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일본 .. 일손 모자라 배달포기·영업단축 속출
온라인 판매 물류량 감당 못해
업계 1위 택배회사 무인화 추진
패션쇼핑몰 내달부터 폐점 당기고
맥도널드, 알바 구하기 TV 광고도
40년 전 택배사업을 처음 도입했던 야마토운수는 ‘서비스가 우선, 이익은 나중’을 사시로 삼고 있는 택배업계의 전설이다. 과거 단 한번도 배달을 거부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악화되는 근로 여건을 더 이상 눈감을 수 없었다. 초과근로가 100시간을 넘어서고, 과로를 견디다 못해 연탄을 피워 자살하는 사례까지 나왔다. 배달 기사들 사이에선 “점심 먹을 시간조차 없다. 이직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란 얘기가 돌고 있다. 노사협상 끝에 야마토운수 측은 이달 초 “직원들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 잔업시간을 전년 대비 10% 줄이겠다”고 밝혔다.
야마토운수가 상징하는 택배업계의 인력난은 임계치를 넘어섰다. 밀려드는 배달 물량을 감당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PC와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 쇼핑이 급증하면서 1990년 연간 취급 건 수가 11억개였던 택배 물량은 최근 40억개로 치솟았다.
비명을 지르는 것은 택배업계뿐이 아니다. 밀리오레와 유사한 일본의 패션쇼핑몰 업체 루미네는 오는 4월부터 영업시간을 단축키로 했다. 도쿄 신주쿠(新宿)·이케부쿠로(池袋) 등 거점 지점을 포함해 수도권 12개점(전 지점의 80%)에서 폐점을 30분간 앞당긴다. 입점 상인들이 도저히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고 손을 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도 예외가 아니다. 후쿠오카(福岡)시 하카타한큐(博多阪急)백화점과 오사카(大阪) 게이한(京阪)백화점 모리구치(守口)점은 4월 중 영업시간을 1시간 줄일 계획이다. 여성복과 남성복 매장 등 상대적으로 매출 하락이 큰 점포부터 ‘영업시간 다이어트’를 시작한다.
서비스업 1인당 일자리 3.21개 … 일손 쟁탈전
서비스업의 구인난은 수치로 드러난다. 올 1월 서비스업 구인배율(1인당 일자리수)은 3.21로 전체 산업 평균(1.43)의 배가 넘는다. 일자리는 세 개가 넘는데 일손은 하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대기업들이 대졸 공채 규모를 확대하고 있어 중소업체들의 인력 쟁탈전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배달포기와 영업단축은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장기 불황기에도 보지 못한 현상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식(日本流) 서비스’라 부르며 최고의 서비스를 지향하던 일본 기업들이 인력난이란 벽 앞에서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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