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경제는 이미 파면, 공수표 된 474

박준석 2017. 3. 1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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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6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이른바 '474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박근혜 전 대통령은 10일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기 전 이미 주권자인 국민들로부터 사실상 파면된 상태였다. 지난해 10월 최순실씨의 태블릿PC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정치적 탄핵’(국정 지지율 폭락 및 여당 이탈)을 당했고, 그 전부터도 계속된 경제정책 실정으로 국민의 신임을 잃었다.

박 전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 공약은 전혀 지켜지지 못했다. 전매특허로 내세웠던 창조경제는 실체 없는 공수표로 전락했다. 청년과 저소득층을 위한 일자리ㆍ소득 대책을 내 놓지 못하면서 임기 중 계층ㆍ세대 격차는 더욱 심해졌다. 이런 경제분야의 실정은 그의 정치적 입지를 축소시켜 갔고, 비선실세 권력농단 및 탄핵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부메랑(여론 악화)이 되어 돌아왔다.

박 전 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서 들고 나왔던 경제공약들을 제대로 이행한 게 없다. 박근혜 정부는 ▦효율적 예산집행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내세우며 ‘증세 없는 복지’를 내세웠지만 2015년초 연말정산 파동은 증세 논란으로 이어졌다. 담뱃값 인상으로 흡연율은 낮추지 못한 채 세금만 올렸다는 비판도 받았다. 급기야 지난해 국세수입은 242조6,000억원으로 2015년보다 24조7,000억원(11.3%)이나 늘어났다. 이 때문에 지난해 조세부담률은 대규모 감세를 했던 이명박 정부의 집권 직전 해인 2007년 수준(19.6%)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정부만 호황을 누린 것에 비해 이렇다 할 복지 쪽에서의 업적이 없어, 임기 내내 ‘증세, 없는 복지’(증세만 있고 복지는 없다)라는 비아냥을 샀다.

성장과 분배에서도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쳤다. 박 전 대통령은 취임 1년 후인 2014년 1월 경제정책 3개년 계획을 내놓으며 ‘474 공약’을 제시했다. 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를 달성하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그의 임기 동안 잠재성장률은 2%대 초중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고용률은 66.1%로 70%에 턱없이 모자랐다. 1인당 소득은 낮은 성장률과 원화약세 때문에 오히려 뒷걸음질까지 치면서 2만7,000~2만8,000달러 사이에 머물러 있다.

분배구조도 계속 나빠졌다. 가장 큰 피해를 본 계층은 청년과 저소득층이었다. 지난해 청년층 실업률은 관련 통계조사가 시작된 1999년 이후 최고치인 9.8%를 기록했다. 청년층이 겪는 체감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22.5%에 이르렀다. 빈부격차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2012~2016년 4년간 소득 1분위(하위 20%) 월평균 근로소득은 1.8% 감소한 반면 5분위(상위 20%) 근로소득은 12.1% 증가했다.

이런 경제적 소외와 격차 문제는 단순히 경제적 차원의 문제에만 그치지 않았다. 청년층이 제때 경제 활동을 하지 못하는 현상은 늦은 결혼 또는 결혼 기피 풍조로 이어졌고, 결국에는 가뜩이나 낮은 출산율(지난해 합계출산율 1.17명으로 OECD 최저)을 더 낮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세대 및 빈부격차 심화는 사회 통합을 저해하고 정치적 불안을 고조시키는 근본 요인이다.

‘박근혜 표 성장’의 핵심 개념인 창조경제는 임기 내내 그 정의와 실체가 정확하지 않다는 비판을 벗어나지 못했고, 급기야 일부 사업이 비선실세의 권력농단과 연관된 정황마저 드러나면서 이제는 금기어 취급을 받고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이끄는 현 내각도 올해 경제정책방향을 짜면서 창조경제라는 단어 자체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을 정도다. 자산효과(자산 가치가 상승하면 소비도 증가하는 현상)를 노리고 추진됐던 부동산 부양대책은 내수여력을 확충하지도 못한 채 사상 최고치의 가계부채(지난해 말 1,344조원)만 양산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경제분야에서 그나마 두드러진 성과가 있다면 CJㆍ한진그룹 등 일부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를 강력하게 규제한 정도다. 그러나 이마저도 최순실 게이트 과정에서 CJ 등 일부 대기업에 대해선 정권이 ‘손봐주기’ 차원의 보복성 조사를 한 정황이 드러나며 그 의도를 의심받는 상황이다.

현 정부가 외교정책상 실책 때문에 경제에 남긴 생채기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과 심각한 갈등을 겪으면서 중국 정부의 보복이 본격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벌어지고 있는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 기조에 대해서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mailto:pjs@hankookilbo.com)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mailto: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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