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역 몰린 日시부야..역·빌딩·거리 통합개발 '亞 타임스스퀘어'로

박인혜 2017. 3. 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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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 르네상스' 열자 ② ◆

하루 300만명이 모이는 일본 도쿄 최대 역세권이자 번화가인 시부야의 `스크램블 크로싱(교차로)`과 빌딩숲의 모습. 2020년 도쿄올림픽을 대비해 고층복합빌딩 및 역사 정리 공사가 한창이다. [사진 제공 = 리처드 슈나이더]
지난달 중순께 오전 8시, 일본 시부야의 상징인 '스크램블 크로싱(교차로)'. 사람들이 동시에 우르르 쏟아져 나온다. 출근족들이다. 총 10개의 지하철, 국철, 공항철도가 만나는 도쿄 최고의 역세권다운 장면이다. 역에서 나온 사람들은 1분30초마다 신호가 바뀌며 가로, 세로, 대각선 어느 방향으로도 질서정연하게 길을 건널 수 있는 '스크램블 크로싱'을 통해 자신의 출근지로 향한다. 하루 유동인구 300만명, 명동의 2배에 이르는 시부야의 출근시간치곤 크게 복잡한 느낌이 없다. 10년 전 시부야를 찾았을 때보다 인파가 덜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 이유는 역의 효율적 활용에 있다. 10개 노선이 겹치는 만큼 과거에는 불편함이 매우 컸다. 노선을 갈아타려면 한참을 걸어가거나 층과 층 사이를 이동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출구로 나가는 이동거리도 지나치게 길고, 몇 번씩 길을 건너기도 했다.

그러나 몇 년 새 달라졌다. 민간 기업으로 부동산 및 철도 개발 사업이 주력인 도큐부동산이 국철 운영 공공기업인 JR, 지하철을 운행하는 도쿄메트로를 이끌고 진행한 개발 프로젝트 덕분이다.

도큐는 시부야에서 철도, 유통, 부동산 등을 두루 영위하는 이 지역 맹주다. 1979년 탄생한 시부야109라는 쇼핑몰에 이어 2000년 마크시티, 2001년 세룰리안타워 등을 잇달아 세우고 도큐백화점 등을 넣어 유통까지 장악하고 있다. 2012년엔 히카리에라는 상업·업무가 결합된 복합문화공간을 만들었다. 현재도 시부야 개발은 진행 중이다. 역 바로 앞인 도겐자카1초메 구역엔 높이 110m 건물이, 역 바로 앞에는 시부야 최대 규모인 47층, 230m 높이의 랜드마크 빌딩이 올라가게 된다. 시부야역 사쿠라가오가쿠치 지역 앞에는 180m 높이의 창업자들을 위한 비즈니스 복합건물이, 역 남쪽에는 과거 도요코선 플랫폼으로 쓰이던 땅 위에 역시 복합빌딩이 180m 높이로 들어설 예정이다.

도큐는 시부야역 일대 개발을 위해서는 복잡하게 흩어진 역 노선과 동선부터 정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시부야는 교통의 요지이지만 6개 역이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었다. 버스터미널까지 각각 사업자가 다르다 보니 좋은 입지에도 불구하고 연결이 복잡하고 불편했다. 개발사업을 총괄한 오타 마사후미 도큐부동산 개발사업부장은 "지하철과 국철 등을 통합·연결해 편의성을 도모함으로써 초대형 역세권의 기능부터 강화해야 한다는 데서 사업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도큐는 도쿄메트로, JR를 비롯해 시부야구, 전문가들이 함께 들어가는 위원회를 발족했다. JR는 우리나라의 코레일과 같은 국철이고, 도쿄메트로는 서울메트로와 비슷하다. 민간 디벨로퍼가 기치를 들고 시와 중앙정부 산하 기관을 끌어들여 지역 개발에 나섰다는 점 자체가 일단 파격적이다.

우선 시부야역을 지나가는 노선 중 가장 길이가 길어 골칫거리였던 사이쿄선의 경우 비는 철로 한 곳을 찾아내 이전시켜 역사를 좀 더 콤팩트하게 만들었다. 이동 동선이 짧아져 편리해졌다는 평가다. 역사 내 2층에 일본 국철인 JR가 있고 3층에는 긴자선이 있는데 갈아타려면 이동이 짜증 난다는 사람들의 비판을 받아들여 이를 개선하는 작업도 마무리했다.

도큐는 이어 시부야 일대에 개발하는 모든 건물과 복합시설을 역과 어떤 방식으로든 연결하고 있다. 건물과 건물 간 이동 역시 물 흐르듯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나의 구 크기의 거대한 지역에서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10개의 철도 노선과 그 주변에 빽빽하게 들어선 건물들이 하나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진짜 역세권 개발'의 모범 사례다.

다만 역과 고층 빌딩을 효율적으로 연결하기 위해선 막대한 비용이 들고, 이는 용적률로 극복해야 한다는 점을 도큐는 놓치지 않았다. 시부야구에서 떨어진 한적한 곳에 도큐가 보유한 땅이 있었다. 역과 거리도 멀고 개발 효율성도 다소 떨어졌다. 도큐는 과감하게 이 땅을 하천 개발을 통한 공원 조성을 위해 내놨다. 800%였던 중심부 용적률을 1300%까지 높이는 데 핵심이 됐다. 한국의 통상적인 기부채납과는 차원이 다른 유연성이다. 한국은 동일 지역 용지를 내놔야 기부채납으로 인정받는다. 오타 부장은 "하천 용지라서 어차피 용적률을 제대로 쓸 수 없는 곳이었다"며 "이를 포기하는 대신 다른 좋은 땅의 용적률을 높이는 게 낫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도쿄도가 인정한 또 다른 도큐의 기부채납도 주목할 만하다. 일본 최대 엔터테인먼트 지구라는 시부야의 특성을 활용한 용적률 상향이 이뤄졌다. 상업과 오피스 복합빌딩 히카리에의 경우 8층을 아예 지역 주민과 젊은이들이 쓸 수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로 만들었고, 시부야 일대가 과거 지진에 취약했던 지역임을 감안해 강력한 내진설계를 통해 추가 용적률을 받아냈다.

도큐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시부야를 미국의 타임스스퀘어와 같은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또 외국인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시부야를 만들기 위해 자체적으로 보유한 도큐철도 연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도큐가 보유한 게이큐선은 하네다공항에서 시부야 인근 시나가와역까지는 연결하지만 시부야로 바로 들어오지는 못해서 한 차례 환승해야 한다. 환승 자체도 불편하지만 시간도 20분가량 더 걸린다. 이를 게이큐선을 통해 시부야까지 연결하게 되면 공항에서 시부야까지 들어오는 시간이 현재 지하철 기준 40~50분에서 30분 내로 단축될 수 있다.

[도쿄 =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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