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며느리들 몰리는 '시부모 출입금지' 산후조리원
- 감염 예방위해 메르스 사태때 등장
"눈치 안보고 맘 편히 쉴수 있다" 예비 엄마들에 입소문 나며 인기
"갓난 손주 얼굴 못보게하다니" 시부모는 입소 반대해 고부 갈등
서울 강남구에 사는 임신부 박모(32)씨는 오는 7월 출산 후 2주 동안 이용하려 했던 산후조리원 예약을 최근 취소했다. 박씨가 예약했던 곳은 남편 이외의 외부인 출입이 제한되는 '면회 금지' 산후조리원이었다. "안락한 시설에 간호사들이 아기를 잘 돌본다"는 소문을 듣고 예약했는데, 시부모님이 "얼마나 오래 기다린 첫 손주인데, 2주 동안 볼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반대한 것이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남편 외 면회 금지'를 내세운 산후조리원이 늘고 있다. 산모의 시부모뿐 아니라 친정 부모도 조리원으로 찾아갈 수 없다. 손주를 본 할머니·할아버지들은 대부분 "면회 금지 조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서울에 사는 예비 할머니 이모(60)씨는 "갓 태어난 아기는 하루가 다르게 얼굴이 변하는데 그 시기에 손주 커가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대구에 사는 박모(여·63)씨는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도 매일 하고, 임신한 며느리 뒷바라지도 열심히 했는데 손주 얼굴을 못 본다면 굉장히 서운할 것"이라고 했다. 딸이 오는 5월 출산하는 김모(58)씨는 "나도 딸과 사위한테 서운하지만, 사돈댁 보기가 죄송스러워 면회가 가능한 다른 조리원을 예약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산후조리원들이 '면회 금지'를 내세우는 까닭은 산모 안정과 신생아의 전염병 감염 예방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는 거의 모든 산후조리원이 산모가 지내는 방까지 가족이 들어가 아기를 보고 만질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부터 신종 인플루엔자가 유행한 뒤로는 감염을 우려해 면회실을 따로 두는 추세로 바뀌었다. 2015년 전국을 휩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계기로 남편 외 면회 금지를 내세우는 산후조리원이 생기기 시작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본지가 13일 서울에 있는 산후조리원 20곳을 취재한 결과 7곳이 남편 외 면회를 금지하고 있었다. 강남의 한 산후조리원 관계자는 "아기 중 한 명이라도 질병에 걸릴 경우 조리원 내 아기 전부가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당연한 조치"라고 말했다.
일부 산후조리원은 "면회 금지는 전통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아기를 낳으면 '삼칠일(三七日·21일)'이 될 때까지 대문 앞에 금(禁)줄을 쳐 바깥 사람의 출입을 금했다. 외부인 면회 금지는 이런 전통의 현대판(版)이라는 것이다. 서울 구로구의 한 산후조리원 관계자는 "외부인이 찾아와 아기나 산모가 질병에 걸리는 것을 과거에는 '부정(不淨) 탔다'고 했지만, 요즘엔 '감염됐다'고 표현한다. 이 점을 말씀드리면 부모님들이 이해해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운해하는 할머니·할아버지들과 달리, 일부 산모는 "부모님 눈치 안 보고 편히 안정을 취할 수 있다"며 이런 산후조리원을 찾는다고 한다. 오는 8월 출산을 앞두고 있는 김나리(32)씨는 "다른 예비 엄마들과 카카오톡에 단체방을 만들어 산후조리원 등 각종 정보를 공유하는데 11명 중 6명이 면회가 금지되는 곳으로 예약을 했다"며 "대부분 '부모님 방문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 끌린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가정상담교육연구소 송정아 이사는 "산모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동시에 한국식 대가족 전통의 장점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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