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첫 스웨덴 유학생 최영숙을 아십니까
신준봉 2017. 3. 14. 01:03
소설가 강동수 『검은 땅에 빛나는』
황태자와 풋사랑 등 극적인 신여성
1인칭 시점으로 감칠맛 나게 복원
1926년 스무 살 조선 여성이 혈혈단신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오른다. 한 달 만에 지구 반대편 스웨덴에 도착해 1년 재수 끝에 스톡홀름대 경제학부에 입학한다. 학위 취득 후 왕실도서관에 일자리를 얻어 황태자의 총애를 받지만 고국의 여성 노동운동에 투신하기 위해 귀국길에 올랐다가 배에서 만난 인도 청년과 사랑에 빠진다.
강씨는 “최영숙의 일생은 요즘 관점에서도 지나치다 싶을 만큼 파격적인 게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유관순의 이화학당 1년 후배로 중국으로 유학가 만난 도산 안창호에게 연정을 품을 만큼 당돌했던 면모를 고려하면 자유연애를 당대의 봉건 잔재를 깨뜨리기 위한 방편으로 삼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뿌리 깊은 여성 차별과 일제 식민지라는 이중의 질곡을 자신의 몸을 불살라 돌파하려 했던 전형적인 신여성이었다는 평가다.
황태자와 풋사랑 등 극적인 신여성
1인칭 시점으로 감칠맛 나게 복원
지금 세태에 비춰도 극적인 신여성 최영숙(1906∼32)의 인생 역정이다. 부산의 소설가 강동수(56·사진)씨가 장편 『검은 땅에 빛나는』(해성) 안에 그의 삶을 온전히 복원했다. 그동안 최영숙은 신여성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기도 전에 귀국하자마자 인도 청년과의 사이에서 잉태한 아이를 출산하다 사망한 탓이 크다.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아시아 여성 최초의 서전(瑞典), 즉 스웨덴 유학생이었다는 정도만 공유되곤 했다.
강씨는 13일 전화 통화에서 “10년 전쯤 한 월간지를 읽다가 최영숙에 대한 짤막한 기사를 발견하고 강한 호기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그의 비극적인 삶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역시 자료가 충분치 않았다. 해외 유학생이 일간지 기사감이던 시절, 최영숙을 다룬 조선일보·동아일보 지면과 잡지 ‘삼천리’ ‘조광’ 등을 소장자를 수소문해 뒤졌다. 서울을 찾아 국립중앙도서관을 훑기도 했다.
강씨는 건조한 사실에 뼈대 위에 생동감 있는 살을 입히기 위해 최영숙의 1인칭 시점으로 소설을 구성했다. 실감 나는 시대 고증과 특유의 구수한 문체 덕에 감칠맛 나게 읽힌다. “스웨덴에 정착할 수도 있었지만 조선의 억압받는 여성들을 위해 자신의 힘을 보태야겠다는 생각에 귀국을 결심했다는 자료가 남아 있다”며 “지금도 유효한 남녀 평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90년 전 지녔던 인물”이라고 평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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