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수화물 건강하게 섭취하기

글 남기선(풀무원 식생활연구실 실장) 2017. 3. 1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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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 영양소 재발견

입맛은 없고 나른해지기 쉬운 봄, 새해 벽두에 야심차게 세웠던 ‘건강이나 다이어트’에 대한 결심도 잊어버린 지 오래다. 그렇지만 완전 포기한 것이 아니라면, 어차피 삼시 세 끼 밥 먹고 살 거라면, ‘기본’이 되는 밥부터 영양가 있고 건강하게 시작하면 어떨까? 기본으로 돌아가면 길이 보일지도 모른다. 기본이 되는 영양소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무기질이다. 각종 건강정보가 하루가 다르게 업데이트되는 정보 시대에, 학창시절에나 들었던 5대 영양소를 거론하는 것은 어쩌면 고리타분하고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5대 영양소의 정체만 잘 알고 현명하게 섭취해도, 건강과 다이어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헬스조선]

흔히들 기운이 없거나 힘이 든다 싶으면, ‘당 떨어졌다’며 본능적으로 단맛이 나는 음식을 찾곤 한다. 이렇게 찾는 단맛의 정체는 말 그대로 ‘당’(탄수화물)이다. 과일이나 우유처럼 먹으면서 바로 단맛을 느끼는 음식에는 포도당, 과당, 유당, 설탕, 꿀, 시럽 등이 들어 있다. 보통 이런 종류의 당을 당류(sugars) 또는 단순당(simple sugar)이라 한다. 그리고 과자나 음료와 같은 가공식품을 만들 때 단맛을 주기 위해 추가하여 넣는다 하여 ‘첨가당(added sugar)’이라고도 부른다.

탄수화물, 많이 먹는 것이 문제

입에서 바로 단맛을 느끼지 못해도 꼭꼭 씹다보면 단맛이 느껴지는 음식도 있다. 우리가 주식으로 먹는 밥이나 국수, 빵, 감자, 고구마 같은 것인데, 여기에는 단순당보다는 전분과 같은 ‘복합당’이 많이 들어 있다. 복합당은 단순당이 아주 많이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단순당과 복합당 둘 다 탄수화물이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갓 지은 하얀 쌀밥은 말할 것도 없고, 단맛이 없어 보이는 잡곡밥이나 거친 옥수수 같은 것도 입에 넣고 씹다 보면 단맛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복합당이 침과 섞이면서 일부 단순당 형태로 분해되기 때문이다.

단순당이든 복합당이든 우리가 먹은 탄수화물은 소화되어 단순당으로 흡수되고, 혈액을 통해 세포로 이동,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혈당’은 혈액 안에 있는 당(포도당)을 말하고, 탄수화물이 들어있는 식품을 섭취하면 소화 흡수되면서 혈당이 올라간다. 혈당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우리 몸의 췌장에서는 인슐린을 분비한다. 인슐린은 혈액에 있는 당을 세포로 이동시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거나 또는 과다한 당을 지방으로 전환하여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체내에서 탄수화물이 에너지가 되려면 인슐린이 필요한데, 인슐린의 입장에서 보자면 증가된 혈당(혈당부하, Glycemic Load, GL)은 자신이 짊어지고 처리해야 할 일거리, ‘짐’이 되는 셈이다. GL(지엘)이 낮은 음식을 섭취한다는 ‘지엘 다이어트(Low GL diet)’는 이런 뜻으로 이해하면 된다.

세계인의 5대 주식으로 쌀, 밀, 옥수수, 감자 그리고 바나나를 꼽는다. 세계적으로도 그만큼 많이 먹고 있다는 뜻인데, 이것들의 공통점은 모두 탄수화물 급원식품이라는 것이다. 배고팠던 시절에는 에너지를 공급하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던 탄수화물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요즘에는 비만, 당뇨병, 대사증후군 등 생활습관병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눈총을 받고 있다. 이는 탄수화물 자체가 나빠서가 아니라 너무 많이 먹거나 잘못 먹고 있기 때문이다.

통곡물 식품의 힘

그럼 어떤 탄수화물식품을 먹는 것이 좋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통곡물(whole grain)이 좋다. 통곡물은 우리가 먹기 힘든 외피만 제거한 정제되지 않은 곡물을 뜻한다. 현미, 통밀, 보리, 메밀, 귀리, 호밀, 조, 수수, 율무, 기장 등이 모두 통곡물에 속한다. ‘도정’을 통해 통곡물의 거친 부분을 제거하면 뽀얀 살만 드러나는데 이것이 바로 백미, 밀가루 같은 것들이다. 통곡물은 정제된 곡물에 비해 단백질, 식이섬유소, 비타민 B, 항산화영양소를 비롯한 각종 영양소와 철, 아연, 구리, 마그네슘 등 무기질이 풍부하다. 비타민 중에서도 ‘항산화 비타민’으로 통하는 비타민 E와 에너지와 활력을 얻는 데 필수적인 비타민 B군이 많다. 무기질 중 마그네슘, 크롬 함량이 높아 혈당 조절에도 도움이 된다. 정제된 곡물만 먹으면 진짜 보물은 깎아내 버리고 껍데기만 먹는 것과 같다. 예컨대 쌀만 봐도, 백미로 정제하는 과정에서 영양 성분이 많은 배아 부분은 다 떨어져 나간다. 

통곡물을 먹었을 때 무엇보다 으뜸가는 장점은 식이섬유소를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식이섬유소 역시 탄수화물의 일종이지만 인체에서 소화되지 않아 열량을 거의 내지 않는다. 동량의 탄수화물이라도 식이섬유소와 함께 먹으면 소화 흡수가 늦어져 혈당이 많이 오르지 않는다. 또한 체내에서 수분을 흡수하기 때문에 포만감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래서 과식이나 비만, 당뇨병의 예방과 관리에 식이섬유소를 충분히 먹도록 강조하는 것이다. 불용성 식이섬유소는 장을 통과하면서 우리 몸에 나쁜 유해물질 등을 깨끗이 쓸어내기 때문에 변비나 대장암 예방에 좋고, 수용성 식이섬유소는 장내 유산균의 먹이가 되어 유익균이 우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헬스조선]

건강한 탄수화물 섭취 공식 2:1:1 

간혹 식이섬유소를 많이 섭취하면 영양 불량을 일으킬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지만, 식사 중에 먹는 통곡물이나 채소반찬 정도로는 과잉 섭취를 우려할 필요는 없다. 물론 과다한 양의 식이섬유소는 일부 무기질이나 미량 영양소의 흡수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이는 보충제나 식이섬유소가 강화된 음식을 무분별하게 섭취할 때만 해당된다.

우리 몸에 필요한 기본 영양소인 탄수화물을 현명하게 섭취하려면 입에서 단맛이 나는 것만 당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단순당이든 복합당이든 소화 흡수가 빠른 정제된 탄수화물 식품의 섭취를 줄이고, 당 흡수를 줄이는 식생활을 하는 것이 좋다. 앞에서 말한 ‘지엘 다이어트’인데, 이는 ‘2:1:1’식단으로 일상식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다. ‘2:1:1’은 다양한 채소를 2, 포화지방은 적고 적당량의 불포화지방이 들어 있는 단백질식품을 1, 도정을 덜한 통곡물을 1의 비율로 담아 많이 씹고, 천천히 먹는 방법이다. 필자가 직접 실험으로 확인한 바에 의하면 동량의 탄수화물이라도 식이섬유소가 풍부한 채소와 함께, 또한 좋은 지방, 단백질이 함께 들어있는 콩, 두부, 생선이나 계란 등과 더불어 영양균형식으로 섭취하면 당 흡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식탁을 차릴 때 ‘2:1:1’이라는 건강 비밀번호를 기억한다면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습관의 첫 단추는 훌륭하게 잘 꿸 수 있다. 굳이 새해가 아니어도, 쫄쫄 굶지 않아도, 지금 당장 오늘 저녁 밥상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것도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은가!

남기선

풀무원 식생활연구실 실장, 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 부회장이다.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석사,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영양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성균관대 의과대학 소아과학과 연구교수를 지냈다. 《두부콩밥상》, 《저염밥상》, 《뱃살잡는 Low GL 다이어트 요리책》 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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