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문화읽기> 이정미 권한대행 '헤어롤' 화제

문별님 작가 입력 2017. 3. 13.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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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하재근의 문화읽기]

용경빈 

지난 금요일, 우리나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에 대한 파면 선고가 내려졌습니다. 선고를 앞두고 헌법재판관들에 대한 관심도 굉장히 높았는데요. 금요일 아침, 출근하는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머리에 꽂혀 있던 헤어롤까지 큰 화제가 됐죠. 하재근 문화평론가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스튜디오]

용경빈

금요일 아침 판결, 직접 지켜보셨습니까? 


하재근 

네, 그렇습니다. 


용경빈

모두가 정말 숨을 죽이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그런 긴박한 상황 좀 전에, 이 이정미 권한대행이 출근하는 사진이 화제가 됐어요. 막 퍼지고 그랬는데 그 모습을 잘 살펴보면 머리 뒤쪽에 헤어롤이 몇 개 달려 있었죠? 


하재근

아침에 일찍 출근을 하는데 머리 뒤편에 헤어롤 두 개가 완전히 매달린 상태로 카메라 앞에 노출이 돼서 이게 이렇게 역사적이고 긴박하고 엄숙한 순간에 눈앞에 나타난 너무나 사적이고 사소한 그런 장면이 충돌이 되면서 굉장히 사람들한테 재미있게 느껴져서, 이게 패러디도 되고 연예인 김미화 씨 이런 분들이라든가 여러 사람들이 자기도 패러디하면서 머리에 헤어롤을 말고 사진을 찍기도 하고 그리고 저 이미지가 합성이 돼서 헤어롤 동그라미 두 개가 ‘인용’, ‘o’을 두 개 붙인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합성이 되기도 하고, ‘8’자처럼 돼서 ‘8:0’을 미리 암시한 것이다 이런 얘기도 있고. 그림으로 그려서 다 말아버릴 테다 이런 식으로 대사를 붙여가지고 만화처럼 처리하기도 하고, 굉장히 많은 패러디 같은 것들이 나왔고, 그리고 이게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면서 각국 뉴스 매체들이 다 이 장면을 보도를 했는데 대표적으로 중국의 유명한 매체 환구시보, 거기 요즘에 한국 비판 많이 하는 데인데, 거기서도 사이트 1면에 이 헤어롤 두 개 달린 사진을 내보내기도 하는 등 국내외적으로 엄청난 화제가 됐습니다. 

용경빈

결국은 긍정적인 반응을 봤다는 건데, 이렇게 큰 호응을 얻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하재근

이것이 외국에서는 재미있다, 해프닝이다 그래서 이제 우리가 흔히 해외토픽, 재미있는 영상 이런 것 보듯이 그렇게 해서 외국에서 멀리 퍼져 나간 거고. 우리나라에서는 단지 이게 재미있다, 우스꽝스럽다 이게 아니라 여기에 대해서 굉장한 찬사가 쏟아진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특별한 반응이 나온 이유는 바로 이전에 박근혜 대통령의 올림머리 하고 이게 비교되면서, 똑같은 머리 모양이니까. 박근혜 대통령이 이른바 올림머리라는, 이게 딸자식 시집 보내는 결혼식날 신부 어머니가 하는 머리 스타일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공들인 머리 스타일이라는 거죠. 거의 뭐 한 시간 이상까지도 걸린다고 하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그 엄청난 머리 스타일을 거의 날마다 세팅을 했다는 이야기가 있고 그리고 심지어 세월호 사건이 터진 당일 배가 시시각각 침몰해가는 그 가운데서조차 박근혜 대통령이 거의 한 시간 거리에 있는 강남에서 미용사하고 메이크업 전문가를 청와대에 불러가지고 머리 세팅을 하고, 화장을 하고, 그러고 나서 중대본으로 나갔다, 그런 얘기도 있고. 그리고 또 박근혜 대통령이 평소에도 미용시술을 굉장히 자주 받았다, 그래서 국가 통수권자가 시술 마취 때문에 종종 정신을 잃었다, 이런 식의 의혹들이 자꾸 제기되다 보니까 우리나라 정치 지도자가 이렇게 자기 일의 책임보다도 외모 관리에만 몰두하는 사람이었던가? 여기에 대해서 굉장히 열패감이 있고, 국민으로서 좀 부끄러움이 있었는데, 이번에 이정미 재판관이 아니다, 대한민국 지도자가 다 외모 관리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머리 헤어롤 간단하게 말고 자기 일에 집중하면서 심지어 헤어롤 매단 것을 잊어버릴 정도로까지 일에 집중하는 사람들도 우리나라 지도자 중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서 국민들이 그걸 보고 자신감을 되찾았고, 국격의 추락도 조금이나마 방지할 수 있었습니다. 


용경빈

한 마디로 대조가 되는 모습에서 좀 더 인간적인 그런 것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드는데요. 특히 그런데 이해는 됩니다만,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하는데 일종의 워킹맘의 동병상련 같은 마음인가요? 


하재근

이번에 대통령이 자기 일의 책무를 방기하고 외모 관리에 집중했다는 식으로 알려지면서, 이게 자칫 여성 일반의 특성으로 오인되는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거죠. 아 여성들은 사회적인 관계보다는 무슨 중요한 일이 터졌는데도 머리 세팅부터 하고 시간을 보내는구나. 평소에도 너무 많은 시간을 미용사하고 보내는구나. 이렇게 잘못된 오인이 될 수가 있었고. 이번에 대통령 대리인단들도 대통령의 여성성을 너무 강조하는 바람에 여성성에 대한 잘못된 문제가 생길 수 있었는데 이정미 재판관이 일에만 집중하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AP통신도 이번에 ‘한국의 일하는 여성들의 모습이 투영된 한 순간이었다’ 이런 식으로 보도를 하면서 그나마 상처받은 우리나라 여성들의 자존심이 조금이나마 회복이 됐습니다. 


용경빈

결국은 이제 말씀을 계속 해주셨지만 대중들이 외모 관리보다는 자신의 일에 좀 더 몰입하는 모습에 좀 더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것 같거든요.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해볼 수 있나요?


하재근

예전에 드라마 ‘추노’에서도 여주인공이 노비 역할인데 굉장히 아름다운 얼굴로 나와서 대중이 질타를 했습니다. 외모만 신경 쓰는 배우라고 하면서, 사실 배우 잘못이 아니라 극중 캐릭터였는데. 어쨌든 굉장한 비호감이 됐었고. 반면에 얼굴을 추악하게 분장하고 나왔던 성동일 씨가 그때 대중의 찬사를 받으면서 제2의 전성기가 열렸던 거죠. 이것만 보더라도 우리 대중은 외모를 예쁘게 꾸미고 이런 것보다는 자기의 일에 책임을 다하고 열정적으로 거기에 몰두하는 사람, 여기에 훨씬 더 호감을 느끼고 매력을 느낀다, 이런 걸 알 수가 있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이 왜 이런 점을 몰랐을까, 너무나 아쉽고 앞으로 또 다른 정치인들뿐만이 아니라 학생들도 요즘에 화장하고 외모 관리에 너무 치중하는데 진짜 중요한 아름다움은 외모가 아니라 내면에 있고 일에 대한 열정적인 몰입에 있다, 이런 걸 이번 사태로 우리가 알 수 있습니다. 


용경빈

이런 부분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생기긴 하네요. 오늘 말씀도 잘 들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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