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뉴스][오래전'이날'] 3월15일 '마션'의 감자 농사도 여기서 시작?

주영재 기자 2017. 3. 15.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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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오래전‘이날’]은 1957년부터 2007년까지 매 십 년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1997년 3월15일 <마션>의 감자 농사도 여기서 시작?

미국 애리조나 주 투싼 인근에 있는 바이오스피오2의 전경. 출처:위키피디아

<마션>(2015)은 2035년 인류의 화성 탐사 여정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주인공 와트니는 모래 폭풍으로 고립된 화성의 기지에서 감자를 심어 식량을 얻습니다. 화성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것은 장기간의 우주 탐사에 나설 인류가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식량을 공급받기 위해 필수적입니다. 꽃이나 농작물의 씨를 뿌리고 커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주 생활의 무료함을 덜 수도 있습니다.

인류가 화성에서의 식량 재배를 연구한 것은 꽤 오래전입니다. 화성에서의 감자 농사도 어쩌면 이런 연구 성과들이 축적되면 가능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30년 전 경향신문은 미국이 인공생태계 온실을 재가동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화성 식민지 건설 실험을 한다는 야심 찬 계획 하에 미국 애리조나 주에 건설했다 실패한 인공생태계 연구를 다시 재개한 것입니다. 이 인공생태계는 지구를 의미하는 ‘바이오스피어’와 구별하기 위해 ‘바이오스피어 2’로도 불립니다.

1991~1994년까지 두 차례 인공생태계 실험은 3에이커(약 1만2140㎡)가 넘는 거대한 온실에 열대 우림, 해변, 인공 바다, 사막, 농작물 재배지 등을 갖추고 아마존 등 각종 지방에 있는 식물과 300종에 이르는 동물을 넣어서 생태계를 ‘미니어처화’ 한 것입니다. 8명의 과학자가 일절 외부와 접촉을 끊은 채 자급자족하며 100년간 2년 주기로 교대로 생활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이산화탄소와 산소 양을 조절하지 못해 실패했습니다. 연구진은 뒤늦게 온실을 만드는 데 사용된 콘크리트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식물들이 광합성을 못하면서 산소도 부족해졌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당시 미국의 극우 인사인 스티브 버논이 이 인공생태계 연구의 책임자로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1995년 연구 책임자 자리를 떠났는데 그간 이 연구 프로젝트는 행성 탐사와 식민지 건설에서 지구 환경과 오염, 기후변화로 연구의 초점을 바꿨습니다. 1995년 12월 콜럼비아 대학이 소유권을 인수해 운영을 책임지게 된 이후 폐쇄 생태계 연구는 중단됐고 지구 온난화 연구에 집중하게 됩니다.

연구소 규모는 16에이커로 더 커졌지만 경영진은 물론 팀원 간의 불화로 연구는 순탄치 않았습니다. 콜럼비아 대학은 2007년 애리조나대학에 이 연구 시설을 매각했고 애리조나 대학이 현재는 운영을 맡고 있습니다. 비록 여러 문제로 폐쇄적인 인공 생태계 연구는 중단됐지만 미래 화성에 이와 비슷한 식민지를 건설할 때 필요한 기술적 노하우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폐쇄 환경에서 인간에게 일어날 수 있는 정신적 문제에 대한 연구도 상당히 이루어졌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도 하와이에서 화성 식민지 건설을 위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마션>에서처럼 화성에서의 고립 상황을 가정한 ‘HI-SEAS’(Hawaii Space Exploration Analog and Simulation)로 알려진 프로젝트입니다. 실험실은 하와이 섬의 활화산인 마우나로아 산의 정상 부근 해발고도 2.5㎞ 정도에 있는데 인간 세계와의 연락이 차단되고, 식물을 찾아보기 힘들고 토양 구성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이 장소가 선택됐습니다. 장기간의 고립과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소규모 집단생활이 화성 탐사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는 것이 이 연구의 주요 목적이었습니다. 탐사팀 구성원들의 화합이 탐사 성과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연구 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8월 1년간 이 기지에서 고립생활을 한 6명의 과학자가 연구를 마치면서 HI-SEAS 실험은 공식 종료했습니다.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로 미래의 지구가 더 이상 인류의 생존에 적합하지 않을 경우 우리는 새로운 ‘지구’를 찾아야 합니다. 인공 생태계 연구나 화성에서의 고립 상황을 가정한 연구도 새로운 지구를 찾으려는 욕망의 하나에서 시작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제 우리는 얼마나 준비됐을까요?

▶영화 ‘마션’에 NASA 있다

■2007년 3월15일 “그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당시 선장을 비롯한 대다수 승무원들은 승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했습니다. 그러나 10년 전 일본 남서부 고치에서 앞바퀴 고장으로 동체착륙을 감행했던 전일본공수(ANA) 여객기의 사례는 세월호와는 정반대 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승객 56명과 승무원 4명이 탑승한 ANA 여객기가 오사카 공항을 이륙해 고치 공항에 도착하기 10분 전 기장은 앞바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기장은 고치 공항 상공을 선회하다 20분이 지나서 앞바퀴가 내려오지 않는다고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도착 예정 시각에서 1시간 25분 정도 지나 착륙을 시도했으나 뒷바퀴만 활주로에 닿은 뒤 다시 상승했습니다. 몇 차례나 뒷바퀴를 내렸다 올리기를 반복한 뒤 기장은 도착시간에서 거의 2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동체착륙에 성공합니다.

여객기가 처한 상황을 정확히 설명하고 승객들을 안심시킨 뒤 무사 착륙을 이끌어낸 이마자토 히토시 기장(당시 36세)는 금세 일본 사회의 영웅이 됐습니다. 그는 불안해하는 승객들에게 “앞바퀴가 나오지 않아 선회하고 있다. 동체 착륙을 하더라도 평소에 훈련했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말하며 안심시켰습니다. 착륙을 앞두고는 기체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중앙부의 승객들을 뒤쪽으로 이동시켰고 착륙 직전에는 착륙 5분, 2분, 1분 전이라는 카운트와 함께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전 평소에 많은 훈련을 했다”며 냉정을 강조했습니다. 기장의 현명하고도 시의적절한 대처가 많은 생명을 구했습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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