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날벼락' 소성리 할매들 "우리한테 와 이라는 기고?"

김일우 2017. 3. 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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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성주 초전면 소성리 회관 출입문에는 '산타 할아버지,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로는 박근혜 구속'이라고 적힌 색 바랜 종이 한장이 붙어 있다.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상황실장을 맡고 있는 주민 박수규(54)씨는 "이제부터 발생하는 모든 불상사의 책임은 정부에 있음을 명확히 밝힌다. 오늘부터 우리는 불법적으로 추진되는 사드 배치 절차에 즉각 중단을 요구하며 철야농성에 돌입한다. 또한 사드 배치 관련 장비와 공사차량을 온 몸으로 막을 것이다"라고 투쟁위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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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롯데골프장 아랫마을 르포
"골프장 지을 때 싸웠는데 또..
불안해가 잠이 깊이 안 들어져"
주민 200여명 "사드 반대" 행진
투쟁위, 배치 중단 철야농성 돌입

[한겨레]

8일 오후 경북 성주 초전면 소성리 회관 마당에서 주민들이 사드 배치 반대를 외치며 집회를 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경북 성주 초전면 소성리 회관 출입문에는 ‘산타 할아버지,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로는 박근혜 구속’이라고 적힌 색 바랜 종이 한장이 붙어 있다. 지난해 9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뒤 성탄절을 앞두고 주민이 붙여 놓은 것이다. 당시만 해도 주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곧 물러나고,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는 흐지부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산타 할아버지는 주민들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았다.

8일 오후 3시 소성리 회관 안방에는 할머니 5명이 쉬고 있었다. 2명은 페트병을 베고 누웠고, 나머지는 벽에 몸을 기댔다. 머리엔 ‘사드결사반대’라고 적힌 푸른색 띠가 묶여 있다. “불안해가 잠이 깊이 안 들어져”, “(사드 배치가) 좀 수그러드나 싶더니만 갑자기 저러니…”, “부뚜막에 얼라(아기) 앉혀 놓은 기분이라”, “사드가 한국에 들왔다 카던데 그라면 곧 여기 오는 거라?”, “비행기 소리만 들어도 불안하다니께”. 할머니들이 말했다. 소성리는 사드가 배치되는 롯데스카이힐 성주컨트리클럽(골프장) 바로 아랫마을이다.

할머니들은 12년 전 롯데골프장 지을 때도 싸웠는데 이번엔 그 자리에 군부대가 온다고 해 또 싸워야 하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 나이가 90살인 할머니는 “혼자 시집도 안가고 나라를 위한다고, 아바이(아버지) 따라 다니면서 좀 배웠겠지 하고 대통령 찍어줬더니 우리가 이런 벼락을 맞네. 박근혜 하고, 이완영(국회의원)이 하고, 김항곤(성주군수)이 하고, 다 내 손으로 찍었당께. 내가 이 손 마디를 끊고 싶어”라며 방바닥을 손으로 내려쳤다. 84살인 할머니는 “옛날에 여기 골프장 지어질 때(2005년)도 우리가 그렇게 안된다고 데모하고 그랬는데 결국 지었다 아이가. 그런데 우리 같은 백성이 있어야 군수도 있고, 국회의원도 있고, 대통령도 있는 거 아니라. 우리한테 와 이라는 기고?”라고 하소연했다.

비슷한 시각 회관 밖에선 성주와 김천 등에서 이들까지 포함한 주민 200여명이 사드배치 반대 집회를 열었다.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상황실장을 맡고 있는 주민 박수규(54)씨는 “이제부터 발생하는 모든 불상사의 책임은 정부에 있음을 명확히 밝힌다. 오늘부터 우리는 불법적으로 추진되는 사드 배치 절차에 즉각 중단을 요구하며 철야농성에 돌입한다. 또한 사드 배치 관련 장비와 공사차량을 온 몸으로 막을 것이다”라고 투쟁위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집회가 끝나자 주민들은 2㎞ 떨어진 성주골프장을 향해 행진을 했다. 하지만 경찰 병력에 막혀 700m를 올라가다 진밭교 앞에서 되돌아왔다. 주민들은 이날 저녁 7시 소성리 회관 마당에서 사드 배치 반대 촛불집회도 열었다. 또 비슷한 시간 성주군 성주읍 성주군청 건너편 주차장에서는 239일째 촛불집회가, 김천시 평화동 김천역 광장에서는 200일째 촛불집회가 열렸다.

성주/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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