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보존만 집착한 서울..사람 모이는 도심 어려워

김강래 2017. 3. 12.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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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자원 복원 내세워 따로 지은 서울시 신청사, 주변과 조화 실패해 최악
청년층 핫플레이스로 뜬 광화문 D타워·그랑서울, 現 높이규제론 또 못나와
대규모 복합개발 막으려 소구역으로 잘게 쪼갠 세운상가는 난개발 우려

◆ '도시 르네상스' 열자 ③ ◆

"처음 서울시청을 방문했을 때 왜 청사가 두 개인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첫인상이 좋지는 않았죠."

일본인 사사키 리카 씨(27)는 처음 서울시 청사를 찾았을 때를 떠올리며 말했다. 교환학생으로 처음 한국을 방문했던 그는 옛 건물을 그대로 두면서 새 건물을 따로 지은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서울 도심 개발은 과거에 얽매여 있다. 광화문을 포함한 세종대로 일대, 세운상가 등 도심지역 개발에 대한 서울시 철학은 '보존'이다. 서울시가 펴낸 '도시재생 함께 : 디지로그'에서 시는 세종로 일대 재생사업의 기조로 '서울의 원풍경 회복'과 '역사문화자원의 복원'을 내세웠다. 미래를 지향할 도시개발 정책이 과거 복원으로 뒤바뀐 것이다.

기존 건축물을 그대로 둔 채 새로 지으려다 보니 도심 속 조화는 포기했다. 2013년 건축가 100인이 '광복 이후 최악의 건축물'로 꼽은 서울시 신청사는 수차례 설계도가 부결되며 난항을 겪었다. 당시 문화재위원회는 "역사를 지우고 건물을 고층화하려는 도시화 욕망을 다잡겠다"며 고층 설계안 변경을 요구했다. 결국 현재 모습의 신청사가 구청사 뒤에 별도로 건설됐다.

이 결과 쓰나미 형상 신청사가 주변의 덕수궁,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서울시 구청사 등 전통과 문화적 가치를 지닌 주변 건물마저 압도해 버린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조한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는 당시 "주변 도시 문맥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얘기가 훨씬 많다"고 평가했다.

서울시는 현재 사대문 안 신규 빌딩 높이를 90m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규제 전에 인가받은 광화문 주변 D타워와 그랑서울은 105m 높이로 완공된 후 청년층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앞으로 이런 빌딩은 더 이상 들어설 수 없다. 일본도 2000년대 규제 완화 전 왕궁보다 높은 건물을 건립할 수 없도록 규정해 50년 가까이 도심을 방치한 바 있다. 이제 도쿄의 왕궁 앞에 일본을 대표하는 마천루가 즐비하다.

서울의 세운상가 일대 개발도 '보존'에 손발이 묶여 어려움을 겪고 있다. 1980년대 전자산업의 메카였던 세운상가 지역은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됐으나 아직 뚜렷한 성과를 못 내고 있다.

대규모 개발을 지양하고 보존에 치우친 서울시 철학이 사업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세운4구역은 종묘 앞이란 이유로 도심 속 고층 랜드마크(기존 36층 규모)를 포기하고 최고 19층으로 건설된다. 서울시가 처음 개발 계획안을 마련한 2004년 이후 13년 만에 건물 높이가 반 토막 난 것이다.

2013년 서울시는 기존 공원 조성 등 세운상가 일대 전면 개발 계획을 백지화하고 세운상가 보존을 위한 리모델링 사업으로 선회했다.

당시 서울시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변경계획안'을 발표하며 크게 8개 블록으로 구성된 세운상가 재정비촉진지구를 170여 곳의 소규모 구역으로 분리했다. 일본 도시재생은 개별 구역 개발만으로는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한정적이라는 판단에 여러 개 블록을 통합해 진행된다.

중구청 관계자는 "서울시가 대규모 개발을 원하지 않다 보니 촉진지구를 과도하게 쪼개 놓았다"며 "어떤 구역은 주변에 공사 차량이 진입할 수 있는 도로조차 없어 개발이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과도한 세분화로 사업성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결국 세운상가 일대 개발은 사업성 문제로 진전이 없다. 중국 최대 부호 왕젠린 회장이 이끄는 완다그룹조차 세운상가 재정비사업 투자를 검토하다가 사업성 때문에 철수했다.

서울역은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대규모 개발이 어려운 상태다. 현재 서울역 일대는 서울시, 코레일, 문화재청 등 다양한 주체가 '지분'을 갖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역 고가도로 사업과 함께 서울역 자체에 메스를 대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서울역을 통과하는 지하철 노선들은 각각 개발돼 현재 환승체계가 효율적이지 않다"며 "환승체계 개편 등을 위해 역사 일대를 재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해관계자가 많아 구체적 계획을 만들기 힘든 상황이다.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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