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탈석유 경제' 밑그림, 亞대륙 위에 그린다

박상주 2017. 3. 1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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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중동의 석유 부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탈석유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디딤돌로 아시아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이 지난달 말부터 1개월 일정으로 시작한 아시아 순방은 바로 중국과 일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탈석유시대의 밑그림인 ‘비전 2030’을 그리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 도쿄=AP/뉴시스】살만 사우디 국왕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이 13일 도쿄 아카사카 궁 영빈관에서 나란히 앉아 있다.2017.03.13

CNN머니는 12일 살만 국왕이 1500명의 대규모 수행원들을 이끌고 아시아를 순방하는 목적은 아시아 국가들을 상대로 한 원유 세일즈 뿐 아니라 사우디를 탈석유 경제로 전환시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기업 컨설팅 기관인 ‘실크로드 협회(Silk Road Associates)’의 최고경영자(CEO)인 벤 심펜도퍼는 CNN머니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디아리비아가 미래를 생각할 때 아시아는 최우선이자 핵심의 자리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 아시아는 세계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아시아는 또한 세계경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업체인 팩트글로벌에너지(Facts Global Energy)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원유 수요량은 지난해보다 하루 140만 배럴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 70%를 차지하는 100만 배럴은 아시아에서 발생하는 수요다. 꿈틀거리기 시작한 아시아 시장의 경제가 원유 수요의 증가를 유발시키고 있는 것이다.

◇'일·사우디 비전 2030'에 합의

이미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방문을 마친 살만 국왕은 12일 일본에 도착해 이튿날 13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만나 양국 경제협력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일·사우디 비전 2030'에 합의한다. 사우디 국왕이 일본을 방문하는 것은 1971년 이후 46년 만이다.

사우디는 살만 국왕의 아들인 모하마드 빈 살만 (31) 왕자의 주도 아래 탈석유시대의 밑그림인 ‘비전 2030’을 그리고 있다.

양국이 이번에 합의한 '일·사우디 비전 2030'은 일본이 사우디의 제조업과 의료, 투자, 금융 등의 분야를 전면 지원함으로써 사우디의 경제의 석유 의존도를 줄여나가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일·사우디 비전 2030'의 핵심은 사우디에 공장이나 연구기관의 거점 역할을 하는 경제특구를 개설한다는 것이다. 경제특구에서는 외국인투자자에 대한 규제 완화, 세제 우대, 통관 간소화, 인프라 정비, 노동환경 개선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앞서 지난해 10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는 일본 소프트뱅크와 합작으로 1000억 달러(약 114조원) 규모의 ‘비전 펀드’를 조성키로 합의했다. 전세계 기술 분야 업체에 투자하기 위한 펀드다. PIF와 소프트뱅크는 각각 450억 달러와 25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사우디는 또한 내년으로 예정된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기업공개(IPO)에도 일본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살만 국왕은 앞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방문 중 130억 달러(약 14조8720억원) 규모의 정유 사업 투자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사우디는 이를 통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 수출하는 원유 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

【보고르=AP/뉴시스】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국왕이 1일 인도네시아 보고르에 있는 대통령궁에 도착해 수행원들이 받쳐주는 우산을 쓴채 걸어가고 있다. 2017.03.01

◇ ‘비전 2030’과 ‘일대일로’ 결합

살만 국왕은 3박4일간의 일본 방문을 마친 뒤 15일 중국으로 향한다. 살만 국왕은 중국을 통해서는 원유 일변도의 기존 사우디의 경제구도를 다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경제구조를 다변화하려는 사우디의 노력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글로벌 경제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와도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와 동남아시아~유럽~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를 구축하는 경제 인프라 건설 구상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2013년 9~10월 중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순방에서 처음 제시한 전략이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지역의 60여 개국을 연결하는 고속철도망과 대규모 물류 허브, 에너지 기반시설 연결 등 대규모 인프라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팩트글로벌에너지 회장인 프레이든 페샤라키는 “중국은 기술과 돈, 사람, 시장을 지니고 있다. 사우디는 미래의 새로운 선택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은 사우디를 위한 새로운 선택을 제공할 수 있는 나라”라고 말했다.

CNN머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취임 이후 사우디와 중국 간 협력의 중요성은 더욱 증대되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는 트럼프의 중동정책이 복잡하고 변동성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심펜도퍼는 “사우디는 지난 10년 동안 아시아를 재발견했다. 다른 지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사우디의 아시아 진출 의욕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sangjo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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