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비디오 읽어주는 유튜브 '뮤비 해설사'들
[경향신문]
“그룹 트와이스가 최근 발표한 노래 ‘낙낙(Knock Knock)’의 뮤직비디오(뮤비)와 지난해 가을 발표한 ‘티티(TT)’의 뮤비는 시간이 무한 반복되는 것을 의미하는 루프(time loop)물로 만들어졌다.”
동영상 공유사이트인 유튜브의 ‘드림텔러’라는 채널에는 트와이스 두 노래 뮤비를 이렇게 해석한 영상 콘텐츠가 올라와 있다. 트와이스의 두 노래 뮤비는 같은 장면으로 끝난다. 한 저택의 거실에서 할로윈 복장을 한 꼬마 두 명이 문 밖에서 들리는 노크 소리에 놀라는 장면이다. 두 뮤비에는 모두 시계가 등장하는데 밤 11시에 이야기가 시작해 자정쯤 끝나는 흐름을 보인다. 그런데 ‘티티’ 뮤비 마지막에 ‘낙낙’의 도입부 음악이 흐르고 ‘낙낙’ 뮤비의 마지막엔 ‘티티’의 도입부 음악이 흐른다. 두 뮤비의 끝과 시작이 연결돼 있다는 건 그 시간이 반복된다는 얘기다.
‘1인 방송’이 활성화된 요즘 유튜브에서는 ‘뮤비 해석’ 콘텐츠가 인기를 얻고 있다. “언뜻 가벼워보이는 대중문화의 깊이를 발견한다”(유튜브 크리에이터 ‘드림텔러’)거나 “영상의 힘을 믿는다”(‘해군수달’), “쉽고 재밌게 문화 콘텐츠를 탐구한다”(‘수다쟁이쭌’)는 크리에이터들은 ‘뮤비 해설사’로 활약 중이다. 크리에이터란 동영상 창작·제작자를 가리킨다.
뮤비 해설사들은 가수들의 앨범 콘셉트나 뮤비 속에 숨어 있는 대중문화 코드를 쉽게 풀어준다. 예를들어 ‘드림텔러’는 “트와이스의 두 노래에 등장한 저택은 미술심리에서는 사람의 마음을 상징한다”고 풀어주고 “두 뮤비를 루프물로 만든 것은 사랑에 빠지기 전의 두려움(‘티티’)과 사랑에 빠지기 전의 설렘(‘낙낙’)이라는 ‘양가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해군수달’은 그룹 구구단의 신곡 ‘나 같은 애’가 나르시시즘을 콘셉트로 하고 있다며 나르시스 신화와 그림에 관해 설명한다. 뮤비 속 구구단 멤버들이 거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진, 꽃 등을 소품으로 활용해 “‘자기애’를 강조하며 자신을 사랑하는 당당한 모습을 표현했다”고 해석한다. “어른의 세계로 진입해서도 사회의 부조리와 맞서 싸우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노래 ‘낫 투데이’의 뮤비는 팬들 사이에서도 해석이 까다롭다는 평이다.
‘해군수달’의 해석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의 ‘봄날’의 뮤비는 소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을 차용해 전체를 위한 소수의 희생을 과연 용납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또 ‘불타오르네’의 뮤비 속에서 방탄소년단은 ‘YOUTH(어른이 되기 전의 젊음)’라고 쓰인 담을 넘어서 어른, 성인의 세계로 들어선다. ‘낫 투데이’란 노래의 뮤비는 ‘봄날’, ‘불타오르네’의 뮤비와 같은 상징과 이어지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한다.
‘드림텔러’는 2015년 12월부터 영화 해설 영상 콘텐츠 40여개, 뮤비 해설 콘텐츠 90여개를 제작해 유튜브를 통해 공유했다. 현재 이 채널 구독자는 약 26만8000명, 전체 동영상 누적 조회수는 3280만여건에 달한다. 유튜브 이용자들은 “뮤비를 보고 의문 몇 가지가 있었는데 해결됐다”, “같은 영상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게 신기하다” 등의 댓글을 달며 공감 표시를 한다. ‘해군수달’은 지난해 6월 무렵부터 뮤비 해석 콘텐츠를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해 빠르게 인기 콘텐츠 채널로 성장 중이다. 현재 채널 구독자는 약 4만4000명, 전체 동영상 누적 조회수는 880만건이다. 드림텔러는 자막과 음성 설명을 동시에 하지만, 해군수달은 자막으로만 설명한다. 또다른 뮤비 해설사 ‘수다쟁이쭌’, ‘패리스 DIY’ 등도 자신만의 시각으로 해석한 뮤비 해석영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뮤비는 가수들의 앨범 콘셉트를 표현하거나 노래의 의미나 가사가 담고 있는 메시지들을 풀어내는 역할을 한다. 뮤비 해설사들은 가수나 음반 기획자들의 의도를 찾아내거나 또는 향유자, 소비자의 입장에서 뮤비를 새롭게 재해석한다. 박태원 유튜브 파트너십팀장은 “뮤비가 음악을 보조하는 역할에서 ‘보는 음악’으로 확고히 자리잡으면서 영상 안에 숨겨진 스토리를 이해하고 오브제를 해석하는 코멘터리 콘텐츠가 인기를 얻고 있다”면서 “K팝의 글로벌 영향력이 확대 되면서 해외 팬들 사이에서도 그 인기가 점차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드림텔러’의 구독자 중 20%는 외국인일 정도로 해외에서도 관심을 얻고 있는 콘텐츠다. 이 채널은 ‘드림’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조형기씨(25)와 ‘텔러’라는 닉네임을 쓰는 유지훈씨(28)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유씨는 “어려서부터 뮤비를 보고 해석하는 걸 좋아했다. 꽤 오랜 취미였다”면서 “뮤비는 그냥 흘려보내기에는 아까운 영상이다. 제작자가 숨겨 놓은 의미들이 있고 대중문화의 오마주나 클리셰가 많아 그걸 찾아가면 해석이 맞는 경우가 많더라”고 말했다.
그는 “‘드림텔러’가 해석한 내용이 나중에 소속사를 통해 맞는 해석이라는 것이 확인되곤 하다보니까 지금은 저희 콘텐츠에 대한 신뢰가 쌓여 있다”고 덧붙였다. 유씨는 “처음엔 이용자들도 뮤비 해석 콘텐츠를 생소하게 여겼는데 지금은 자신들의 해석과 맞춰보면서 재밌어 한다. 기획사 관계자나 뮤비 제작자들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뮤비의 제작 의도와 노력을 알아봐주는 것을 흥미롭게 여기는 듯하다”고 말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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