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문서파쇄기 무더기 구입..누가 어디에 썼나?

서복현 2017. 3. 15. 21: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12일, 박 전 대통령-참모진 '은폐 대책회의' 정황
압수수색 무산으로 파기 여부 확인 안 돼

[앵커]

이처럼 청와대의 기록물 파기 우려가 확산되는 이유는 그동안 청와대와 핵심 참모들이 보여온 태도 때문입니다. 안종범 전 수석에게 이미 증거인멸 혐의가 적용된 상태이고 청와대는 검찰과 특검의 압수수색 시도에도 경내 진입을 막은 바 있습니다. 정치부 서복현 기자와 이 문제에 대해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일단, 오늘 나온 얘기가 청와대가 문서세단기를 무더기로 구입했다는 건데요.

[기자]

지난 1년 동안 청와대가 조달청을 통해 구입한 물품 목록을 봤더니 청와대가 그 전에는 구매 목록에 없던 문서세단기를 최순실 국정개입 사건이 불거진 이후, 9월 이후부터 4개월간 26대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구체적으로 JTBC 태블릿 PC 보도 다음 날, 작년 10월 25일에. 그리고 특검 압수수색 전날에도 조달청에 문서세단기 구매를 요구했다는 건데요. 요구한 곳은 어딥니까?

[기자]

문건을 보면 대통령비서실로 나옵니다. 대통령비서실은 각 수석실까지 총괄하는 곳이지요. 비서실 한 곳에서 이 많은 문서세단기를 쓰기보다는 각 수석실 등으로 배분했을 것으로 추정이 됩니다.

[앵커]

문서세단기를 집중적으로 구매한 이유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청와대의 태도를 봤을 때 핵심 수사 단서 등을 파기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고요. 이미 검찰에서는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증거 인멸을 했다고 보고 있는 것 같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검찰은 재판에서 안종범 전 수석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이른바 '대응 문건'을 공개했는데요. 여기에는 휴대전화는 교체가 답이다, 휴대전화 액정 우측 1/3 부분을 집중적으로 부수어야 한다, 전자레인지에 돌려야 안전하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사실이 명확하게 확인된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안 전 수석에게는 증거인멸 교사 혐의가 적용된 상태입니다.

[앵커]

특히 JTBC의 태블릿PC 보도 다음 날 바로 문서세단기를 많이 구매하려 했다는 것은 여러 가지를 시사하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한쪽에선 조작됐다고 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뭐하러 이런 걸 구매했냐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는 거고요. 안 전 수석의 수첩에서도 청와대가 은폐하려 한 정황들이 담겨있습니다.

[기자]

지난해 10월 12일인데요. 박 전 대통령, 우병우 전 민정수석, 안 전 수석, 김성우 홍보수석까지 모여 대책회의를 했는데요.

이때 내용을 적은 안 전 수석의 수첩에는 '모금 청와대 주도와 개입 X' '전경련 주도'라고 돼 있는데요.

안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이 재단 자체를 전경련이 주도하고, 인사는 청와대가 추천한 거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했습니다. 사실을 은폐하려 한 것이지요.

[앵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도 특검도 압수수색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종이 형태로 된 문건들이 뭐가 있을까요? 이 사건 수사에 필요한 단서 가운데 중요한 것들이 있을까요?

[기자]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것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요. 박 전 대통령은 최씨의 회사 관련 문건을 안 전 수석을 통해 대기업에 전달했습니다. 일감을 주라는 취지로요. 또 정 전 비서관과 최씨는 인편을 통해 문건을 주고받았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정 전 비서관에게서 받은 재단 관련 자료를 받아 다시 안 전 수석에게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범죄 단서들이 문건 형태로 오갔습니다. 최순실 씨와 비선 의료진 등이 보안 손님으로 출입했다면 그 내역 등도 문건 형태로 있을 겁니다.

[앵커]

그 문건들이 지금 있는지조차 확인이 안 되고 있는 것이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려 했지만 경내에 못 들어가고 임의제출만 받았고요. 여기에는 수사 핵심 단서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특검 역시 압수수색을 하려 했지만 청와대 거부로 무산이 됐습니다. 그러니까 청와대 내부 관계자 말고는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확인이 되지 않고 있는 겁니다.

어떤 문건이 있었고 지금도 있는지 아니면 파기됐는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단지 범죄 단서뿐만이 아닙니다. 박근혜 정부에 불리한 문서들이 파기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잖아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문제는 청와대 문서들은 사적 용도가 아니라 공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향후 국정 운영의 참고 자료가 될 수도 있고 역사적 가치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초'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만약 박 전 대통령이나 참모들에게 불리하다는 이유로 파기할 경우 그만큼 국가적 손실인 셈입니다.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