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도의 톡톡 생활과학]맞춰야 하나 말아아 하나..AI백신 논란

문병도 기자 2017. 3. 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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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인한 산란계 대량 살처분으로 지난해 12월 계란 품귀 현상이 발생했다. 이마트 인천점에 계란 판매를 ‘1인 1판’으로 제한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서울경제] 지난해 11월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가 우리나라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지금까지 산란계를 중심으로 살처분 한 가금류만도 3,481만 마리에 달한다. 2월 들어 확산 추세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아직도 계란 품귀 현상이 이어지면서, 평소보다 비싸게 팔리고 있다.

AI는 지난 2003년 12월 국내 가금류 농장에서 첫 발생한 이후 해를 걸러가며 유행이 반복되고 있다. 직접 피해액만 누적 1조 원에 달한다. AI는 철새가 북상하고 난 4월 이후에는 잠잠해질 것이다. 하지만 당장 올해 10월부터 철새가 다시 날아오면, 우리는 AI 악몽이 되풀이될 것이다. 현 시점에서 확실한 것은 ‘현재의 AI 방역 정책은 실패했다’는 점이다. AI에 걸리면 아무 증상 없이 폐사하거나 균형감각 상실 같은 신경 증상, 심한 산란율 저하 등이 발생하고 50% 이상의 폐사율을 보인다.

살처분은 효과적인 전략으로 정부는 지금까지 살처분 정책만 써 왔다. 하지만 감염 동물을 효율적으로 제거, 통제하지 못했다. 해를 건너 반복되는 AI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는 방법으로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을 강조한다. 살 처분 비용도 아낄 수 있고, 효과적인 퇴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박최규 경북대 교수는 “살처분의 부작용을 보완해주는 개념의 긴급 백신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이라면서 “적절한 AI 백신 접종은 바이러스 확산 차단에 기여할 것”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기존 불활화 백신의 단점을 보완한 고효능 백신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국내에 유입하는 바이러스 유형에 공통으로 방어 효과가 있으면서도 대량 접종이 가능한 분무형 등 다양한 제형 연구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선에서 방역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김성식 경기도 동물위생방역과장도 “백신 도입하지 않으면, 더 많은 살처분을 하게 된다”면서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도 권장하고 있는 만큼, 올해에는 반드시 백신이 도입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OIE와 UN식량농업기구(FAO)에서는 가금류 사육 밀도가 높은 곳에서 AI 감염이 확인되거나, 살처분만으로 AI 발생이 통제되지 않을 경우엔 긴급 예방 접종을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백신 접종을 통해 살처분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윤종웅 가금수의사회 회장은 “닭이나 오리를 한 마리를 살처분 하는데 드는 비용이 1만원인데 백신 접종은 200원이면 된다”면서 “올해 예상 피해액만 3,000억 원을 넘지만, 백신 접종을 했다면 60억 원으로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하지만 정부는 신중하다.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AI 바이러스의 감염·증식·변이 과정을 보여주는 모식도. 이 과정에서 유전체 변이가 쉽게 일어난다.
우선 AI 바이러스는 변이가 매우 활발하다. AI 바이러스는 8개의 RNA 조각을 유전체로 가진 바이러스다. 조각들로 이뤄진 만큼 복제·증식되는 과정에서 다른 바이러스의 유전체 조각과 섞일 가능성이 있다. 엉뚱한 염기 성분이 새롭게 끼어들기도 하고, 원래의 성분이 다른 성분으로 대치되기도 하면서 염기 서열이 바뀐다. 과거 발병한 H5N1형과 H5N8형은 비슷한 유형이지만 혈청 구조 등이 다르다.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최근 유행하는 H5N6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만들어도 다음 해 또 다른 유형의 AI가 발병할 경우 기존의 백신은 효과가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인체에 대한 유해 가능성이다. AI는 구제역과 달리 사람과 가축이 모두 감염될 수 있는 인수 공통전염병이다. 백신을 맞은 가금류는 AI에 감염돼도 죽지 않고, 바이러스가 몸에 남아 있다. 때문에 AI 바이러스에 감염된 닭과 오리가 식탁에 오를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만약 인체에 감염이 이뤄져도 알아낼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다. 또 백신을 사용하게 되면 AI 청정국 지위를 잃게 돼 해외 수출에도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김우주 고려대 교수는 “AI 백신이 만능은 아니다. 아주 효과적이지도 않고 미흡하다”면서 하지만 “AI가 많이 발생해 마의 삼각지역이라고 불리는 충북 음성, 진천, 충남 천안 지역에 선택적으로 접종하는 파일럿스터디를 해보는 것이 어떤가 싶다. 잘 통제된 방법으로 해보는 것도 좋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AI바이러스는 표면에 H와 N이라는 2개의 단백질이 있다. AI는 H라는 단백질이 18종류가 있고, N은 11종류가 있다. 그래서 이 두 유전자의 조합에 따라 이론적으로 198개 인플루엔자 형이 존재한다. 국내에서 유행했거나 유행 중인 고병원성 AI는 H5N1, H5N8, H5N6가 있다. 이 중 H5N1과 H5N6는 해외에서 인체 감염 또는 사망 사례가 있다. 사람이 AI에 감염되는 경로는 감염되거나 폐사한 가금류 또는 오염된 환경에 직접 또는 간접 접촉에 의해서다. H5N1은 지난 97년 홍콩에서 첫 사람 감염을 일으켰으며, 최근까지 중국, 이집트 등 16개국에서 856명이 감염돼 452명이 사망케 했다. H5N6는 2014년 중국에서 첫 인체 감염사례가 발생한 이해 최근까지 14명의 감염자와 6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H7N9은 2013년 초 중국 동부에서 출현하여 사람 감염사례가 속출했다. 최근까지 중국 남부, 동부 지역에서 1,223명이 감염자와 380명이 사망자가 발생했다. H7N9은 아직 국내 유행 보고는 없지만, 중국에서 입국하는 여행객으로 인한 유입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서 대비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AI 백신은 무엇이며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백신은 일반적으로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체내에 항체를 생산시키기 위하여 접종하는 항원을 이른다. 약화시키거나 죽인 미생물 또는 병원미생물이 생산한 독소액에 적당한 조작을 가하여 만든 다. 바이러스 감염증은 아직도 치료법이 확립되어 있지 않으므로 그 대책으로는 백신 접종에 의한 감염 방어 밖에 없다.

백신은 보통 총 3단계를 걸쳐 만들어지는데 ‘백신 후보주’(seed virus)와 ‘항원’을 거쳐 백신이 만들어진다. 지금까지 H5N1 및 H5N8 바이러스 각 1종에 대한 백신 후보주가 구축된 상태이며, 현재 전국으로 퍼지고 있는 H5N6형 백신 후보주는 개발 중이다. 항원은 면역 반응을 일으켜 특히 항체를 생산하게끔 만드는 물질이다.
연구원이 항원 대량 생산을 위해 9~10일된 유정란에 바이러스를 주사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생명체에 기생하는데, 달걀에서 병아리가 생길 때 가장 잘 배양된다. 항원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서는 9~10일 된 유정란에 바이러스를 주사한다. 달걀의 요막강에 주입해서 바이러스를 배양한다. 이 액을 추출한 후 바이러스를 농축 한 뒤 화학 물질로 바이러스를 약화시켜 백신을 만든다. 항원 뱅크는 백신 완제품을 만들기 위한 전 단계로 항원을 대량 생산해 냉동 보관해 놓는 것을 말한다. 항원뱅크가 구축돼 있으면 며칠이면 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 정부에서 지난해 12월 AI 항원 뱅크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만큼, 백신 개발에 사실상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백신의 종류에는 불활화 백신(사백신)이 있고, 유전자 재조합 벡터 백신이 있다. 불활화 백신은 균이나 바이러스를 가열 또는 포르말린이나 페놀 등의 화학약품에 의해서 면역원성을 잃지 않고 병원성을 불활성으로 한 것을 말한다. 불활화 백신은 일일이 주사를 해야 하는 것이 단점이다. 수천, 수만 마리에게 모두 주사를 놓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유전자 재조합 벡터 백신은 닭이 걸리는 뉴캐슬병 바이러스(NDV)에 인플루엔자 유전자를 집어 넣으면, 넣은 유전자가 발현돼서 백신이 되는 원리다. 바이러스벡터 백신은 안전하고 효과가 높다. 백신을 맞은 닭이 AI에 걸리더라도 바이러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분무형으로 개발하면 간편하게 뿌릴 수도 있다. 백신 개발은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모두 전담 한다. 차폐 실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민간에서는 다루질 못한다. 백신을 개발·생산할 수 있는 국내 업체는 다섯 곳 정도다. /문병도기자 d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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