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 "고통스럽고 어려운 결정"..여운 남긴 마지막 8분

박현석 기자 2017. 3. 13.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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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6년 임기를 마치고 오늘(13일) 퇴임했습니다. 이 권한대행은 많은 이들에게 출근길 머리에 붙은 헤어롤 두 개로 기억되겠지만, 그 기억의 이면에는 대통령의 헌법수호 책임 기준을 세운 역사가 새겨질 겁니다. 이 권한대행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화합과 상생'이었습니다.

박현석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이정미/헌재소장 권한대행 (지난달 1일) : 오늘부터 새로이 이 사건의 재판을 진행할 재판장입니다.]

나이도 기수도 막내였던 소장 권한대행에 대해 안팎의 우려도 있었습니다.

걱정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조원룡 변호사/대통령 측 대리인 (지난달 22일) : 한편이 되어서 편 먹고, 심판을 봐야 될 사람이…]

대통령 측 변호인의 막말에 뒷목을 잡으면서도 발언은 신중했습니다.

[이정미/헌재소장 권한대행 :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함부로 말씀하신다고 설득력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필요할 땐 단호하기도 했습니다.

[이정미/헌재소장 권한대행 : 그만하시죠. 다음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을 선고할 때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습니다.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선고 (지난 10일) :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퇴임 순간에서야 힘든 순간이었음을 털어놨습니다.

[헌재소장 권한대행 퇴임식, 오늘 오전 : 우리 헌법재판소는 바로 엊그제 참으로 고통스럽고 어려운 결정을 하였습니다.]

법의 도리는 처음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나중에 이롭다는 한비자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또 '화합과 상생'을 강조하며 탄핵의 갈등과 상처를 다독였습니다.

[헌재소장 권한대행 퇴임식, 오늘 오전 : 이제는 분열과 반목을 떨쳐내고 서로 껴안고 화합과 상생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퇴임식은 초대 손님도, 거창한 행사도 없이 단 8분 만에 끝났습니다.

대신 노고를 위로하는 직원들의 박수는 그 어느 때보다 길었습니다.

시민들은 헌재 앞 길가에 감사의 꽃다발을 놓아뒀습니다.

(영상취재 : 서진호, 영상편집 : 조무환) 

박현석 기자zes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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