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에 도전" 스스로 뒤집나..불복 메시지는 자기 모순

서복현 2017. 3. 13.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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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자 사망에도 갈등·치유 메시지 없어

[앵커]

박 전 대통령이 내놓고 있는 메시지는 본인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의혹과 혐의는 모두 거짓이기 때문에 맞서 싸우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입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말은 자기 모순인 동시에 본인이 그렇게 얘기해오던 국익에도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죠. 정치부 서복현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서복현 기자, 우선 "시간이 걸리지만 진실은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는 부분이 가장 논란이 되고 있지요.

[기자]

헌재가 내놓은 건 진실이 아니다는 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헌재 결정에 불복한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시간 얘기를 했는데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검찰 수사, 뒤이어 특검 수사가 있었고요. 탄핵 심판만 석 달이 넘게 걸렸습니다.

대면조사에 응하지 않는 등 진실 규명에 협조하지 않는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앵커]

그동안 여러 발언들이 결국 부메랑이 돼서 돌아온 경우가 많았는데요. 헌재 결정에 대해서 불복하는 것은 그동안 박 전 대통령의 발언과 모순되는 것 아닌가요? 과거에 했던 발언이 그대로 돌아온 경우죠?

[기자]

박 전 대통령의 과거 발언 정리해보겠습니다.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2004년 4월, 헌재의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한 달 전입니다. "네티즌 70%가 정치권이 헌재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 대통령이 어떤 입장인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기각되자 "헌재 결정이 내려진 이상 정치적 공방을 벌이는 건 또 다른 혼란과 갈등을 낳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당시는 국회에 강한 역풍이 불었을 때였습니다.

[앵커]

네티즌 70%라는 것은 사회과학적 조사방법론에 의한 것도 아니고, 이번에 제대로 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이미 90% 넘는 사람들이 탄핵 결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느냐 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에 대해서도 비슷한 취지의 말을 했죠.

[기자]

같은 해 10월, 신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나자 "헌재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건 곧 헌법을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헌법에 대한 도전이자 체제에 대한 부정"이라고 했습니다.

[앵커]

그 때의 입장과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태도인 거네요.

[기자]

본인 입으로 얘기했던 "헌법에 대한 도전" "체제에 대한 부정" "또다른 혼란과 갈등을 낳는 일", 지금 박 전 대통령이 그대로 하고 있는 셈입니다.

[앵커]

박 전 대통령은 승복하지 않았지만 국민 10명 중 9명은 헌재 결정에 승복한다는 여론조사도 나왔지 않습니까? 잠깐 소개해주죠.

[기자]

MBN과 매일경제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인데요.

탄핵 결정에 승복한다는 답변이 92%, 불복한다가 6%로 나왔습니다. 또 탄핵 인용이 잘한 결정이라는 답변이 86%, 잘못한 결정이라는 답변이 12%로 나왔습니다.

헌재의 결정을 놓고 국론분열을 말하지만 사실 한 쪽의 의견이 일방적으로 많다는 결과입니다.

[앵커]

결과만 놓고 보자면 잘한 결정이라고 한 사람보다 '승복해야 한다'라고 한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은, 잘한 결정이라고 인정하지 않고 싶어도 승복은 해야 한다는 매우 합리적인 결정을 국민 여러분들이 내리고 있다는 거죠. 박 전 대통령은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여러분께 감사하다"고 했는데,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은 여론조사 결과로만 놓고 보자면, 10%가 안 되는 사람들을 위해서만 그런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냐… 이런 지적이 나오잖아요?

[기자]

이건 탄핵 결정 이후 여론조사인데요.

탄핵 심판 선고 전의 여론조사에서도 줄곧 박 전 대통령을 믿고 성원한 국민은 많지 않다는 결과들이 나왔습니다.

갤럽 여론조사인데요. 지난 12월과 2월, 3월까지 탄핵을 찬성한다는 여론이 81%, 79%, 77%로 나왔습니다. 10명 중 8명 가량이 꾸준히 탄핵에 찬성했다는 얘기입니다.

[앵커]

결국은 박 전 대통령이 말한 '국민'은 탄핵을 반대했던 지지층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서 반쪽 메시지라는 얘기가 나오는 거고요. 사실은 반쪽이 아닌 10분의 1을 위한 메시지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죠.

[기자]

그런데요. 이처럼 지지층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가르는 취지의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은 처음이 아닙니다. 한 번 들어보시지요.

[정규재 TV 인터뷰/지난 1월 : (탄핵 반대 집회에) 촛불 시위의 2배도 넘을 정도로 정말 열성을 갖고 많은 분들이 참여하신다고 이제 듣고 있는데 여러 가지 고생도 무릅쓰고 이렇게 나오신다는 것으로 생각할 때 가슴이 좀 미어지는 그런 심정입니다.]

촛불집회 참가자에 대해선 한마디 없이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에 대해서만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습니다. 스스로 국민에 대해 편가르기를 했던 셈입니다.

[앵커]

따지고 보면 촛불집회에 나온 사람들에 대해 한마디 없었을 뿐 아니라 이번에 내놓은 메시지에도 빠진 부분이 있는데요. 집회 현장에서 사망한 세 사람에 대해서도 얘기가 전혀 없었죠.

[기자]

네, 탄핵 반대 집회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격렬해졌고요. 주최 측의 선동도 점점 강해졌습니다.

결국 탄핵 결정 이후 집회 참가자 3명이 숨졌습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갈등을 잠재우는 대신 불복 메시지를 던지며 오히려 지지층을 자극하고 있는 셈입니다.

성원해준 국민에 감사한다면서도 지지층의 사망 사고도 외면한 채 자신의 입장만 생각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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