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디플레·中 센카쿠 보복..日은 도시재생으로 넘었다
◆ '도시 르네상스' 열자 ① ◆
2002년 도시재생으로 경제를 일으켰던 도쿄는 2012년 말 아베 신조 총리 취임과 함께 또 한 번의 도시재생 주도 경제 살리기에 나섰다. 당시 일본은 중국과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를 두고 엄청난 갈등을 빚고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가 사드 배치로 중국과 겪고 있는 갈등과 비슷할 정도로 상황은 험악했다. 일본 내에서도 대(對)중국 수출이 막히면 글로벌 금융위기 후 다시 침체돼 가는 일본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아베 정권의 경제활성화 전략인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대규모 양적완화와 내수 살리기였고, 이 중 내수활성화는 '도쿄 대개조'를 목표로 한 대대적인 개발 프로젝트가 중심을 이뤘다. 이를 위해 도쿄와 수도권인 가나가와현, 지바현 지바시를 국가전략특구로 지정하고 규제를 확 풀었다.
아베노믹스가 곧바로 효과를 나타내 2011년 -0.1%, 2012년 1.5%였던 일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13년에는 2%로 돌아섰다. 양적완화를 통한 엔저가 가장 큰 힘이었다고 평가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대규모 개발사업의 성과도 만만치 않았다.
일본 내각부가 산출한 산업별 GDP 기여도를 보면 제조업은 2011년 19.8%였지만 2013년 19.6%로 오히려 줄었다. 반면 건설업은 같은 기간 4.9%에서 5.4%로 높아졌고, 2015년에는 5.6%까지 올라섰다. 대대적인 도시재생사업에 투입된 건설산업이 장기 디플레이션 탈출과 중국의 센카쿠 보복 등 대외 악재를 극복하는 첨병 역할을 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를 위한 일본 정부의 핵심전략은 민간의 힘을 빌렸다는 것이다. 'UDC(어번디자인센터)'를 만들어 학계와 연계한 도시재생을 주도하고 있는 데구치 아쓰시 도쿄대 교수는 "일본의 도시재생, 경제발전을 주도한 것은 자기 땅을 가진 미쓰비시, 미쓰이, 모리 등 대형 부동산 디벨로퍼들이었다"며 "이들이 개발에 나서면서 소극적이던 관도 움직이기 시작했고, 학교도 뛰어들었으며 소규모 디벨로퍼까지 나서 동시다발적 프로젝트 가동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쿄도와 같은 '관(官)'이 주도하는 도시개발, 도시재생 개념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걸 보여준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도쿄의 성공에서 한국이 배워야 할 점이 많다는 점도 지적했다. 데구치 교수는 "한국에선 부동산 디벨로퍼의 존재가 강하지 않다. 지금부터 육성할 필요는 있지만, 그 전에는 돈과 기획력이 있는 민간 주체가 나서 개발을 하고, 서울시나 중앙정부는 이들이 개발에 나서도록 적극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이즈미 총리가 도시재생특별법을 만들면서 민간에게 과도할 정도의 특혜를 준다는 비판도 많았지만, 그것이 결국 일본 경제를 살렸고 지역의 발전을 통해 일반 시민들의 삶을 업그레이드하는 역할을 하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도시의 심장, 즉 중심부라고 할 수 있는 곳은 일반 주거지나 외곽지와 달리 파격적일 정도의 혜택을 주고 규제를 완화한 것도 중요한 전략 중 하나였다. 도심은 역사문화유적들이 몰려 있는 경우가 많아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이슈가 제기되지만 도쿄는 이를 현명하게 해결했다. 일본의 경우 지진이 워낙 잦아서 내진기술이 발전하기 전까지 건물 최고 높이는 33m였다. 야스이 준이치 전 도쿄도 재생국장은 "옛 건물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도시의 얼굴을 만들기 위해 저층부 높이는 33m로 일정하게 맞춰 기존의 건물 형태나 의미를 보존하고 복원하면서 그 위에 고층부 건물을 올리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을 맞은 후 다시 지은 도쿄역과 왕궁을 끼고 있는 마루노우치 일대는 높이 200m의 고층 빌딩이 즐비한 곳으로 바뀌었다. 보행자의 눈높이에 있는 33m 이하의 저층부는 보존해 시민에게 돌려주면서도 개발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방식 덕분이었다.
[도쿄 = 박인혜 기자 / 서울 =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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