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3월 13일 뉴스초점-공부하는 체육특기생

2017. 3. 13.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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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스포츠 총장협의회가 올해부터 대학 체육특기생 중 지난 2개 학기 평균 성적이 C학점 미만, 그러니까 100점 만점에 70점이 안 되는 학생은 대회에 출전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때문에 무려 102명의 선수가 올 시즌 경기에 나가지 못하게 됐죠.

정부도 올 1월부터 체육특기생 제도로 입학한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전교 석차가 70%에 들지 못하면 대회 출전 자격을 주지 않는 '최저 학력제'를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나오는 말, '정유라 때문이다'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가 체육특기생 제도를 악용해 온갖 특혜를 받은 사건 때문에 이런 제도가 만들어졌다는, 그래서 애꿎은 운동선수만 피해를 본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이 규정은 이미 2년 전에 예고돼 있었습니다. 오히려 2년 동안 유예 기간을 준 거여서 엄밀하게 말하면 정유라와는 상관이 없는 거죠.

지난 1972년 정부는 기량이 뛰어난 운동선수에게 입학 특혜를 주는 '체육특기생'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그때부터 '운동선수는 공부를 안 해도 된다'는 인식이 생겨났고 수업보다는 훈련, 시험보단 경기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됐죠.

그 결과, 지난해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 2학년의 체육특기생 중 30%가 최저학력 미달, 특히 중3은 44%가 미달이었습니다. 일반 학생의 미달률이 2% 안팎인 것에 비하면 아주 심각한 거죠.

더 큰 문제는 이 학생들 중 졸업 후 프로 선수로 진출하는 이는 불과 10%도 안 된다는 겁니다. 나머지 90%는 그냥 이런 상태로 사회에 내던져지는 거죠.

사실, 우리나라처럼 체육특기생에게 입학이나 학업에 특혜를 주는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미국은 대학 입시부터 수업 참여까지 모든 게 일반 학생과 똑같고, 선수 자격도 학점에 따라 선발하며 훈련 시간도 정해져 있습니다. 경기 출전은 C+이상일 때만 가능하고, 경기 자체도 학업에 지장이 없도록 개최 시기를 정하고 있죠.

'내 인생에서 유일하게 후회하는 건 스탠퍼드대를 중퇴한 것이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말입니다.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게 너무 벅차 운동을 선택한 건데, 만약 그가 학교를 중퇴하지 않았다면 세계 최고가 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은퇴를 앞둔 지금은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것에 대해 '뒤늦은'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이참에 우리도 운동만 잘하는, 메달만 잘 따면 되는 '체육 기계'가 아닌 우리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는 전문 체육인을 만들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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