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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미래로 가는 길, 우선 데이터부터

조선에듀 입력 2017.03.15. 09:0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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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소프트웨어 교육이 의무화된다. 새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모든 걸 로봇이 하는 미래사회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로봇, 나아가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이라는 논리다. 알파고 쇼크 이후 유행어가 된 ‘4차 산업혁명’ 등의 키워드도 이를 뒷받침한다.

빌 게이츠는 인공지능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심대하다며 ‘로봇세’를 제안했다. 로봇이 내는 부가가치에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뜻이다. 영국의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게이츠를 비판했다. 인공지능 자체는 하나의 혁신일 뿐이다. 빌 게이츠가 개발한 MS 오피스 제품들과 마찬가지다. 누구도 엑셀에 세금을 매기지 않았다. 왜 인공지능 혁신에는 세금이 필요한가?

엑셀은 말할 것도 없이 업무를 혁신시켰다. 하지만 그 뒷면에는 ‘일자리 감소’가 있었다. 과거에는 주판을 활용하는 직원들이 많이 필요했다. 손으로 차트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엑셀은 사무직원 수요를 줄였다. 경영 지원팀의 규모는 지금도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엑셀은 모든 사무직원에 필수 요소가 되었다. 4차 산업혁명 이전에 엑셀 혁명, MS 오피스 혁명이 있던 셈이다.

현재는 어떨까? 미국에서는 많은 사무직에서 코딩이 기본이라고 한다. ‘데이터’ 때문이다. 데이터를 쌓고, 이를 가공하여, 데이터를 통해 소통하는 문화가 기저에 깔려있다. 우선 무엇보다 데이터를 많이 갖고 있다. 오바마는 개인의 데이터를 이용해 이메일을 개인화하여 유권자에 관심사에 맞춘 정책 홍보 메일을 보내 당선됐다. 미국 마트는 학생의 구매 데이터를 분석하여 부모보다 빨리 학생의 임신 여부를 알아냈다. 그만큼 데이터가 많고, 데이터 분석 기술 또한 뛰어나다.

한국은 어떨까? 한국은 데이터화가 부족하다. 작년 총선에서 여당은 유선, 야당은 무선전화를 기준으로 여론조사를 했다. 아무도 총선에 정확한 결과를 몰랐다고 한다. 정치의 시대이지만 다양한 여론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모은 기초 데이터조차 없다.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정치조차 이런데, 다른 분야가 잘 될 턱이 없다. 한마디로 사회가 데이터에 관심이 없다.

디지털화되면 기록된다. 미국도 데이터가 발달한 건 디지털화 덕분이었다. 디지털화는 필수적으로 사기업이 필요하기도 하다. 끊임없이 살아있는 생물처럼 발달해야 하는 IT 제품의 특성이 공기업과는 잘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구글 등의 IT 업체가 정부 데이터를 대신 운영하는 일이 흔하다. 심지어 FBI 등의 정보기관도 아마존 클라우드 서버에서 데이터를 관리한다. 한국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 교육을 말하는 시대다. 하지만 그 이전에 엑셀이 있고, 나아가 데이터가 있었다. 미국에서 코딩이 기본인 이유는 그만큼 모두가 데이터를 갖고 있고, 데이터로 말하는 문화가 배어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어떤가? 데이터를 통한 논의가 상대적으로 덜 이루어진다. 데이터 취합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

알파고는 통계 머신이였다. 수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연산하여 사람의 ‘영감’을 능가했다. 사람들은 알파고를 팬시한 트렌드 용어로 소비한다. 하지만 알파고는 통계적 사고와 통계 기술의 고도화 덕분에 등장한 제품이다.

트렌드는 멋지다. 하지만 트렌드를 쫓기에 앞서, 우선 기본이 중요하다. 트렌디한 기술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에 주목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교육과 4차 산업혁명도 마찬가지다. 핵심은 통계적 사고와 데이터화다. 정부 데이터 취합, 통계 교육 강화, 사회에서 통계적 결정 강화 등이 필요하다. 이는 4차 산업혁명을 외치는 일처럼 멋지지는 않다. 하지만 이런 일이야말로 진정 미래사회를 대비하는 일이다. 걷지도 못하는 사람이 날 수는 없는 일이다.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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