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활동 중구, 입법활동 강북, 구정질문 종로가 으뜸

입력 2017. 3. 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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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의원 1인당 2년간 조례발의‧구정질문 평균 3.76건, 1건 미만 구의회도 20%

헌법 제118조에 명시된 기초단체의회(기초의회)는, 네 가지 기능을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예산과 결산을 승인하는 의결 기능과 행정 사무에 대한 조례를 제정하는 입법 기능, 자치행정의 집행을 감시하고 감독하는 통제 기능, 지역의 주요 현안에 대한 청원을 처리하거나 자치단체와 의견을 교환하는 조정 기능이다.

1960년 8월 제2공화국 출범과 함께 개원했으나 5·16쿠데타로 1961년 5월20일 폐지됐고, 1991년 지방자치제도 시행과 함께 다시 도입됐다.

“의정 활동보다 정당 활동” 우선 비판도

2014년 출범한 제7대 서울 기초의회 임기가 7부 능선을 넘어섰다. 기초의회 무용론과 보강론 등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7대 서울 기초의회는 제 역할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서울&>이 조사팀을 꾸려 서울 기초의회 7대 전반기(2014년 7월~2016년 6월) 의정활동을 들여다보았다.

서울의 25개 기초의회(구의회) 의원 수는 모두 419명으로, 가장 많은 곳(송파구의회, 26명)과 적은 곳(중구의회, 9명)이 3배쯤 차이 난다. 의정활동을 비교하기 위해 의회별 의원 1인당 평균으로 비교해봤다. 구의원의 의정활동 기본이 되는 조례발의와 구정질문은 의원 1인당 평균 3.76건으로 2년 동안 4건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 1인당 평균 조례발의 건수가 가장 많은 곳은 강북구의회(5.36건)이고, 구정질문 횟수가 가장 많은 곳은 종로구의회(5.72건)로 나타났다. 두 지표를 합친 건수가 구의원 1인당 평균 한 건도 되지 않는 곳이 전체 구의회의 20%를 차지했다. 조례발의 건수는 강동구의회(0.67), 구정질문 횟수는 영등포구의회(0.47)가 가장 적었다.

기초의원(구의원)들은 주민들의 민원을 처리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데도 시간이 늘 모자란다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여러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이슈일수록 구의회에서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잖다. 의정활동 건수가 저조한 건 구의원 후보자 선정이 정당 공천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많은 의원이 정당 활동에 시간을 쏟은 결과가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구의회의 입법 활동 조사 결과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강북구의회의 의원당 평균 발의 건수(5.36)가 전체 평균(1.73)의 3배에 이른다는 점이다. 강북구의회의 조례발의 건수가 많은 데에는 ‘강북구의회 조례연구회’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연구회는 2015년부터 8명의 강북구 의원들이 의정활동 역량을 강화하고, 새로운 정책 의제를 찾아 구민의 복리 증진 등에 꼭 필요한 조례를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연구회에 참여하는 의원은 소속 정당도 다양하다.

조례연구회에 참가하고 있는 구본승 강북구의원은 “다른 자치구의 좋은 조례를 벤치마킹하거나 검토해서 초당적으로 반영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연구회 활동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했다. 연구회에 참여하는 의원들은 ‘강북구 범죄피해자 보호 조례안’ ‘강북구 공공시설 내 장애인 최적관람석 지정설치 및 운영 조례안’ 등을 발의해 제정까지 끌어냈다.

강북구의회 조례연구회처럼 의원들의 자발적 조례연구 모임은 개별 보좌진이 없는 구의회의 현실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구의원이 조례를 발의하기 위해서는 조례 제정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와 조사를 해야 한다. 그러나 개별 보좌진을 둘 수 없는 구의회의 현실에서 의원이 혼자 잘해내기가 쉽지 않다. “구의회에 파견 나온 구청 직원의 적극적인 정보 제공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구 의원의 말은 연구모임이나 특별위원회 등의 제도화가 구의회의 한계를 보완하는 데 한몫을 할 수 있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구정 질문 의무화 등 제도 개선 필요

이번 구의회 의정활동 현황 조사에서 조례발의와 구정질문 둘 다 가장 활발한 곳은 중구의회(9.33건)로 나타났다. 가장 저조한 영등포구의회(1.29건)보다 약 8배, 전체 평균(3.76건)에 견줘서도 두 배가 넘었다. 중구의회는 구정질문 횟수(5.44건)도 전체 평균(2.02건)보다 3배가량 많았다.

중구의회의 구정질문 건수가 많은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구의원과 구청장의 소속 정당이 팽팽하게 나뉘어 구청장에 대한 의회의 견제와 균형의 힘이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중구의회의 의원 정당 분포는 자유한국당 2명, 더불어민주당 1명, 국민의당 3명, 무소속 3명으로 경쟁하는 구도이고, 최창식 구청장은 자유한국당 소속이다. 양은미 중구의원은 “구청장에 대한 견제 심리와 함께 구청장과 의회 그리고 의원 간에 합리적인 소통이 잘 안 되어 구정질문 횟수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요인은 중구청과 중구의회에서 다뤄야 할 지역 현안과 이슈가 상대적으로 많았다는 점이다. 논란을 불러일으킨 사업들의 예산 규모가 매우 커 갈등도 심했다. 중구는 인프라 관련 사업이 많은 구도심 자치구로서, 서소문 역사문화공원 조성, 서울역 고가공원화, 남산 곤돌라 설치, 국립중앙의료원 이전, 청소차 차고지 이전, 박정희 가옥 공원화 등의 사업을 시행하는 데 주민들의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사업을 둘러싼 이해 요구가 첨예한 만큼 구정질문이 많아진 점도 있다는 것이다.

구정질문은 구의원들이 자치행정에 대해 행하는 대표적인 견제와 감시 활동이다. 제대로 된 구정질문을 하려면 미리 지역 현장의 주민의견이나 시민단체의 요구를 듣는, 의견조사 활동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 이런 과정이 활발해질수록 지방자치는 더 투명해지고 발전할 수 있다. “구의원들이 사전 의견조사와 구정질문 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하기 위해선 회의규칙을 개정해, 회기마다 구정질문을 의무적으로 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이동영 골목정책연구소 소장은 말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조례발의와 구정질문 등 1차 지표를 사용해 서울의 25개구 기초의회 의정활동 현황에 대한 개괄적인 비교를 했다는 점에서 의미와 한계가 동시에 있다”며 “조사 지표와 통계분석, 정책 제안 질적 분석 등을 보완한 정기적인 조사로 구의회 의정활동에 대한 관심과 감시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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