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후의 직장 처방전] 이것도 모르냐고 무시당할까봐 질문을 못하겠어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 3. 14. 10:35 수정 2017. 3. 14.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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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지인 모임에서 만난 후배 녀석이 이런 하소연을 털어놓더군요. 부장님이 업무 지시를 할 때마다 미로 속을 헤매는 기분이 든다고요. 매번 두루뭉술하게 잘 처리하라는 말만 반복할 뿐, 단 한 번도 구체적으로 지시한 적이 없다는 겁니다. 너무 답답해서 몇 번이나 지시 사항을 되묻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고 하더군요. 그것도 모르냐고 무시당하거나 무능력한 사원으로 찍힐까봐 두려워서 말이죠.

그 후배 녀석에게 제가 해준 이야기는 간단합니다. 헷갈리면 물어보라는 겁니다. 설사 부장님이 짜증을 내더라도 스스로 이해가 될 때까지 계속 물어봐야 한다는 겁니다. 가마솥 태워서 밥을 못 먹게 만드는 것보다는, 차라리 욕을 먹더라도 계속 물어서 밥을 제대로 짓는 것이 천번만번 낫다는 거지요.

창피함은 순간이다, 모르면 물어봐라

상사의 지시가 항상 명쾌하고 옳은 건 아닙니다. 때로는 말도 안 되는 일을 시킬 때도 있지요. 그럴 때 단번에 상사에게 되물어볼 배짱 두둑한 직원은 많지 않을 겁니다. 보통은 지레짐작으로 상사의 의중을 헤아려 일처리를 하기 마련입니다. 최대한 상사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여기는 겁니다. 그래서 혼자 전전긍긍하다가 엉뚱한 보고서를 내고 더 단단히 찍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물론 질문 많은 부하직원을 반가워할 상사는 없을 겁니다. 질문을 받으면 당장은 귀찮기도 하고 이런 것도 모르나 답답한 마음도 들겠지요. 하지만 엉망인 보고서로 자신의 영업력에 치명타를 가하는 부하직원은 결단코 사절입니다.

모든 상사는 일종의 도매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하직원이 생산한 보고서를 잘 가공해서 자신의 상사에게 영업을 하는 거지요. 직원이 작성한 보고서가 훌륭하면 자신도 후한 점수를 받게 되고, 반대로 엉망인 보고서를 들고 가면 한순간에 낭떠러지로 떨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모든 상사는 부하직원이 자신의 지시를 정확하게 이해했는지 늘 궁금해 합니다. 이해한 만큼 흡족한 보고서가 나올 테고, 그런 만큼 자신의 영업력도 배가될 테니까요.

상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방심하고 있다가 윗선 보고 직전에 회복 불가능의 보고서를 받는 일입니다. 조금 번거롭더라도 질문에 답해주는 것이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손에 쥐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상사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헷갈리면 일단 물어봐야 합니다. 엉뚱한 곳에서 헤매지 말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물어봐서 상사가 원하는 파이널 메시지를 정확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길을 잘 모르면 동네 사람에게 물어보듯이, 일을 진행하다가 잘 모를 때는 상사에게 물어보거나 잘 아는 사람에게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정확한 솔루션은 질문을 통해 나온다

저도 수십 년간 직장생활을 해오면서 질문을 참 많이 했습니다. 그때마다 무식자 취급을 받을 때도 종종 있었지요. 하지만 열에 아홉은 문제해결을 위한 정확한 솔루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책을 펴낼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원고를 다 써놓고 제목을 정하지 못해 고민하고 있을 때 우연히 ‘최인아책방’을 운영하는 최인아 대표를 만났습니다. 최인아 대표는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등의 카피를 써낸 광고계의 전설이자, 여성 최초로 제일기획 부사장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죠. 지난해에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오프라인 서점을 오픈해 아름다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분입니다.

‘최인아책방’은 여러모로 특별한 공간입니다. 날짜순의 신간이나 판매량 위주의 베스트셀러 대신, 최인아 대표와 각 분야 베테랑들이 선정한 ‘인생 서적’이 진열돼 있습니다. 책 판매뿐만 아니라 음악회나 강연회 등을 수시로 열어서 사람과 책의 다양한 교집합을 만들어가는 독특한 공간이기도 하지요.

책방을 연지 며칠 지나지 않아 최인아 대표를 뵙고 제 마음속엔 고민 하나가 일었습니다. 책 제목을 물어보고 싶어서요. 하지만 초면에 실례가 아닐까, 얼마나 갈등했는지 모릅니다. 그래도 용기를 내서 최인아 대표에게 질문을 했지요. 그랬더니 최인아 대표는 며칠 뒤에 제게 종이 한 장을 건네주시는 겁니다. 지난해 제가 펴낸 책 ‘누가 오래가는가’라는 제목이 탄생한 순간입니다. 당시 제가 아무런 보답도 못 드리는 형편이었기에 단지 책 뒤편에 ‘제목 최인아’라고 올린 배경이기도 합니다. 책 출간 즈음에 감사한 마음을 담아 ‘최인아책방’에서 작은 출판콘서트를 열었습니다. 지금도 제겐 뜻깊고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망설임과 창피함은 찰나의 순간입니다. 질문을 통해 얻어낼 수 있는 것들은 그보다 훨씬 값진 것들이지요. 만약 마음속에 물을까 말까 갈등이 된다면 저는 과감히 물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Ask First! 모르면 물어보기, 너무 단순하지만 직장인에게 꼭 필요한 가장 지혜로운 생존병법입니다.

문성후 Hoo소스 대표/미국 뉴욕주 변호사회원/<누가 오래가는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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