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소식에.. 최순실 '대성통곡'

김경택 노용택 기자 2017. 3. 11.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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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구치감서 대기 하던 중.. 朴-최순실 40년 인연 '파국'
1979년 6월 영애 시절 구국여성봉사단 총재를 맡았던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모습. 뉴스타파

재판 도중 박근혜 대통령 파면 소식을 전해들은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 기소)씨가 검찰 구치감에서 대성통곡한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 등의 7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최씨의 조카 장시호(38·구속 기소)씨는 “조금 전 이모가 대통령이 탄핵된 것을 알고 대성통곡했다. 가슴이 아팠고 심적으로 많은 부담이 되는 것 같다”며 울먹였다. 이날 오전 재판 직후 검찰 내 구치감에서 대기할 때 최씨가 목놓아 울었다는 얘기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40여년 질겼던 인연은 헌정 사상 첫 현직 대통령 파면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박 전 대통령은 10일 헌법 및 법률 위배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썼다. 가장 어려운 시절 그의 곁을 지켰다던 최씨는 희대의 국정농단 주범이 됐다. 수십년 동안 서로 의지했던 두 사람 관계가 서로를 파국으로 이끌었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보다 네 살 어리다. 그는 20대 초반부터 박 전 대통령의 말동무이자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인연은 최씨 아버지 최태민씨로부터 시작됐다. ‘영세교 교주’로 알려진 최태민씨는 자신의 3남6녀 중 다섯째 딸인 순실씨를 ‘박근혜 영애’에게 소개했다.

최태민씨는 1974년 육영수 여사 사망 후 실의에 빠져 있던 박 전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편지를 보낸 것을 계기로 박 전 대통령과 가까워졌다. 그는 자신의 꿈에 나타난 육영수 여사가 ‘내 딸 근혜가 우매하니 가서 그녀를 도우라’고 했다는 내용을 편지에 썼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최태민씨를 ‘멘토’처럼 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민씨는 박 전 대통령의 후광을 빌려 각종 사업에 손을 댔고 최순실씨에게도 사업을 맡겼다. 최태민씨는 자신이 세운 단체인 ‘대한구국선교단’에 박 전 대통령을 명예총재로 추대했고, 최순실씨에게는 대한구국선교단 산하 새마음봉사단의 대학생 총연합회장을 맡도록 했다. 최순실씨는 박 전 대통령이 이사장이던 육영재단 부설 유치원을 강남에 차렸으며, 한국문화재단 부설 연구원 부원장을 맡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는 1979년 박정희 대통령 서거 이후 더욱 가까워졌다. 18년간 지속된 박 전 대통령의 칩거 생활을 곁에서 도운 사람이 최순실씨였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2006년 지방선거 유세에서 ‘커터칼 테러’를 당했을 때도 박 전 대통령 자택을 드나들며 간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 전 남편 정윤회씨가 1996년 박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은 뒤부터 최씨는 더욱 철저히 자신의 존재를 숨겼다. 최씨와 정씨의 관계가 멀어지면서 정씨는 박 전 대통령 곁을 떠났다. 그러나 최씨는 박 전 대통령 비선참모 역할을 계속했다. 박 전 대통령의 남동생 지만씨 표현대로 둘의 관계는 ‘피보다 진한 물’이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삼성 433억원 뇌물수수 혐의의 공범이라는 게 특검 수사 결과다. 박영수 특검은 두 사람의 관계를 “너무 너무 가까운 사이”라고 평했다.

오랜 시간 박 전 대통령과 인연을 이어온 ‘최순실 일가’의 재산은 2730억원으로 파악됐지만 구체적인 재산 형성 과정은 확인되지 않았다. 최태민씨가 각종 사업으로 확보한 재산이 최씨 일가 재산의 기초가 됐다는 의혹들은 검찰이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앞선 검찰 수사에서도 박 전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재단의 불법적 설립과 774억원 강제 모금을 최초 기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지시·압박·강요가 있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검찰은 “최씨는 박 대통령이 어려움을 겪을 때 도움을 주는 등 서로 약 40년간 개인적 친분을 유지했다. 특히 제18대 대선 과정에서 선거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활동을 한 사람”이라는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국민 담화에서 “제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곁을 지켜줬기 때문에 저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췄던 것이 사실”이라고 최씨와의 친분 관계를 시인했다.

두 사람의 길었던 40년 인연이 어떻게 결론 내려질까.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가 악연으로 끝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향후 검찰 수사와 법정 공방에서 죗값을 덜기 위해 서로에게 죄를 덮어씌우는 ‘막장 드라마’가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경택 노용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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