작사업팀장을 만났다.

-'숏터뷰'의 롱런 비결을 꼽자면. "다양한 인물을 섭외해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고, 코믹한 내용으로 접근한 게 먹혔다.

제작 과정의 에피소드가 많다. 표창원 의원 편에서는 보좌관들이 '이런 질문이 나가도 되냐'면서 제지하기도 했다. 이재명 시장은 연출된 청문회 상황을 태연하게 받아들여 제작진이 당황했다."

-초기엔 영상 분량이 2분대였는데 점차 늘어났다. "페이스북만 해도 길이가 짧아야 공유 수가 많다. 하지만 점차 구성의 완결성을 위해 분량을 늘리기로 의견을 모았다. 유튜브에서는 러닝타임이 길수록 조회 수가 늘어나더라. 페이스북에서 덜 보긴 하지만, 모비딕에 익숙해진 유저들은 (분량이 늘어도) 꾸준히 조회하는 경향이 있다."

모비딕은 네이버 TV, 카카오 TV, 피키캐스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를 주요 플랫폼으로 활용한다. 채널은 더 늘어날 계획이다.

-지상파 3사 중 MCN(다중채널네트워크) 콘텐츠 제작을 가장 늦게 시작했다. "TV 방송만으로는 시청자 이탈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해 모바일 사업을 시작했다. 늦은 감이 있다. KBS, MBC와는 다른 길을 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내부에 있었다. KBS는 사업 초기 중국의 왕홍(網紅·파워 블로거) 마케팅에 주력했다. MBC는 예능에 특화된 방송을 했다. 둘 다 지속적인 생태계를 만들지 못했다.

모비딕은 '스튜디오 모델'이다. 제작과 유통, 채널까지 한꺼번에 해결한다. 독일의 '스튜디오 7' 방식을 참고했다. 미국의 버즈피드도 본다. 다만 모비딕이 '스낵커블 콘텐츠(스낵 먹듯이 소비하는 콘텐츠)'만 만드는 건 아니다. 모바일 웹에서는 장르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구독자가 원하는 건 재미다. 제작 인력은 PD 6명을 포함해 24명이다."

모비딕은 주로 1인 크리에이터가 진행하는 MCN보다 '모바일 전용 콘텐츠'를 제공하는 채널에 가깝다. 박 팀장은 이런 지적에 대해 "넓게 보면 99초 리뷰, 예살그살도 MCN에 속한다. 모비딕에 MCN 요소를 더 추가할 예정"이라며 "MCN의 영역이 넓어져서 웹 예능의 한 장르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답했다.

2월 9일 방송된 '양세형의 숏터뷰' 37회 개그맨 유세윤 편/사진=SBS 모바일제작사업팀 제공

◆ 모비딕, 모바일·TV 멀티 편성… "MCN, 웹 예능 한 장르 될 것"

-20년 넘게 예능 PD로 활동했다. "지상파 예능은 다양한 계층, 세대,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반면 모바일은 특정 부류를 타깃으로 한다. 표현 방식과 플랫폼이 다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콘텐츠의 본질은 같다. 재미가 필수다."

-뉴미디어를 새로 시작하면서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을 텐데. "딩고(Dingo), 72초TV처럼 1~2분 분량의 기존 MCN 영상과 차별화해야 했다. 퀴즈쇼 방식의 '붐의 럭키프라이데이'는 생각보다 모바일스럽지 않았다는 평가가 있었다. TV 콘텐츠와 비슷하게 만들었더니 시청자의 반응이 뜨겁지 않았다."

-기존 MCN 업체의 사례를 참조했나. "지난해 6월 론칭 전 모바일 콘텐츠 제작사 메이크어스의 딩고, 피키캐스트 담당자를 만났다. 72초TV와 협업도 논의했다."

-모바일 콘텐츠를 TV에도 편성한다.

"방송인 홍석천이 진행하는 경리단길 홍사장을 지난해 추석 연휴에 TV 특별 편성했고 2.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모바일은 (표현이) 자유롭다. TV 방송에 부적합하거나 적나라한 표현은 그 수위를 낮춘다. 다만 편집을 너무 많이 하면 고유의 맛이 사라진다."

◆ 모 채널·하위 채널 교차 전략으로 트래픽 끌어올려

-뷰티, 게임, 음식, 인터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의 별도 (페이스북) 페이지가 있다. "모비딕이라는 모 채널과 방송국에 사는 언니들(방언니), 경리단길 홍사장 등 하위 채널이 있다. 방언니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예살그살은 젊은 여성이 주 타깃인 뷰티 콘텐츠다. 숏터뷰는 40~50대도 본다. 모 채널과 서브 채널에 둘 다 올린다. 트래픽에 도움이 된다."

-모든 연령대를 타깃으로 한 전략일까. "주 타깃은 25~34세 10년 차 미만 직장인들이다. 숏터뷰는 코미디와 정치를 섞은 시도가 신선했다는 반응이다. 안희정 지사 편은 200만뷰를 넘게 기록했다."

-모바일이 대세라고 하지만, 수익성은 여전히 취약한데.

"모바일 제작자의 공통된 고민이다. 협찬 수익이 여전히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콘텐츠 커머스도 시도한다. 수출도 염두에 둔다. 저희 센터는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로의 뷰티 콘텐츠 수출에 관심을 두고 있다. 중국은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으로 막혀 있는 상태라 어렵다."

-기획 중인 아이템은.

"단편 영화처럼 스토리를 담은 '드라마타이즈(Dramatize)' 제작 기법을 선보일 예정이다. 웹 예능에 연기자들이 출연하는 드라마 콘텐츠를 올해 두 개 정도 구상 중이다. 거기에 가수가 출연하는 음악 방송도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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