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청춘리포트] 韓 "사드, 북 위협에 효과적 카드" 中 "미국 시스템 들여온 게 문제"

조문규.이현.하준호 입력 2017.03.14. 01:25 수정 2017.03.14.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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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청년들이 본 사드 갈등
도효진(동국대 재학)
필요성 인정하지만 너무 서두른 감
박성범(KAIST 졸업)
안보에 기여  여론 수렴 더 했어야
진청화(중국인 유학생)
한국이 일본보다 친근했는데 .. 씁쓸
리펀팅(대만 국적 화교)
한반도엔 생존 문제, 중국 심한 듯
‘청춘리포트’가 한·중 갈등에 대해 양국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휴일인 12일 오전 늦잠도 포기하고 서울 서소문 중앙일보 9층에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왼쪽부터 박성범(25) KAIST 졸업생, 진청화(32·중국인) 서울대 박사과정, 도효진(24) 동국대 재학생. [사진 조문규 기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둘러싼 한·중 갈등이 전례 없는 수준입니다. 우리 정부가 경북 성주에 사드를 배치한 즈음부터 중국 당국은 ‘보복’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조치들을 연달아 내놓고 있습니다. 롯데마트 점포 55개를 무더기로 영업정지했고, LG생활건강의 화장품 공장은 불시 소방점검으로 시정명령을 받아 1개월 가동 중단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그간 한류와 유커(遊客·여행객)라는 긍정적 뉘앙스의 단어에 익숙해 있던 2030세대는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청춘리포트 팀은 한·중 양국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민감한 사안이라 섭외부터 어려웠습니다. 국내 명문 사립대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A는 토론에 참여하기로 했다가 전날 늦은 밤 “내 생각이 중국인 전부를 대표하는 것처럼 비칠까 부담되고 걱정된다”며 갑작스레 불참 의사를 전해왔습니다. 국익이 걸린 문제를 실명으로 가타부타 논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어렵사리 지난 12일 한국인 청년 둘과 중국 청년 한 명이 모였습니다. 양안 문제로 중국과 긴장관계에 있는 대만 국적의 학생에겐 따로 의견을 물었습니다.

■ <토론 참석자> 「◇박성범(25), KAIST 전자공학과 졸업 ◇진청화(32), 중국인 유학생, 서울대 도시계획 박사과정 ◇도효진(24), 동국대 영어영문학과 재학 중 ◇리펀팅(27ㆍ가명), 대만 국적의 화교, 연세대 재학 중 」

진청화

Q : 중국의 ‘사드 보복’은 실재하나. 정부가 대놓고 압력을 가한 거라고 보나.

A : 진청화(이하 진)=만일 중국 정부가 직접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그건 준 단교나 마찬가지라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 다만 중국 외교부가 사드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하면 중국 기업은 정부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이라 그 기조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

도효진(이하 도)=중국의 롯데마트 폐업 사진에 공산당 직원들 모습이 보이더라. 중국 정부가 주도한 경제 보복이라고 생각하는 게 마땅하다. 한국 경제에 내상을 입혀야 한다고 사설에 쓴 환구시보도 사실상 관영 언론 아닌가.

Q : 평범한 중국인들도 한국에 대한 분노가 그렇게 큰가.

A : 진=요즘 중국 국민도 교육 수준이 높아져 ‘당장 그 나라 제품 다 불매하고, 한국산 자동차 다 부수겠다’는 식은 아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불매운동에 대해 이성적으로 생각하자는 이도 있다. 관영매체와 달리 냉정하게 보자는 언론도 있고. 개인적으로 사드 보복으로 생긴 손해는 누가 다 책임지나 싶다. 롯데에 ‘사드 보복’을 한다지만 직원들은 다 중국인이다. 그 사람들의 일자리는 누가 책임질까.
박성범

Q : 한반도 사드 배치 자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A : 박성범(이하 박)=사드의 효용성 자체에 대한 의구심은 있다. 하지만 사드를 배치해 여러 위협의 일부만 줄일 수 있어도 한국 안보에 기여한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도=북한이 여러 제재에 아랑곳하지 않고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위협하는 상황에서 대치 상태인 한국은 가만히 있어야 하나. 북한이 위협할 때 들이밀 수 있는 효과적인 카드이기도 하다.

진=우선 나는 오늘 중국 유학생으로 참석했지만 중국을 대표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충분히 감안해 달라.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사드를 배치한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시스템을 들여와 미국의 군사 플랜에 협조한 것이 싫다. 한국이 자체 기술로 사드를 만들어 배치한다면 중국이 뭐라고 할 문제가 아니다. 1962년 쿠바에서 소련 미사일 때문에 미국이 전쟁까지 언급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중국이 개발한 사드를 쿠바에 배치한다면 미국은 어떻게 생각할까.

Q : 대만 국적자의 입장에서 사드 배치와 한·중 갈등을 어떻게 보나.

A : 리펀팅=나는 국적은 대만이지만 한국에서 산 기간이 길어 한국인과 정체성이 더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응이 과하다고 본다. 안보 문제와 관련해 감정이 격화되는 건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한반도에선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실질의 문제다.

Q : 외교력이 섬세하지 못해 갈등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A : 도= 중국이 사드 배치에 민감한 이유는 사드의 요격 반경 내에 중국의 영토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황교안 총리가 시진핑 주석을 만났을 때 그 부분을 어떻게 조정할 수 있는지 명확히 얘기를 안 했다. 하지만 중국도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 제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외교적으로 우리와 긴밀히 협력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다 4월 미·중 정상회담이 가까워 오니 반발을 누그러뜨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진=청문회에 나온 느낌이다.(웃음) 황 총리가 시 주석을 만났을 때는 “사드 배치 결정 안 됐다”고 해놓고 한국에 돌아와 열흘 뒤 전격 배치돼 버리니 중국 입장에선 “이건 뭐지?” 싶은 거다. 너무 빠르게 입장이 바뀌니 불쾌하지 않겠나.
도효진

Q : 한국과 중국은 우방일까?

A : 박=한국은 이른바 강국에 둘러싸인데다 지정학적 가치가 너무 커 균형을 잡아야 한다. 그렇지만 명확한 건 안보동맹을 함께하는 것이 우방이란 점이다. 중국과 아무리 경제적으로 긴밀해도 미국과 안보동맹을 유지하는 한 우방은 미국이다. 중국이 패권을 잡으면 상황이 바뀔지는 모르겠다.

도=이미 경제적인 측면에서 한국과 중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어디를 가나 ‘메이드 인 차이나’다. 국내에서 사용하는 물건의 70%가 중국에서 온다고 하는데 사실상 경제 동맹이란 측면에서 우방이라고 본다. 그런데 단교에 준하는 경제 단절 운운하는 이상 중국을 마냥 우호적으로 보긴 어렵다.

진=사드 갈등 전까지 중국 사람들은 한류 콘텐트를 즐겼다. 감정적으로도 역사적으로 생긴 반일 감정을 공유하며 한국을 더 가깝게 여겼다. 한국으로 유학 올 때도 부러워하는 시선이 많았다. 갈등이래야 가끔 축구 경기할 때 자존심 싸움하는 정도 아니었나. 외교 무대에선 영원한 적도 없고 영원한 벗도 없다고 한다. 앞을 길게 보면 국민 간 신뢰가 국가 간 신뢰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거다.

Q : 현 정부에 대한 낮은 신뢰가 사드 배치 문제를 더 키우진 않았을까.

A : 진=과연 국민투표라도 했다면 사드가 배치됐을지 궁금하긴 하다. 사드 배치에 대해 한국 정부 생각과 국민 생각은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리=낮은 신뢰도 문제지만 개인적으로는 솔직히 주변에 얼마나 많은 이가 이 이슈에 관심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한국 대학생들도 명문대에 다니며 시사에 관심 있는 일부 외엔 마찬가지 않을까. 그러다 보니 논리로 설득하기보다 정치 구호가 된 측면도 있는 것 같다.

박=그렇게 생각할 만도 한 게 현재 우리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낮으니까 지지도 낮은 정부의 정책이 정말 국민의 뜻인가 의문스러울 수 있다. 그런데 안보 관련 정보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만큼 민감하기도 하고. 그렇지만 주변의 다수는 안보 기조는 손바닥 뒤집듯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안보는 큰 틀에서 국민의 뜻을 반영하되 행정부의 상황 판단이 더 많이 작용하는 측면이 불가피하다.

도=어느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드 배치 찬성이 반대보다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에 우산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꼭 지금 서둘러 처리했어야 할까 하는 의구심은 든다.   글=이현·하준호 기자 lee.hyun@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