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가짜 뉴스' 계속 보면..뇌도 속아넘어간다
반대측 주장 들어보고 비판적 사고 연습해야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있다. 근거 없는 가짜뉴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확산된다. 가짜뉴스에 대한 문제가 심각해지자 국내 한 국회의원은 '가짜뉴스 방지 법안'을 발의했으며, 페이스북은 범람하는 가짜뉴스를 걸러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과학자들은 가짜뉴스의 범람을 보면서 인간의 '기억'을 걱정한다. 가짜뉴스가 SNS를 통해 유포되고, 사람들에게 반복해서 노출되면 인간의 뇌는 이를 '사실'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인간의 기억에는 오류가 존재한다. 어제 있었던 일을 잊기도 하고, 경험하지 않은 기억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기억의 불완전성은 SNS, 가짜뉴스를 통해 새로운 현상을 맞이하고 있다. 대니얼 새터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학술지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통해 넘쳐나는 잘못된 정보는 인간의 집단기억을 왜곡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집단기억이란 두 사람 이상이 모여 있는 곳에서 공고해지는 기억을 말한다.
사람들은 가짜뉴스에 어떻게 반응할까. 핵심은 SNS와 같은 '집단'에 있다. 앨린 코먼 미국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진은 지난해 7월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서 그룹 내에서 기억이 형성되는 과정을 설명했다.
연구진은 140명의 실험 참가자를 10명씩 그룹으로 묶은 뒤 가상으로 만든 4개의 평화봉사단에 관한 정보를 들려줬다. 며칠 뒤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마치 SNS에서 소통하는 방식으로 그룹을 형성하도록 한 뒤 처음 들었던 정보에 관해 답하도록 했다. 실험 결과 특정한 한 그룹에 속한 사람들은 정보의 진실 여부에 상관없이 그룹에서 언급된 평화봉사단과 관련된 내용에 동의했다.
반대로 두 개의 서로 다른 그룹에 속한 사람들은 상반된 정보를 모두 받아들였다. 정수근 한국뇌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만약 A, B, C라는 정보가 있는데 한 그룹에서 A와 B와 관련된 이야기만 한다면 C에 대한 기억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왜곡된 정보라도 특정 집단 내에서 계속해서 노출되면 이를 사실로 받아들인다는 설명이다. 이는 '확증편향'과도 연관이 있다. 확증편향이란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수집하려는 인간의 특성을 의미한다. 정수근 선임연구원은 "인간은 자신이 지지하는 뉴스만 찾게 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확인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집단의 기억이 형성되는 과정도 이와 비슷하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알고리즘을 통해 타임라인에 사용자가 원하는 뉴스만을 선택적으로 보여준다. 카카오톡, 라인과 같은 대화방은 일반적으로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뉴스 등을 공유한다. 네이처는 이를 두고 "그룹 내에 한 기억이 공유되면서 그룹의 정체성을 견고하게 만들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렇게 공유된 기억은 외부인의 역할을 왜곡하거나 갈라지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공유하는 지식이 기억으로 형성되면서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설명이다.
2011년 바이츠만과학연구소의 논문도 이를 뒷받침한다. 연구진은 30명의 실험 참가자들을 5명씩 그룹으로 만들어 영화를 보여줬다. 며칠 뒤 개별적으로 불러 영화와 관련된 질문을 했다.
일주일 후 참가자들에게 다시 질문을 했는데 이때는 함께 영화를 본 사람들이 관련 질문에 잘못된 대답을 하는 것을 보여준 뒤였다. 이 모습을 본 실험 참가자들은 개별적으로 정확히 답했던 기억을 왜곡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려 참가자의 70%에게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그룹 내에서 왜곡된 기억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은 끊임없이 신뢰할 만한 정보에 노출되는 수밖에 없다.
당시 연구를 이끌었던 미가 에델슨 스위스 취리히대 교수는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실험 참가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자 60%의 사람이 자신이 잘못 대답했다고 인정했다"며 "신뢰할 만한 정보를 잘못된 기억을 갖고 있는 그룹에 노출시키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록 참가자의 10%는 자신의 생각을 바꾸지 않았지만 잘못된 정보에 대한 믿음이 줄어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집단기억은 양날의 검이다. 누군가는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할 수 있다. 반대로 이는 사회 결속력을 공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코먼 교수는 "정보가 사회에서 자유롭게 유통되는 것은 건설적이고 민주적인 사회를 의미한다"면서도 "하지만 이것이 항상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정수근 선임연구원은 "우리 뇌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하려면 동의하지 않는 그룹의 주장이라도 한번쯤 귀기울여 살펴보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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