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 취업준비에 알바까지.."캠퍼스 낭만 꿈도 못꾼다"

남정훈 2017. 3. 14.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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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신입생 박모(19)군은 매일 아침 강남의 영어학원에 들러 토익 수업을 듣고 등교한다.

대학의 낭만에 그저 취해볼 만도 하지만 미리 취업준비를 해두라는 주변의 권유를 듣기로 했다.

등록금, 생활비에다 벌써부터 취업까지 걱정해야 하는 신입생들은 캠퍼스의 낭만을 즐길 여유가 별로 없다.

대학들도 신입생 대상의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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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하자마자 진로 정하고 공부/학점 잘 주는 강의 찾아 삼만리/학원 들러 영어·제2외국어 '열공'/대학도 취업지원 프로그램 마련/대학생활 하루 평균 1만원 소요/높아진 학내외 물가에 부담 가중

 

대학 신입생 박모(19)군은 매일 아침 강남의 영어학원에 들러 토익 수업을 듣고 등교한다. 대학의 낭만에 그저 취해볼 만도 하지만 미리 취업준비를 해두라는 주변의 권유를 듣기로 했다. 그는 “아직 취업 걱정할 때는 아니지만 미리미리 해두는 것이 좋다고 그래서 학원에 등록했다”며 “대입 걱정이 끝나니 바로 취업 걱정이 시작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모(19)군은 대학생이 되자마자 ‘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교통비와 밥값도 버거운데 지난달부터 선배·동기들과의 술자리 한 번에 2만∼3만원씩 내기가 일쑤다. 교재비, MT비용까지 씀씀이는 고등학생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과외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다는 이군은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술자리에 갈 때마다 왠지 죄의식까지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봄바람이 불기 시작한 대학 캠퍼스, 기나긴 수험생활을 마친 해방감에 들떠 있을 새내기들의 기운으로 술렁여야 할 요즘이지만 마냥 그럴 수만 없는 게 현실이다. 등록금, 생활비에다 벌써부터 취업까지 걱정해야 하는 신입생들은 캠퍼스의 낭만을 즐길 여유가 별로 없다. 먹고 살 궁리에 대학 신입생들의 현재와 미래가 짓눌리고 있다. 


높아진 물가에 신입생들이 느끼는 부담은 크다. 지난해 한 조사에 따르면 교통비, 점심식사, 캔음료 1개, 과제물 인쇄비용까지 기본적인 캠퍼스 생활을 하는 데 드는 최소 1만원 이상이 필요했다. 저녁식사나 커피, 교재비 등 부수비용까지 합치면 주머니를 탈탈 털어도 모자랄 지경이다. 따라서 아르바이트는 대학 생활의 ‘필수조건’이 된 지 오래다.

8일 알바천국이 전국 대학생 109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새 학기를 맞아 아르바이트를 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대학생이 92.6%에 달했다. 이 중 57.9%는 ‘생활비 마련’을 위해서라고 답했다. 등록금 및 생활비 마련(37.7%)은 새 학기에 가장 걱정되는 것으로 꼽혔다. 취업(22.5%)이나 학점(18%)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다.

신입생들은 또 취업 경쟁에 일찌감치 뛰어들어야 한다. 지난달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015~16년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22%. 신입생 때부터 취업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기본 중에 기본 스펙인 학점 관리를 위해 신입생 환영회 대신 도서관을 택하는 이들이 많다. 토익은 기본이고 중국어나 일본어 등 제2외국어 수업을 듣기 위해 아침 일찍 학원에 들렀다가 학교로 오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학원가에도 ‘새내기 맞춤형 강좌’가 등장했다.

서울 강남의 한 어학원 관계자는 “지난해 처음 신입생들을 위한 강좌를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강좌를 늘려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들도 신입생 대상의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는 선배들의 심정은 안타깝기만 하다. 직장인 이모(32)씨는 최근 모교 동아리 홈커밍데이에 참가했다가 입학한 지 1주일도 지나지 않은 후배들이 로스쿨이나 행정고시, 공인회계사(CPA) 등 진로를 정해놓고 준비하는 모습에 격세지감을 느꼈다. 이씨는 “내가 신입생이던 2004년만 해도 수업을 ‘땡땡이’치고 잔디밭에서 술을 마시는 게 낭만이었다. 첫 미팅과 MT 생각에 설렜었다”며 “후배들은 동아리도 운동이나 친교 목적보다는 스피치, 토론, 면접 등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곳을 찾아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불과 10년 좀 지났는데 캠퍼스 낭만이 사라진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남정훈·이창수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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