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Notch]⑮ 우버 '사면초가'.. 리프트는 맹추격

방성수 기자 2017. 3. 12.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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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공유 서비스’를 앞세워 실리콘밸리의 ‘수퍼 유니콘(기업 가치가 높은 비상장 스타트 업 기업)’으로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미국의 차량공유 서비스 기업, 우버가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자동차 공유 기업인 우버가 2009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사진=블룸버그

2009년 출범한 우버는 자동차 패러다임을 소유에서 공유로 바꾸는 패러다임 시프트를 주도하면서 21세기 혁신 기업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순식간에 세계 560개 도시에 우버 서비스가 도입되면서 기업 가치가 680억달러로 평가되며 ‘미국 자동차 산업의 자존심’인 GM보다 100억달러 이상 높게 평가됐다. 우버 열풍에 놀란 벤츠, GM, 도요타 등 자동차 거인들이 자동차 공유사업 진출을 앞다퉈 선언할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대형 악재들로 우버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CEO(최고경영자) 리스크, 조직 리스크, 규제 리스크, 소송 리스크, 경쟁 리스크···. 상상 가능한 모든 경영상의 리스크들이 태풍처럼 휘몰아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저가 공세를 앞세워 우버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한 리프트(Lyft)는 앱 다운로드 수에서 처음으로 우버를 추월하고 대형투자를 통해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 ‘트럼프 자문’ 소동·막말 파문 등 CEO의 ‘헛발질’··· 20만명 앱 삭제

우버의 위기는 올해 초 창업자인 트래비스 캘러닉(41) 최고경영자의 ‘헛발질’로 시작됐다.

캘러닉은 지난 1월28일(이하 현지시각)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자문을 맡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민법 제정 등 국수주의 정책, 트럼프의 잇단 막말에 거부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거세게 반발했고 이내 ‘우버 앱(응용 프로그램) 지우기 운동(#DeleteUber)’이 불거졌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깨닭은 캘러닉은 5일 만에 지문직 사퇴를 발표했지만 20만명의 소비자들이 우버 앱을 지운 뒤였다. 우버 앱 사용을 중단한 이용자가 40만명 이상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등 소비자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달엔 캘러닉 CEO의 막말 파문까지 불거졌다. 블룸버그는 지난 2월 28일 “캘러닉 CEO가 올해 2월 5일 미국 휴스턴에서 여성 2명과 우버 서비스를 이용하던 중 운전기사와 설전을 벌였다”며 “캘러닉 CEO가 ‘우버의 가격인하 정책으로 피해가 크다’고 항의하는 기사에게 ‘헛소리하지 마라’고 대응하는 장면이 차량 카메라에 고스란히 녹화됐다”고 보도했다. 캘러닉도 즉각 "경솔했다”고 사과했다.

칠레 택시 노조 조합원이 우버 택시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우버 택시에 반대하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사진=블룸버그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그러나 "캘러닉이 과연 680억달러짜리 기업을 운영할 품성을 갖췄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잇따라 보도하고 있다.

CEO의 잘못된 결정과 행동이 기업을 어떻게 위기로 몰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CEO 리스크’인 셈이다.

◆ “성차별, 성희롱, 권위주의” 전 직원 폭로··· 조직 리스크에 휘청

“직속 상사는 노골적으로 성적 추파를 던졌다. 인사부는 문제를 감추려고만 했다. 간부들은 승진하려고 서로 헐뜯고 비방하기 바빴다. 처음부터 끝까지 우버라는 조직은 혼돈, 그 자체였다.”

2월19일에는 우버의 전직 엔지니어였던 수전 파울러(Susan Fowler)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우버의 성차별, 성희롱, 상호비방 문화를 폭로했다.

파울러는 “출근 첫날, 직속상사가 회사 채팅방을 통해 자기 성생활을 자세하게 털어 놓았다”며 “‘내 여자 친구는 다른 성적 파트너를 쉽게 구하지만 나는 그렇게 못 한다. 회사 안에서 성관계를 할 파트너를 구했으면 한다’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보냈다”고 주장했다.

파울러는 “명백한 성적 유혹에 놀라 메시지를 캡처해 인사부와 상의했더니, ‘누구도 말썽꾼을 원하지 않는다. 당신이 참아라’는 말만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파울러는 또 “우버의 간부들은 서로 헐뜯기 바빴다. 공식회의든 사석에서든 자기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자랑하기 바빴다. 상사를 끌어내리고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직속상사에 대한 험담을 주저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캘러닉 우버 CEO는 즉각 “충격적인 주장이다. 철저하고 신속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밝히겠다”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지낸 에릭 홀더(Eric Holder)에게 조사 책임을 맡겼다. 우버 이사회 멤버인 아리아나 허핑턴(Arianna Huffington·67) 허핑턴 포스트 창업자도 조사위원으로 참여시켰다. 허핑턴 여사는 “파국 없이는 변화가 없다. 철저히 조사해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다 밝히겠다”고 공언했고 조사가 진행 중이다.

우버는 자동차공유 서비스에 이어 식품 배달사업에도 진출했다. 사진은 런던에 등장한 ‘우버 프레시’용 오토바이./사진=블룸버그

파울러의 폭로에 이어 “전·현직 우버 직원들과 인터뷰를 통해 파울러의 사례가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우버에 만연한 일임이 확인됐다”는 뉴욕타임스의 추가 보도까지 나왔다.

파울러의 폭로는 백인남성 중심의 실리콘밸리 문화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이어지면서 성차별·인종차별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 “구글 기술 훔쳤다”소송당하고 “불법 영업” 폭로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송까지 당했다.

우버와 자율주행차 개발경쟁을 벌이고 있는 구글 계열사인 웨이모는 2월 23일 “우버의 부사장인 안소니 레반도우스키가 구글 엔지니어로 일할 당시 구글의 자율주행과 관련된 수천건의 기밀파일을 빼돌렸다. 우버도 알고 있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우버는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지만 지루한 소송이 기다리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또 우버의 불법 영업 의혹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3일 3일 "우버가 그레이볼(Greyball)이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해 미국·프랑스·호주·한국 등에서 불법 영업을 해왔다"며 우버가 불법 프로그램으로 단속을 피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우버가 사용자의 위치, 신용카드 정보, 소셜미디어 아이디 등을 수집해 신원을 식별한 뒤 단속 경찰이라고 판단되면 호출을 취소하도록 했다"며 "이는 컴퓨터 사기 금지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우버 측은 "그레이볼은 우버 영업을 방해하려는 경쟁 업자들의 가짜 호출 요청을 거부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불법 영업 여부에 대한 수사 기관의 조사를 받을 위기에 직면했다.

◆ “우버의 위기는 리프트의 기회”

사면초가에 몰린 캘러닉 우버 CEO는 최근 최고운영책임자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사진=블룸버그

우버가 휘청이는 사이 우버보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리프트는 최근 앱 다운로드 수에서 우버를 추월하는 등 급성장하고 있다.

리프트는 올해 안으로 미국의 100개 주요 도시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는데 1월에 40개, 2월에 50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목표를 9개월 앞당겼다고 밝혔다. 미국에 국한된 서비스를 세계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속도를 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우버의 위기는 2위 업체인 리프트의 기회"라며 "리프트가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버는 작년 30억달러에 이르는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시장 확대를 위해 전 세계에서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붓고, 헬리콥터 택시인 ‘우버콥터’ 보트 택시인 ‘우버 보트’ 오토바이 택시인 ‘우버 모토’ 식료품 당일 배송 서비스인 ‘우버 프레시’ 등 추진 중인 사업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캘러닉 CEO가 최근 “혼자 힘으로 모든 문제를 극복하기는 힘들다”며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구하고 있다”고 고백했을 만큼 우버가 직면한 문제들은 산적해 있다.

인터넷 등 디지털 산업에서 선발 주자의 이점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인터넷 초기 포털 시장을 장악했던 야후가 검색 서비스를 내세운 구글에 추월당했듯이 후발 주자의 추월 기회도 열려있다. 선발 주자의 이점, 기술의 우위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브랜드 이미지가 승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자동차 공유 서비스 시장을 처음 연 우버가 악재를 극복하고 자동차 산업의 공룡으로 성장할까? 아니면 유니콘처럼 멸종하는 운명을 맞을까? 흥미진진한 드라마는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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