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127회 '개근상' 촛불시민 "백남기 사건이 계기"

2017. 3. 12.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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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어머니도 80여회 참석.."후대에 좋은 나라 물려주고 싶었다"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수사기관이 백남기 어르신의 부검을 시도하는 걸 보고 한국 사회에 대한 희망을 잃었습니다. 이민도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촛불집회에 나오면서 나와 같은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희망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요구한 촛불집회 최다 참석자인 직장인 이민주(56·여)씨는 2015년 집회에서 경찰 물대포에 맞고 치료를 받다 숨진 농민 백남기씨 사건이 촛불을 들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마지막 주말 촛불집회가 열린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난 이씨는 등에 노란 세월호 리본을 매단 가방을 메고 있었다. 손에는 역시 노란 바탕에 '촛불소녀' 그림과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 우리가 만든다'고 새긴 깃발을 들었다.

지난해 10월27일 첫 평일 촛불집회가 열렸을 때부터 이달 11일까지 거의 매일 참석했다는 이씨는 성탄절에도 설에도 쉬지 않고 광장으로 향했다.

촛불집회를 주최하는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의 안진걸 공동대변인은 이씨가 평일과 주말을 합해 모두 127회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위한 주말과 평일 촛불집회에 127회 참석한 이민주(56·여)씨와 수십 차례 참석한 어머니 송이순(80)씨가 11일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에서 깃발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7.3.12 comma@yna.co.kr

이씨는 "주변 사람들이 나를 탄핵교 교주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원래 집회에 자주 나오는 편이 아니었다.

그는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아 관련 활동만 소극적으로 했고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당시에도 그다지 열심히 참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씨는 "검찰과 경찰이 백남기 어르신에 대한 부검을 시도하는 것을 보고 이 나라의 시스템이 붕괴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물대포 사건 자체보다 그 이후 검·경 대처가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우울하게 지냈다. 주변 사람들이 내게 말도 못 걸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당시 그는 남편과 딸에게 이민을 가자고 제안했다. 평소 서구 사회의 인종차별에 대해 알았지만 그래도 한국사회보다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던 그를 다시 바꾼 것이 바로 촛불집회다.

이씨는 "촛불집회에 나와서 나하고 똑같은 사람이 정말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그때부터 '그러면 이 사람들하고 같이 한번 해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그는 새벽같이 일어나 밥을 차리고 자녀 도시락을 챙겨준 뒤 직장에 출근해서 일하고, 다시 퇴근해 집에 들렀다가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바쁜 나날을 매일 계속했다.

그는 "어느 날은 하루에 집회 '두세 탕을 뛰는' 날도 있었으니 참석 횟수로 보면 130회, 140회가 넘을 것"이라며 웃었다.

자비도 많이 들였다. 직접 깃발을 주문해 만드는가 하면 계좌 후원도 적극적으로 했다. 친구들에게 후원 물품이나 좋은 상품을 안겨주고는 '나한테 말고 촛불집회 후원 계좌에 입금하라'고 당부도 많이 했다.

인터뷰 당일에도 그는 광화문광장에서 농성하는 '블랙리스트' 예술가들을 후원하기 위해 그들이 판매하는 음악 CD를 샀다.

그는 "원래 탄핵이 끝나면 아무것도 안 하려 했는데 이제는 '탄핵교 교주'에서 '사드교 교주'가 되지 않을까 싶다"며 "미국이 (군수업체들의) 무기 공화국인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위한 주말과 평일 촛불집회에 127회 참석한 이민주(56·여)씨와 수십 차례 참석한 어머니 송이순(80)씨가 11일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에서 깃발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7.3.12 comma@yna.co.kr

이씨의 어머니인 송이순(80)씨도 팔순 나이에 서울 노원구 자택에서 지하철을 갈아타고 1주일에 2∼3차례 청계광장과 광화문광장 등으로 나와 촛불을 들고 청와대까지 행진했다.

탄핵 선고 당일 헌재 앞 집회에는 아침부터 나와 생중계를 지켜보다 탄핵이 확정되는 순간 함성을 지르기도 했다.

11일 집회에 멋진 선글라스를 끼고 나온 송씨는 "신문과 TV를 보고 내가 너무 편향되게 생각하지 않나 걱정스러웠는데 지난해 10월29일 청계광장 첫 주말 촛불집회에 나와 보니 모든 시민이 다 저와 함께 공감하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옛날 같으면 여기(촛불집회) 나온 사람들 다 사상범·공산주의자로 몰았을 것"이라며 "우리는 국민으로서의 주권을 찾기 위해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암으로 두 차례나 수술을 받았다는 그는 "지금까지 우리는 군사독재에 억눌려 살아왔다"며 "우리 후손들에게는 이런 현실을 넘겨주기 싫어서 열심히 나왔다"고 말했다.

두 모녀는 촛불집회로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것 외에 개인적인 기쁨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씨는 촛불집회 이후 우울했던 마음이 사라져 밝아졌고 콜레스테롤 수치도 몸무게도 줄었다고 한다.

송씨는 "촛불집회 도중인 지난달 28일 이제 암 재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병원에서 통보를 받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com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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