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전통건물 위에 고층빌딩..서울, 사대문안 개발 90m제한

박인혜 2017. 3. 12.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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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 르네상스' 열자 ③ ◆

저층부에 옛 우체국 건물 외관을 보존하면서 고층부를 올려 수익 확보를 추구한 도쿄역 앞 일본 중앙우체국 청사(위)와 쓰나미 형상의 서울시 신청사(아래). 서울 청사는 구청사를 그대로 둔 채 별도의 신청사를 건설해 도심 경관과 조화를 포기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박인혜 기자 / 한주형 기자]
일본 도쿄 도심부는 도쿄역에서 시작된다. 지방과 연결되는 관문이기도 하거니와 왕궁과 인접해 있다. 서울 광화문 일대를 연상케 하는 업무지구인 '마루노우치'도 지척이다. 기차를 타고 내리는 역사(驛舍) 기능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새로 지은 신청사가 수행하지만 도쿄역의 경우 구청사와 신청사가 겉에선 보이지 않게 연결돼 있다. 마루노우치 쪽에서 기차를 타려면 서울역과 똑 닮은, 고풍스러운 구청사로 들어간다. 과거의 상징성을 살린 것이다. 구청사에 유동인구가 없어 황폐하게 버려지는 일은 없다. 상층부는 고급 호텔로 쓴다. 과거 유산을 보호하면서도 현재 쓰임새를 잘 배려한 도시재생의 우수 사례다.

도쿄역 남쪽으로 나오면 곧바로 고층 빌딩 마천루다. 일본 4대 디벨로퍼로 유명한 미쓰비시지쇼의 작품인 마루노우치 일대 개발 현장이다. 즐비한 고층 빌딩 숲을 따라가면 독특한 외관을 자랑하는 최고급 온천호텔 호시노야가 외국인 고객을 맞이한다. 마루노우치 일대에서 긴자 지구와 연결된 곳엔 최고급 호텔 페닌슐라가 자리 잡았다.

도쿄역을 나와 마루노우치 마천루 사이를 걷다 보면 갑자기 고풍스러운 황토빛 건물을 만난다. 1920년 준공된 일본 공업구락부회관이다. 근대 일본 산업을 일으킨 주역들의 사교클럽이었다. 대공황, 전쟁, 패전 등을 거쳐 일본 경제 부흥을 이끈 무대로 일본 역사에서 의미 있는 장소다. 일본 건축의 근대 양식을 감상하며 고개를 위로 들면 유리 벽면의 미쓰비시UFJ신탁은행 본사가 보인다. 구락부회관을 반쯤 덮은 형태로 초현대식 고층 빌딩이 올라가 있다. 미쓰비시지쇼가 재개발하면서 저층부에 구락부 건물 남쪽 원형을 그대로 복원하고 대신 용적률 확대를 허용받아 초고층을 올렸다.

도쿄역을 나와 바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일본 최대 서점 마루젠과 마루노우치호텔이 있는 오아조빌딩이 나온다. 일본 국철 본사 빌딩을 재개발해 2004년 준공됐다. 현관으로 들어가 보이는 로비는 여느 대형 업무빌딩과 사뭇 다르다. 번화가 길거리처럼 양쪽으로 각종 상점이 늘어서 있고 가운데는 보행로가 쭉 뻗었다. 직진해 반대편으로 나가면 오테마치 지구로 바로 연결된다. 로비를 보행로처럼 조성하고 개방해 시민들에게 제공한 것이다. 오테마치 지역 직장인들은 도쿄역에서 내린 후 이 로비를 지름길 삼아 바쁜 출근시간을 절약한다.

마루노우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길인 '나카도리'는 차도와 인도가 일체화됐다. 일과 시간(오전 9시~오후 7시)에는 총 21m 폭 도로 중 14m가 보행로로 사용되고, 밤 시간대엔 통행량에 따라 차가 다닐 수 있는 폭을 늘리게 설계됐다. 보행자 중심으로 도시를 바꾼 것이다. 걷다가도 언제든지 주변 고층 건물 저층부로 들어가 쇼핑이나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이 지역 상당수 고층 빌딩은 지하를 통해 지하철역과 연결돼 있다. 저층부와 지하 공간은 모두 즐길거리로 가득하다. 저층부 꼭대기인 33m 지점엔 고급 카페와 전망대, 분위기 좋은 바들이 있다. 평일 밤과 주말에 텅텅 비던 이 거리에 밤과 낮, 평일과 휴일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모이게 된 이유다.

도쿄 도심부 개발의 또 다른 핵심은 연결성이다. 마루노우치는 대표적 업무지구로 광화문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지만, 혼자 이 기능을 도맡지 않는다. 마루노우치에서 야마노테선 철도 건너편으로 가면 과거 상업중심지였던 니혼바시가 나온다. 차로 10분 거리지만 도보로 접근이 가능하다. 이곳은 미쓰이은행으로 유명한 디벨로퍼 미쓰이가 개발을 전담하고 있다. 마루노우치나 니혼바시 둘 중 하나에만 머무르지 않고 좀 더 여러 곳으로 관광객이나 쇼핑객의 발길이 갈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디자인 역시 에도시대를 그대로 살렸다.

이 지역 개발은 끝나지 않았다. 특히 파격적인 용적률 혜택을 주는 도쿄도의 노력도 돋보인다. 통상 800~1000%인 용적률은 공공기여를 통해 1300%까지 올라간 사례가 많고, 일각에선 2000%까지도 부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데구치 아쓰시 도쿄대 교수는 "기본 1000%에서 현재 여러 가지 공공기여를 통해 1300%를 확보한 곳이 많은데 필요하다면 이를 1800~2000%까지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쿄 =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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