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史 첫 대통령 탄핵, 좌절 넘어 희망..이제 '도전' 남겼다

김현섭 입력 2017. 3. 1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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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무시한 절대 권력 몰락에 국민들 위로와 희망
탄핵 이끌어 낸 촛불집회…결국 '국민의 힘' 입증
"대한민국 민주주의 정상화에 국민들 경이로움 느껴"
"우리 사회 성숙시키는 역사적 계기 만들어진 것"
"산적한 과제 잊지 말아야…한국 법치 큰 도전 임박"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파면이 선고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이 환호하고 있다. 2017.03.10.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파면됐다.

이정미 권한대행(55·사법연수원 16기) 등 헌법재판관 8명은 10일 오전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서 전원일치로 '인용'을 결정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 권한대행의 마지막 일성이 울려퍼진 이날 오전 11시21분. 군부독재를 종식시키며 이뤄낸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걸 확인시켜준 순간이었다.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사회의 근간인 헌법을 위배하면 그 자리를 보전할 수 없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정·재계를 넘나드는 권력자들의 온갖 부정행위에 지치고 좌절해 온 국민들은 법치주의를 우습게 여긴 대통령의 몰락을 지켜보며 위로와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 거리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 선고가 결정되자 기뻐하고 있다. 2017.03.10. bjko@newsis.com

절대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라고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했다.

자신과 오랜 친분이 있는 '비선실세' 최순실(61)씨의 국정개입을 허용하며 국민 선거를 통해 부여받은 권한을 헌신짝 취급했고 최씨가 지휘하는 재단(미르·K스포츠)을 위해 대기업 총수들을 상대로 수백억 원의 모금에 나서기도 했다.

일국의 대통령이 위법행위의 방치를 넘어 '공모자' 노릇을 한 것이다. 최씨는 이런 대통령의 후광을 믿고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최씨의 딸 정유라(21)씨는 대학교(이화여대 체육과학부) 입학·출결·학점 등에서 전방위적 특혜를 누렸고 이를 뒤늦게 알게 된 대다수 평범한 가정의 학생들은 허탈감과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정씨가 과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돈도 실력이야.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글은 온 국민의 공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최씨의 '의상실 영상'에 등장한 헬스 트레이너 출신인 윤점추 행정관이 34세라는 나이에 돌연 3급 행정관에 발탁됐다는 사실도 취업난에 허덕이는 젊은이들에게 박탈감을 안겼다. 3급은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한 경우 통상 15~20년이 지나야 이를 수 있다.

【서울=뉴시스】홍찬선 기자 = 헌재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을 결정했다. 즉 사상 첫 탄핵심판으로 파면당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게 됐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도로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박 대통령의 탄핵 인용 결정 소식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7.03.10. mania@newsis.com

박 전 대통령은 끝까지 '불통'으로 일관했다.

최씨가 자신의 연설문에 손을 댔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면서 대국민사과를 해놓고 대면조사나 청와대 압수수색 등은 계속해서 거부했다.

이와 관련해 이 권한대행은 이날 결정문에서 "헌법수호 의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파면은 헌법재판관들이 확정했지만 부패한 권력의 종말을 이끌어 낸 근본적 힘은 국민이었다.

지난해 10월29일 광화문광장에 2만명이 모이면서 시작된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는 최대 232만명(12월3일·이하 연인원 집계 방식 퇴진행동 추산) 인파가 운집하는 등 전국적으로 확산됐고 지난 4일로 연인원 1500만명을 돌파하기에 이르렀다.

숱한 시민들이 국민을 무시한 권력자는 결국 국민의 힘으로 주저앉게 된다는 대의 민주주의의 진리를 되새기게 한 대하드라마의 일원으로 나선 것이다.

【서울=뉴시스】홍찬선 기자 = 헌재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을 결정했다. 즉 사상 첫 탄핵심판으로 파면당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게 됐다.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도로에서 박 대통령의 탄핵 인용에 환호하는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2017.03.10. mania@newsis.com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박 대통령 탄핵에 대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업그레이드 되고 살아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은 사실 '헌법 위' 같은 존재였다. 국민들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대통령이라도 잘못을 했을 때는 예외 없이 자리를 잃는다는 걸 지켜봤고 그로 인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이제 비로소 정상화된다는 경이로움을 느끼게 됐다. 우리 사회를 한단계 성숙시키는 역사적인 계기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탄핵이 희망과 동시에 과제 또한 남겼다는 시각도 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박 대통령 탄핵 인용은 외부에서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의구심이 해소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며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법치가 큰 도전에 임박했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한 예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건들지도 못하지 않았느냐"며 "이번 사건으로 가장 큰 힘을 가진 자들에 의해 우리 사회가 붕괴되고 있었다는 걸 온 국민이 보게 됐다. 신뢰는 무너지긴 쉬워도 다시 쌓기는 힘들다. 대한민국 법치에 대한 전반적 불신은 여전하기 때문에 (박 대통령 탄핵이) 여전히 과제가 산적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걸 재확인시켜준 사건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af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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