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w York Times] 포퓰리즘 이기는 약은 '중도'의 세력화

2017. 3. 16.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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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레어전 영국총리
트럼프, 브렉시트, 두테르테 등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우파 포퓰리즘에 인류가 격분하고 있다. 막장 수준의 포퓰리즘이 창궐한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정치의 형질이 변하고 있다. 대서양 양안(유럽과 미국)에서 똑같이 발견되는 ‘우파 포퓰리즘’ 바람이 그것이다. 이들은 전통적 보수를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 신보수연합체다. 그 구성원은 누군가. 두 그룹이다. 우선 원래 좌파 성향이었지만 세계화로 인해 뒤처졌다고 느끼는 노동자들이 있고 다음으로 자유주의를 배격하는 전통적 우파가 있다. 두 그룹은 이민자들과 ‘정치적 올바름’ 같은 헛소리 때문에 자신들이 피해를 보았다고 본다. 유엔 대신 민족국가가 답이라고 본다. 전통 엘리트층에 실망해 트럼프처럼 주위 시선에 신경 쓰지 않는 강단 있는 인물이 지도자감이라고 확신한다.

이것은 혁명이다. 경제적 측면도 있지만 전반적으론 문화혁명이다. 신보수연합은 레이건-대처 시대의 신자유주의 연합과도 큰 차이가 있다. 1980년대 노동자들이 레이건식 우파에 손을 들어준 이유는 자신들의 물질적 욕구를 좌파 정당들이 충족시켜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문화혁명이 아닌 경제혁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신보수연합의 포퓰리즘은 이성적 설득이 아니라 감정적 표출에 가깝다. 트럼프 같은 리더의 도발에 응해 기꺼이 분노에 빠져든다. 그 결과 공적 담론은 극단으로 분열되고, 극단을 선택한 개인들의 소속감은 강화된다. 이들은 자신들의 리더가 집권해도 권력에서 계속 소외된 것처럼 행동한다.

이런 의식의 변화는 일자리가 사라지고 공동체가 파편화되면서 일어났다. 세계화가 지구촌을 한층 가깝게 만들었고, 나라들을 가르던 경계선이 흐려진 것도 일조했다. 좌파들도 혼란에 빠지기는 마찬가지다. 우파 포퓰리스트(신보수연합)들이 세계화에 반대하기 시작하면서 좌파는 우파와 통하는 측면이 생겼다. 하지만 좌파가 모든 문제의 원흉으로 보는 건 이민자가 아니라 기업이다. 엘리트 지도층을 싫어하는 점도 우파와 좌파 포퓰리스트들이 동일하지만 우파는 자유주의자를 엘리트로 보는 반면 좌파는 부유층을 엘리트로 본다.

이런 좌파 포퓰리즘에는 큰 오류가 있다. 우파 포퓰리즘의 위험한 논리를 일부 수용하는 바람에 진보적 어젠다에 대한 냉소를 확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중도 정치의 약화다. 중도 정당과 정치인들은 그동안 기득권 수호에 급급해 유권자들의 변화 요구에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다. 그 결과 중도 진영은 자멸하고 좌우 포퓰리즘만 득세한 것이다.
이런 현상은 일시적인 것일까.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정치의 개막을 알리는 것일까. 유럽과 미국의 정당은 산업혁명 이래 자본주의·사회주의 대립 구도에 뿌리를 둬왔다. 그러나 신보수 포퓰리즘의 등장은 이런 구도에 큰 균열을 내고 있다.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아버지는 전통적 보수, 즉 사회·경제적 보수파였다. 그러나 지금의 보수층은 그런 틀에 들어맞지 않는다. 친기업 성향이지만 동성애를 지지하는 등 보수와 진보가 혼재된 이들이 많다. 따라서 이제는 전통적 의미의 좌·우파 대신 ‘개방 대 폐쇄’로 구분해야 한다. 개방주의자는 세계화는 문제도 많지만 기회도 준다고 본다. 반면 폐쇄주의자는 나라 바깥을 위협으로 인식한다. 양자의 대립은 기존 정당을 초월해 이뤄지므로 선거 구도가 혼미해질 수밖에 없다. 아직 유럽과 미국에서는 전통적 좌·우파 정당이 정치를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급진적 포퓰리즘의 압박으로 정치판의 과격성은 강해지고 있다. 영국 노동당과 프랑스 사회당의 득세가 좋은 예다.

이에 따라 중도에 큰 공백이 생겼다. 진보 정치인은 중도에서 새 동맹을 구축할 전략을 짜야 한다. 이민과 이슬람 극단세력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일자리 격감 등 위기를 해소해줄 정책 어젠다를 제시해야 한다. 실리콘밸리의 기술혁명가와 정부 관리들이 손잡는 게 가장 중요하다. 지금은 그 둘 사이에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간극이 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는 일자리를 줄이겠지만, 이를 활용해 민생을 개선할 기회도 무궁무진하다. 일례로 기술혁명이 진전되면 의료보험 서비스가 혁명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 또 세금과 복지를 개혁해 분배의 공평성을 확대하고, 무역과 첨단기술로 피해를 볼 지역사회에 대한 투자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미래의 먹거리 산업을 주도할 일꾼들을 육성하고 국가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도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달라진 정치환경에 맞게 정당 구조도 개혁해야 한다. 기존 정당의 틀에 맞지 않았던 사람들은 ‘뻔뻔하다’는 비난을 듣더라도 공동의 명분을 내세워 정치세력을 형성해야 한다. “유럽연합을 개혁해 그 안에 남자”는 영국의 반(反)브렉시트 운동이 대표적이다.

포퓰리즘의 광풍에도 중도를 위한 정치는 죽지 않았다. 혁신이 필요할 뿐이다. 자유 민주주의가 살아남으려면 대중에 영합하기(populism)보다 대중의 마음을 얻는(popular) 연합을 구축해야 한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총리

◆원문은 중앙일보 전재계약 뉴욕타임스 신디케이트 3일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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