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작년 9월부터 문서파쇄기 26대 구입..증거 인멸 했나

김남일 최혜정 2017. 3. 15.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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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첫 보도 직후 2대 등
특검 압수수색 시도 전날까지 5차례
농단 의혹 고비마다 추가 구매
조직적인 증거인멸 의혹 일어
야당 "청와대 압수수색 신속히 해야"

황 대행 대통령기록물 지정권 논란
기록원 "가능" 학계 "법적 근거 없어"

[한겨레]

청와대 전경. 사진공동취재단

청와대가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본격 제기된 지난해 9월부터 올 2월까지 5차례에 걸쳐 문서세단기(파쇄기) 26대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조직적인 증거 인멸 작업을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15일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조달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청와대는 지난해 9월27일 세단기 2대를 구입한 것을 시작으로 올 2월2일까지 모두 26대의 문서세단기를 조달청을 통해 사들였다. <한겨레>가 케이(K)스포츠재단 이사장(정동춘)이 최순실씨의 단골 마사지센터 원장이라는 사실을 처음 보도(9월20일)한 지 일주일 만인 지난해 9월27일 세단기 2대 구매를 조달청에 요청했고, <제이티비시>가 대통령 연설문 등이 담긴 최순실씨의 태블릿피시(PC)를 보도한 다음날(10월25일)과 최순실씨 구속 나흘 뒤인 11월7일에도 각각 6대씩을 요청했다. 이어 올해 들어서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한창이던 1월11일과 특검팀의 청와대 압수수색 시도 전날인 2월2일에도 각각 6대씩을 구매 요청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건의 주요 고비 전후로 문서세단기 구입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청와대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기 전 6개월 동안은 문서세단기를 구입한 적이 없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의혹이 제기되고 수사가 본격화되자, 청와대가 수사 단서가 될 수 있는 문건을 파기하기 위해 문서세단기를 사들였다는 의혹이 나온다. 이 자료는 백 의원이 조달청에 ‘최근 1년간 청와대 물품 납품 내역’을 요청해 얻은 것이다.

청와대가 문서세단기를 구매하기 시작한 시점은,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대기업들도 관련 문서를 파쇄하던 시점과 겹친다. 지난해 9월28일 한 대기업은 두 재단 출연 관련 문서를 모두 파쇄하고, 관련 이메일도 삭제했다. 당시 이 기업의 한 임원은 <한겨레>에 “그룹 차원에서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출연이나 재단 설립과 관련한 자료는 모두 없애라는 요청이 왔다”고 말했다. 이틀 뒤인 9월30일에는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미르재단 사무실 앞에서도 세단기로 파쇄된 문서가 담긴 대형 쓰레기봉투가 발견되기도 했다.

백 의원은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증거 인멸에 나선 정황으로 의심된다”며 “청와대가 떳떳하다면 검찰의 압수수색을 허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도 “기록물 파기, 반출, 유실 염려가 있기 때문에 청와대 압수수색도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집권했던 지난 4년간의 청와대 기록물을 최대 30년까지 봉인하는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 권한’을 둘러싼 논쟁도 가열되고 있다. 대통령지정기록물은 최장 30년까지 비공개할 수 있어, 박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데 변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가기록원은 지난 13일 대통령 궐위 시 국무총리가 권한을 대행한다는 헌법 조항 등을 근거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지정기록물을 지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15일 “정부의 유권해석은 ‘본인의 기록을 본인이 지정한다’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취지에 어긋난다. 권한이 없는 황 권한대행이 지정하는 것은 봉인을 빙자한 증거인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기록학회장을 지낸 이승휘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장은 “2007년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만들 때는 대통령 파면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대통령 본인이 아닌 권한대행이 지정기록물 권한을 가진다는 법적 근거는 없다”며 “반드시 대통령지정기록물을 남겨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비공개 또는 비밀 여부만 판단해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하는 방법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혜정 하어영 김남일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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